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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와 반복] 1강 후기(0907)

선우 2017.09.11 12:59 조회 수 : 219

“우리는 반복이 대체할 수 없는 것과 관련해서만 어떤 필연적이고 정당화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행동이자 관점으로서의 반복은 교환불가능하고 대체 불가능한 특이성과 관계한다.”(26)

들뢰즈는 우선 질적 질서인 유사성과 양적 질서인 등가성을 특징으로 하는 일반성은 반복이 아니라고 말한다. 교환 가능하고 대체 가능한 특수한 것이 아니라 ‘특이한’ 어떤 것과 관계하면서 ‘행동’하는 것이 반복이라고 말한다. 특수자의 일반성이라는 의미의 일반성은 특이한 것의 보편성이라는 의미의 반복에 대립한다. 매년 열리는 7월 14일의 축제가 바스티유 감옥의 점령을 기념하며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첫 번째 바스티유 감옥의 점령이 이후의 모든 축제일들을 미리 앞서서 반복하는 것이다. 특이성으로서의 프랑스 혁명은 이때 보편성을 갖게 된다. 죽더라도 이 혁명을 언제나 영원히 계속 하고 싶어. 반복하고 싶어. 모네를 매혹에 빠뜨렸던 그 첫 번째 수련이 그 뒤에 이어지는 다른 모든 수련들을 반복한다. 반복은 계속해서 붓을 들게 하는 모네의 첫 번째 수련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 무엇에 매혹되었는가?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반복은 법칙에 반한다. 법칙의 유사한 형식과 등가적 내용에 반하는 것이다. 반복은 위반이다. 반복은 법칙에 물음을 던진다.”(29)

일반성은 또한 법칙들의 질서에 속한다. 따라서 법칙이 규정하는 것 역시 유사성과 등가성이다. 법칙은 차이의 공허한 형식, 변이의 불변적 형식이다. 법칙은 흐르는 물의 변화를 큰 강의 항구성과 하나로 만들어버린다. 반복을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은 법칙에 대항하는 어떤 ‘역량’의 이름으로 가능하다. 과학 실험의 경우는 어떠한가? 실험은 닫힌 환경을 만든다. 결과를 동일하게 반복하기 위해 변수를 조절한다. 원인이 되는 차이를 조절하는 것이다. 실험은 동등성을 발견하기 위해 유사성을 허문다. 유사성의 질서를 동등성의 질서로 대체할 뿐이다. 이런 이행 안에 반복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가설적’이다. 똑같은 조건이 주어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어떤 독특한 역량에 의존하는 반복과는 거리가 멀다.

반복을 가능케 할 법칙을 이제 자연이 아니라 도덕의 영역에서 찾으려고 한다. 우리는 자연에 속한 존재자로서 자연적 본성에 따라 반복(쾌락, 과거, 정념등의 반복)을 추구한다. 그러나 곧 절망과 권태에 빠진다. 그렇다면 선(善)이 우리에게 반복의 가능성, 성공을 가져올 것인가? 선은 자연의 법칙이 아니라 의무의 법칙이지 않은가. 칸트는 사유의 시험을 통해 모순 없이 반복될 수 있는 것을 도덕법칙으로 규정했다. 너의 의지의 준칙이 항상 보편적 입법 원칙이 되도록 행동하라. 그렇다면 칸트의 양심은 자연법칙에 외면적이고 우월하며 무관심할까? 오히려 양심은 자연법칙의 이미지와 모델을 되살릴 때에만 도덕법칙의 적용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은가? 결국 우리는 도덕법칙을 통해 습관의 일반성에 도달한다. 본질적으로 도덕적인 것, 선의 형상을 띠는 것은 습관의 형식이다.

반복은 자연법칙에 반하는 만큼이나 도덕법칙에 반하여 성립한다. 도덕법칙을 전복하는 데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원리들로 향하는 상승의 길이 있다. 아이러니, 반어의 방향에선 도덕의 ‘원리’를 문제에 붙인다. 악덕이 번영한다. 이래도 악하지 말아야 하는가? 하나님을 믿는 자에게 고난이 연속된다. 이래도 계속 믿어야 하는가? 하강의 길이 있다. 해학의 길. 법칙은 그 귀결들로 내려갈수록, 과도할 정도로 완벽한 세심함을 기울여 복종할수록 전복되기 쉽다. 절차를 어김없이 지켜서 마비 효과를 가져오는 준법 파업들. 철처한 복종을 통해 조롱의 효과를 낳은 마조히스트의 행동들. 반복은 해학과 반어에 속하는 사태이다.

 

들뢰즈는 키에르케고르와 니체의 분명한 차이보다 먼저 이들 사이에 흐르고 있는 공통의 힘을 지적한다. 이들은 반복을 모든 형식의 일반성에 대립시켰다. 우선 이들은 반복 자체를 ‘새로운’ 어떤 것으로 만들었다. 반복을 어떤 시험, 선별, 선별적 시험 등과 연관시켰다. 반복을 의지와 자유가 향하는 최상의 대상으로 설정했다. 아브라함은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시험에 직면했다. 둘째, 이들은 반복을 자연법칙에 대립시킨다. 법칙들의 질서보다 우월한 ‘어떤 사태’를 자연의 반복에서 끄집어낸다. 셋째, 반복을 도덕법칙에 대립시킨다. 욥은 반어적인 방법으로 법률을 문제 삼는다. 아브라함은 해학적으로 법칙에 굴복하지만, 이 굴복 안에서 법률이 제물로 요구했던 외아들의 특이성을 찾아낸다. 반복은 심리적 의도들로서의 항의와 체념이 공통적으로 지니는 초월적 상관항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반복을 습관의 일반성들뿐만 아니라 기억의 특수성들에 대립시킨다. 습관에서 훔쳐내는(우려내는, 짜내는) 차이는 참된 반복의 차이가 아니다. 특수한 경우들의 사이비 반복으로부터 일반적인 것을 추출해내는 것은 우리 속에 있는 어떤 응시하는 작은 자아이다. 기억은 일반성 속에 용해된 특수자들을 다시 발견해내는 것일 수 있다. 니체와 키에르케고르는 습관과 기억을 반복 앞에서 제거한다. 반복은 상기라는 고전적 범주에, 하비투스라는 근대적 범주에 대립하는 위치에 있다. 반복 안에서, 그리고 반복을 통해 비로소 망각은 어떤 실증적 역량이 되고 무의식은 어떤 실증적이고 월등한 무의식이 된다.

 

 

1주차 강의에서 가장 인상 깊은 두 구절,

“차이를 적대로 만드는 것은 권력의 작용이지 차이의 작용이 아니다.”

“네가 무엇을 의지하든 그것의 영원회귀를 의지하는 방식으로 그것을 의지하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을 한 번 더 살아도 좋을 만큼 나는 살고 있는가? 영원히 계속 되어도 좋을 만큼 살고 있는가? 아직은 낯선 니체의 영원회귀가 죽음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였던 거다. Amor Fati. 주어진 삶을 긍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긍정할 만한 삶을 창조하라는 말이었다.

 

 

출석부 맨 위에 있는 박선희 입니다.

공부 모임에선 ‘선우’라는 닉넴을 쓰고 있는데요.

근래엔 이 이름으로 많이 불려서 이게 편하네요.^^

“쓴 것만이 남는다.”는 선생님의 말이 떠올라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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