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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수유너머104 인문사회과학연구원

조르주 바타유 : 위반의 시학 <마네>

 

김동현

 

마네의 우아함

위반과 전복으로 요약되는 바타유의 사유는 현대 예술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어떻게 펼쳐지는가? 그리고 놀라운 예술가인 마네는 바타유의 관찰에서 어떤 모습과 목소리를 지니고 나타나는가? (122)

마네는 그에 앞선 화가들과 단절했고, 우리가 사는 세계를 열었다. (29)

마네의 회화가 일으킨 돌연한 변화, 그 날카로운 전복에는 혁명이라는 이름이 적절할 것이다.

뒤랑티 : 단 하나의 그림만이 나머지 모든 그림과 확연히 구별된다. 그것은 언제나 마네의 그림이다. (30)

엘리 포르는 “미술사”에서 마네에 대해 말하면서 ‘대담’이라는 표현을 세 차례나 동원한다.

그는 모든 것을 온전히 의식하는 가운데 예술의 혁신을 감행했던가? 아니면 역사가 맞닥뜨린 “우연의 도구”(38)에 불과했던가? (124)

 

마네는 분명 “재치”가 있었다. (33)

요컨대 평범한 한 남자. 그러나 매력적이고 약간 저속한 듯 만 듯한.......(34) 것이 마네의 인상이다.

아주 젊은 마네에 대해 앙토냉 프루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걸음걸이는 리드미컬했고 허리의 움직임이 그것에 특별한 우아함을 부여했다. 그가 아무리 과장되게 허리를 흔들고 파리 어린아이들의 늘어지는 말투를 구사해도 저속한 지경에까지 이를 수는 없었다....... 그만큼 매력적인 사람은 많지 않았다.”

 

비개인적 전복

의외인 점은 마네의 소극성, 정신적 소심함이다. (40)

‘보들레르 : 나는 인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아요......’고 했지만

어떤 충만하고 강한 것을 마네는 보들레르처럼 자기 안에 갖고 있지 못했다.

그는 자기 시대의 군중으로, 즉 진정으로 위대한 그 무엇도 더 이상 허리를 굽히게 만들지 못하는 그 군중으로 환원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의 겸손은 그를 보들레르보다 더 멀리 나아가게 했다. (42)

“연약하고 주저하며 언제나 긴장한-회의 가운데 지나치게 긴장한- 인물이지만(108)

이런 자신감의 결여와 지나치게 빠른 반응은 일관성 결핍의 한 측면을 증언한다. 하지만 이 일관성 결핍은 모험의 비개인적 성격과 통한다. 마네가 감내한 유일한 모험인 그것은 그 역사 전체가 비개인적이다. 마네, 약간 피상적인, 그러나 날카로운 신경을 소유한 사람. 넘치는, 그를 불만족의 상태에 내버려두며 소진시키는, 그가 어렵사리 이해하는, 그러나 확실히 그를 넘어서는 하나의 목표에 사로잡힌 사람(36~37)이다.

마네의 “흔들림”은 근대의 전통적 가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시대의 정신적 혼란을 반영하며 깊은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하나의 방향을 선택한다. 하지만 마네는 오로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죽은 시스템으로부터 별안간 멀어지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리고는 “삶을 가르치는 경향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면서 그것을 자기 예술에 반영한다. (127)

오로지 비개인적 고통만이 이런 모색 가운데 그를 인도했다. 마네가 침체와 절망, 그리고 고통 속에서, 평범함과 겸손, 그리고 우아함 속에서 감당했던 비개인적 고통 또는 비개인성을 바타유는 아래와 같은 말로 정리한다.

 

이 고통은 화가의 것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비웃는 사람들 조차도 그 까닭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들을 격분하게 하는, 그러나 그들 안에 열리고 있던 공허를 뒤에 가서 채워줄 그 형상들을 기다렸다. 이렇듯 역설적인 형태의 기다림에 부응했던 마네는, 매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새로운 양상 아래 발견해야만 하는 고정관념 또는 개인적 강박 이미지에 사로잡힌 사람들과는 정반대였다. 그가 모색한 대답은 그에게 개인적으로 주어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를 고양하는 것은 제약, 권태, 그리고 시간이 죽은 표현 가운데 드러나는 거짓으로부터 그를, 그리고 그와 더불어 다른사람들을 해방하는 새로운 형태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은총뿐이었다. (45)

 

주제의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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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통이 젊은 마네에게 제기한 문제를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다. (46)

그 어떤 진실한 것도 더 이상 생기를 불어넣어주지 못하는 웅변적 회화의 쇠진은 새로운 형태의 회화로 가는 길을 열고 있었다. (55)

몇 번이나 마네는 예전의 그림이나 판화로부터 도식적 요소를 차용했다. (79)

마네는 루부르의 그림에서 주제만을 끌어냈다. (84)

 

마네는 고정관념이나 강박적인 개인적 이미지로부터 벗어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는 주어질 수 없는 대답들을 탐색하되 “새로운 형태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은총”을 통해서만 예술적 고양을 찾는다. (131)

 

첫째, 마네는 미리 정해진 회화의 규약을 통해 기존의 가치를 표현하는 대신 현재 자기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려고 했다는 점, 둘째, 회화가 하나의 웅변적 담론이 되게 하는 대신 설정한 주제를 파괴함으로써, 달리 말해 스스로 유발한 기대를 저버림으로써 회화를 침묵의 차원에 위치시킨다는 점, 셋째, 회화를 주제로부터 벗어나게 함으로써 그것에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성격과 위상을 부여하며 주권의 차원으로 옮겨놓는다는 점이다. (134)

 

보들레르는 “현대 생활의 화가”(1863)에서 현재의 삶이 펼쳐놓는 눈에 보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이 그림(<튈르리정원 음악회>)이 관객들의 분노를 유발한 까닭은 인물들이 재킷과 검은색 프록코트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가지 예술은 눈에 보이는 것, 다시 말해 현실의 범속한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그것을 넘어서는 진리를 표현해야만 했다.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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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에서 지고의 가치로

즉각적 의미가 소실되는 미끄러짐의 의도는 주제의 방기가 아니다. 그것은 다른 것이다. 그것은 제물을 변질시키고 파괴하고 죽이는, 하지만 그것을 방기하지 않는 희생제의와 비슷하다. 마네의 캔버스들에서 주제는 파괴되기보다 추월된다. 그것은 벌거벗은 회화를 위해 무효화되기보다 그런 회화의 벌거벗음 속에서 변모된다. (104)

종종 그토록 다양한 작품의 전체적 의미는 우리를 벗어난다. 그것은 그만큼 다채롭다. (106)

마네의 매력을 이루는 것은 우유부단, 주저가 아닌가? (107)

마네의 성격에는 일종의 균열, 하나의 숨막히는 우울이 있고, 이는 이탈리아 화가 데 니티스가 그의 친구 마네의 바탕을 이룬다고 보았던 밝은 성격과 공존한다. 관능은 분명 <올랭피아>의 지워진 후경에 불과하지만, 여자의 벌거벗음은 강박적 단숨함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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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가 <말라르메의 초상>을 그리던 무렵 폴 자모는 영어교사였던 말라르메의 학생이었다. 그는 초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유사함에 놀랐다. (112)

실내를 마치 푸가처럼 휘돌며 달아나는 시선. (113)

이 그림에서 일어나는 것은 그 지고의 가치를 전시하며, 이 가치는 회화의 목표와 일치한다. (113)

이 초상화는 회화의 행복한 우연 가운데 하나이다. 그것은 헛된 풍요를 벗어던진 회화의 깊이를 우리 눈앞에 펼쳐놓는다. 이 그림에서 비쳐 보이는 것은 한 세기 전부터 아틀리에를 강박처럼 넘나들고 있는, 그러나 거의 항상 포착하기가 힘든 저 지고의 가치이다. (114)

이 초상화들은 마네가 다른 친구들을 그린 초상화들과 대척점에 위치한다. 다른 친구들의 초상화에서는 예술가가 피력하는 목표와-극단에서-일치하는 투명성에 의해 성격이 완화되지 않고 있다. (115)

 

그의 회화 세계는 크게 다음 세 측면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 둘째, 그림의 주제를 파괴하는 것, 셋째, 파괴된 주제의 자리에 침묵을 수립하고 “형태와 색채의 노래”, 곧 주권의 회화를 펼쳐놓는 것. (148)

예술의 영역에 한정할 경우 인간은 크게 두 차례, 마치 양파껍질을 벗기듯 이성과 노동에서 멀어지며 사물과 유용성이 무게로부터 벗어나 주권의 차원을 향해 다가갔다. (150)

바타유가 말하는 주권은 헤겔이 “정신현상학”에서 제시한 지배권과 비교될 수 있다.

첫째, 주권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과거의 가치와 이념, 곧 전통과 규약을 이름으로 여전히 문화를 지배하는 모든 것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한다. 둘째, 주권은 이성과 유용성의 이름으로 인간의 삶을 예속시키고 무겁게 만드는 일체의 것에 대한 거부를 가리킨다. 고려해야 할 것은 바타유의 논의에서 이 두가지가 서로 뒤섞인채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146)

 

바타유는 마네를 통해 가장 비밀스러운, 가장 통찰하기 힘든 화가 가운데 한 사람을 보여주고자 했다. 마네는 오늘날 현대 회화가 우리 눈앞에 펼쳐놓고 있는, 온갖 놀라움으로 풍요로운 이 환상적 세계의 탄생을 알리기에 가장 마땅한 화가였다. (117)

 

*감상과 질문

“마네”를 읽으며 마네가 전통과 관습에서 벗어난 서민적인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삶을 보이는 대로 화폭에 옮긴다는 점에서 마네는 혁명가이고 대중의 삶에서 고귀한 것을 발견하는 마네와 이를 칭송하는 바타유의 시선에서 엘리트주의가 아닌 훌륭한 예술론을 본 듯 하다.

‘마네가 감내한 유일한 모험인 그것은 그 역사 전체가 비개인적이다.’ (36) 라고 했는데 ‘비개인적’인 마네의 성격에 대한 해석을 좀 더 명쾌하게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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