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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철학 8강 (3) 제발트<토성의 고리>

박소원 2021.11.01 15:31 조회 수 : 117

<토성의 고리>

 

-W.G제럴드*

 

* 1944.5.18. 독일 베르타흐에서 출생했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는 영국으로 이주해 평생을 외국에서 지냈고-2001.12.14. 영국 노퍽에서 사망했다. 그는 독일 작가인 동시에 독일 작가가 아니었고, 고향을 잃고 끊임없이 방랑하는 운명을 타고난 작가였다. 제발트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와 프리부르 대학교에서 독문학과 영문학을 공부했다. 1966년 영국으로 이민을 떠나 영국 맨체스터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교편생활을 시작했다. 70년대에는 노리치의 이스트 앵그리어 대학교에서 문예학을 가르치는 동시에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1988년 이스트 앵그리어 대학교의 정교수로 취임했고 같은 해, 첫 시집인 <자연을 따라,기초시1988>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는다. <현기증, 감정들1990>을 비롯한 산문집과 <이민자1992><토성의 고리1995><공중전과 문학1999>를 잇달아 출간하며 ‘수전 손택’을 비롯한 평단으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입지를 굳혀나간다.

교수, 작가, 문예비평가등 직업을 가졌다. 2000년대 들어서도 <아우스트리츠2001>를 발표하며 명성을 이어갔고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캄포 산토2003> 출간함. 독일 함부르크 대학에서 교수자격을 취득하고 영국에서 교수로 임용되었고 영국문학번역센터를 창립하기도 했다. 생전 빈프리트와 게오르크가 나치식 이름이라는 이유로 거부하며 지인들로 하여금 ‘막스’라 부르도록 했다.

 

*

<토성의 고리>는 독일어판 부제는 ‘영국 순례’이며 그 중에서도 영국 동남부 지방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여행기가 아니라 ‘인류의 역사소설’이라는 극찬을 받는 작품이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정신적 여행을 기록한 최고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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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의 고리>내용

 

영국 이스트앵글리아, 그 중에서도 서퍽 지방을 도보여행한 저자가 온 몸이 마비되는 증상으로 병원에 누워 독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서퍽 지방을 여행하면서 제발트는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의사 토머스 브라운에 대한 연구, 계몽시대 인체의 신비 탐구, 시체해부에 나선 네덜렌드 의사, 그리고 영국에서 발진한 폭격기 편대의 독일 대도시 폭격에 대한 공중전, 청어잡이에 얽힌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노벨상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선생의 소설에 등장하는 아일랜드 독립운동가 ‘로저 케이스먼트의 이야기, 폴란드 출신으로 <암흑의 핵심>을 발표한 조셈 콘래드의 꿈에 그리던 선장이 되어 ‘콩고 여행, 레오폴드 국왕의 사유지이자 식민지였던 벨기에령 콩고에서 진보의 세기를 완수하겠다는 미명아래 ‘십자군의 기획’이라며 자행되는 갖가지 악행, 이것을 직접 목격한 지식인 콘래드는 몸과 마음이 병들게 되었음을 진술한다.

케이스먼트는 흑인을 상대로 한 백인 식민주의자들의 악랄한 착취를 서구 사회에 폭로한다. 케이스먼트는 영국의 적국이었던 독일과 협력해 가면서까지 조국의 독립운동을 시도, 하지만 영국정부에 의해 국가반역죄로 사형을 당하고, 그가 남긴 동성애 연대기가 폭로되기에 이르렀다. 아프리카 대륙과 유럽을 거쳐 동양으로 넘어간다. 1840년 아편 전쟁 이후 서구 열강의 중국 침탈,청나라 내부에서 벌어진 태평천국의 난 시절에 개입한 서구 제국주의 세력이 청나라 황제의 이궁이었던 원명원을 방화, 약탈한 사건에 대한 언급도 있다. 작가는 산업혁명으로 축적된 무한대의 이윤 추구를 위한 자본의 전세계화는 선교사(종교) 군대(무력)를 앞세운 제국주의의 형태로 진행됐다.

동부해안에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이 가장 위태로웠던 1940년 5월 독일 베어마흐트의 상륙을 필사적으로 막기 위한 <싱글 스트리트> 프로젝트가 가동되었다는 음모론. 위대한 덩케르크 철수작전으로 훗날 전제 역전을 위한 반격의 계기가 되었던 점, 30만 명 이상의 정예병이 덩케르크에서 막강한 나치 독일군에게 포위 당한 현실. 그 앞에서 영국은 독일군의 상륙을 막아낼 능력이 전무했다. 영국 동부 오포드니에서의 신경가스 혹은 대량살상무기들이 배치되었으며, 영국공병대원들이 모종의 작전을 수행하다가 전몰했다는 진위를 알 수 없는 소문들이 난무했다고 한다.(21년 10월 31일 네이버 blog “레삭매냐”검색-내용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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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장소라면, 헤테로토피아는 현실에 존재하는 유토피아적인 장소라 할 수 있다. 본래의 장소가 지닌 유토피아적 의미가 점차 사라지면서 그 불안을 그 결과로 근대의 문학은 존재의 불안이라는 정서를 드러내게 되었으며, 메우기 위해 유토피아적 이상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냈다. 유토피아가 ‘장소 바깥에 있는 장소’라면 헤테로토피아는 모든 장소들과 절대적으로 다른 ‘반(反)공간(contre-espaces)’이자 ‘이의제기’의 장소라는 것이 미셸 푸코의 핵심 논지다. W.G제럴드의 <토성의 고리>목차에 나타난 헤테로토피아의 장소들은 가령; 병원, 기관차,궁전,해수욕장, 해변, 묘지, 공항, 수용소, 바다, 아일랜드, 블라이드강, 들판, 공원, 유년시절의 방, 다른 땅, 성전, 무덤,박물관,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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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키루스(고대 페르시아를 세운 왕)의 ‘정원’을 다룬 논문에서 그는 규치적인 사각형의 꼭지점과 그 대각선이 교차하는 점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다섯눈모양(Quincunx)에 대해 서술한다.(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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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미터가 넘게 치솟은 세쿼이아가 있는가 하면, 희귀한 시커모어의 가장 멀리 뻗은 가지들은 잔디밭으로 내려앉다가 땅과 만나는 지점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고 위로 자라기 시작하여 완전히 ‘새로운 순환’을 시작하고 있었다. 플라타너스 일종인 이 나무는 동심원을 그리며 물에서 퍼져가는 파문처럼 사방으로 번져가 주위를 정복한 뒤에는 서서히 힘을 잃고 너무 빽빽해진 나머지 ‘안으로부터 궤멸되어가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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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학창시절 마지막 몇 년과 그디의 도제시절에 온통 그의 관심을 사로잡았던 것이 1940년부터 이스트앵글리아 일대에 세워진 ‘예순일곱개의 비행장에서 독일을 향해 수행된 공중전’이었다고 말했다. 이 작전의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지금은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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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비행편대만 해도 작전이 수행된 천구일 동안 10억 갤런의 가솔린을 소비했고, 73만 2000톤의 폭탄을 투하했고, 거의 구천기의 비행기와 ‘오천명의 병사를 잃어’버렸어요. 저녁마다 폭격기 편대가 써머레이턴을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매일 밤 나는 잠들기 전에 독일 도시들이 불길에 휩싸이고, 화염이 하늘을 뒤덮고, ‘생존자들이 폐허 속에서 이리저리 몸을 숨기는 모습’을 그려보았지요.(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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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파괴되었다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그 도시의 이름을 찾아보았습니다. ‘브라운슈바이크’,‘뷔르츠부르크’,‘빌헬름스하펜’,‘슈바인푸르트’,‘슈투트가르트’,‘포르츠하임’,‘뒤렌’ 그밖에 수십개 도시를 그렇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결국 독일 전체를 암기했고, 그 나라는 내 머릿속에 낙인처럼 찍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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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막 둘러보기 시작하는데, 정찰을 마치고 돌아오던 비행기 두 대가 짐작건대 순전히 들뜬 기분 때문에 써머레이턴 영지 위에서 서로 ‘공중전(dag fight)’을 시작하는 게 보이더군요. 우리는 유리로 덮인 조종석에 앉은 조종사들의 얼굴까지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으르렁거리는 엔진 소리와 함께 비행기들은 청명한 봄 하늘에서 서로 뒤쫓기도 하고 나란히 날기도 하더니 상승할 때 두 비행기의 날개 끝이 서로 닿았습니다. 마치 ‘다정한 게임’처럼 보였는데, 바로 그 순간에 갑자기 ‘비행기들이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

윌리엄 헤이즐과 헤어진 뒤 써머레이턴에서 로스토프트까지 국도를 따라 걸어가는 데는 거의 한시간이 걸렸는데, 도중에 나는 마치 방어시설을 갖춘 하나의 도시처럼 평원에 서 있는 ‘블런드스턴 감옥’을 지나쳤다. ‘그 감옥’에는 대개 ‘천이백명가량의 복역수’가 ‘수감’되어 있었다.(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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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 자본주의에 모든 것을 걸었던 대처 남작의 집권기간 동안 점점 부풀어올랐던 이 희망은 결국 투기광풍으로 ‘변질되더니’ 완전히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손실은 처음에는 지하의 화재처럼 이어서는 들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고 보트 ‘조선소’와 ‘공장이 하나둘씩 문을 닫았’으며, 결국 로스토프트가 내세울 것이라고는 영국 지도의 가장 동쪽을 표시하는 지점이라는 사실만 남게 되었다.(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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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도시의 여러 거리에서는 한집 건너 한집이 매입자를 찾고 있고 기업가, 사업가, 개인 들이 갈수록 ‘불어나는 빚더미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으며, 매주 이런저런 실업자, 파산자 들이 목을 매고, 벌써 ‘주민의 4분의 1이 문맹’이며, 갈수록 ‘불어나는 빈곤의 끝’이 어디인지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나는 사전에 이런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로스토프트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덮친 황량함에는 미처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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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도시의 중심가에 도착하여 도박장과 빙고 홀, 마권 판매소, 비디오 가게, 열린 문 안쪽 어두운 실내에서 맥주의 신냄새가 퍼져나오는 펍, 싸구려 가게들, 그리고 바다의 여명, 해변의 수집가, 밸모럴, 앨비언, 레일라 로레인과 같은 이름을 내건 미심쩍은 숙박업체들 외에는 아무것도 더 볼 것이 없음을 확인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일이기 때문이었다.(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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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해변’을 지나 녹색 젤리처럼 펼쳐진 ‘바다’로 접어들 무렵, 나는 이런 고도에서 우리 자신을 내려다보면 ‘우리가 우리의 목적과 결말에 대해 얼마나 아는 것이 없는지’가

끔찍하리만큼 분명해진다는 생각을 했다.(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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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코르제니오프스키는 1863년 여름, 사촌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볼로그다는 오로지 늪 구덩이일 뿐이며, 거리와 길은 쓰러뜨린 나무줄기로 만들어져 있다. 집들, 심지어 판자로 엮어 알록달록하게 색칠해놓은 ‘지방 귀족의 저택’까지도 진창 한가운데 말뚝을 박고 세워놓은 것들이다. 주위의 모든 사물이 가라앉고 썩고 문드러져가고 있다.(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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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없는 골방’에 들어가 초록색 등불이 비추는 작은 책상에서 숙제를 했다. 공책과 두 손에 묻은잉크 자국들은 그의 심장 속에 숨은 두려움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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