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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은 서로 돕는다(2005, 르네상스)』 제1,2장 동물의 상호부조

 

0. 서문

 

크로포트킨이 북아시아 지역을 관찰하면서 확인한 두드러진 특징은 개체 과잉이 아니라 개체 과소였다. 개체 과잉 상태에서는 어김없이 상호부조와 상호지원이 이루어졌고, 먹이 부족 사태가 되면 그 시련을 벗어나는 네 모든 기력과 건강을 소진하며, 그런 경쟁의 시기에는 종의 진화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상호부조는 각 개인이 빌린 힘을 무의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며, 각자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과 밀접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 또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의 권리도 존중해주는 의식, 즉 정의감 혹은 평등 의식을 무의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1. 동물의 상호부조

 

 

생존경쟁

다윈과 월리스(1823~1913)는 생존 경쟁 개념을 과학에 도입하였다. 이 개념을 통해 광범위한 현상들을 단 하나의 개념으로 일반화할 수 있게 되었다(26). 그러나 다윈 자신은 [인간의 유래]에서 이 용어를 구체적인 목적에 따라 좁은 의미로 썼으며 이를 과대평가하지 말라고 추종자들에게 경고했다. “가장 협력을 잘하는 구성원들이 가장 많은 공동체가 가장 잘 번창하고 가장 많은 수의 자손을 부양한다.”

 

 

그러나 이런 언급들은 생존 경쟁을 예시할 목적으로 수집된 근거들에 의해 무시되고 말았다. 게다가 다윈 스스로도 맬서스식의 투쟁 개념과 유사한 언급을 곳곳에 남겼다. 허버트 스펜서는 생존 경쟁 개념의 폭을 넓히려 하였으나 다윈의 추종자들은 이 개념을 가장 협소하게 제한하여 동물의 세계를 반쯤 굶어 서로 피에 주린 개체들이 벌이는 끝없는 투쟁의 세계로 여기게 만들었다. 유사한 자연관은 헉슬리의 저작에서도 발견된다.

 

 

이와 대립적으로 루소는 사랑, 평화, 조화를 자연에서 다시 발견했다. 물론 루소는 자연세계에 존재하는 필사적인 싸움을 도외시하는 실수를 범했지만, 역으로 헉슬리는 정반대의 실수를 저질렀다. 따라서 루소의 낙관론, 헉슬리의 비관론 모두 자연을 공정하게 해석했다고 받아들일 수 없다.

 

 

상호부조-점진적 진화의 중요 요인이자 자연 법칙

실험실, 박물관이 아니라 자연에서 직접 동물을 연구하게 되면 같은 종이나 같은 집단에 속한 동물들끼리는 서로를 부양하며 보호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척추동물들, 개미와 꿀벌, 새들: 사냥 및 어획 군집

상호부조는 가장 하등한 동물들 사이에서도 발견된다. 흰개미, 개미, 꿀벌이 대표적이다. 딱정벌레의 경우 송장벌레들끼리 서로 돕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송장벌레가 애벌레를 먹이려면 부패하는 유기물이 있어야 하는데 쥐 같은 동물 시체를 혼자서는 땅 속에 묻을 수 없다. 송장벌레들은 대체로 고립된 생활을 하다가 이런 경우 여러 개체들이 힘을 모아 작업을 한다. 비슷한 현상이 쇠똥구리, 서인도 제도나 북미에 사는 참게들에서도 발견된다.

 

 

개미들 사이에서는 먹이를 달라고 요청하면 나눠주는 것이 의무다. 만약 먹이를 충분히 먹은 개미가 동료들에게 나눠주기를 거절한다면, 그 개미는 적보다 더 나쁘게 취급된다. 만약 어떤 개미가 적에 속한 개미에게 먹이를 주었다면, 그 개미는 적들의 동료들에게 친구로 대접 받는다. 꿀벌도 마찬가지다. 물론 벌들 사이에도 게으르거나 약탈하는 부류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본능은 자연선택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거된다. 왜냐면 약탈 성향을 지닌 개체들보다 연대를 실천하는 종을 발전시키는 것이 훨씬 더 유익하기 때문이다.

 

 

맹금류에서도 상호부조가 나타난다. 흰꼬리독수리, 브라질산 솔개, 브라질산 검은 수리, 붉은 목매, 황조롱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공동으로 사냥을 하고 먹이를 먹는 일은 조류계에서는 매우 흔한 습성이다.

 

 

학, 앵무새들

앵무새는 다른 새들의 집단과도 잘 지내며, 놀라운 지능과 신중함, 상황대처능력, 그리고 상호애착의 모습들을 보인다. 인간을 제외하고 앵무새를 공격할 수 있는 맹금류나 포유류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긴 수명을 가지는데 이 또한 집단생활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다.

 

 

2. 동물의 상호부조(2)

 

 

번식 군집, 가을 군집, 포유류: 소수의 비사회적인 종들, 늑대, 사자 등의 사냥 군집, 설치류, 반추동물, 원숭이들이 집단

포유류 또한 집단을 이루지 않는 종보다 사회생활을 하는 종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많은 초식동물에게서 발견되며 육식동물들에게서도 발견된다. 사자, 족제비, 늑대, 재칼, 하이에나, 여우 등이 대표적이다.

 

 

생존경쟁 속의 상호부조

에드몽 페리에(Edmond Perrier)가 [동물 군체]에서 발전시킨 이론에 따르면 동물계의 진화의 기원은 군체다. 자연세계의 다양한 양상들은 사회생활에서 얻어진 결과이고, 군집 생활의 보편성을 뒷받침해주는 확실한 증거들이 있다.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집단적인 정의감, 도덕 감정, 감수성은 이런 사회생활에서 발생한다.

 

 

종들 내에서 생존경쟁을 입증하기 위한 다윈의 주장

생존을 위한 경쟁이 발생한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어느 정도로 경쟁이 일어나는지, 또 동물계의 진화에서 경쟁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여부다. 다윈은 종종 동물들이 최대한 과잉 분포되어 있는 상태를 가정한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실제적인 증거를 그의 저작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이른바 중간 고리들의 절멸, 과잉번식에 대한 자연의 통제

다윈주의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동물들은 과잉 분포되어 있고, 새로운 변종의 출현은 기존 개체들의 절멸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자연계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새로운 변종의 출현은 주변의 개체들과의 경쟁에서 발생하기보다는 대부분의 경우 새로이 거처를 옮기고, 새로운 종류의 먹이에 적응하면서 나타난다. 이 모든 경우 절멸도 경쟁도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가 스펜서, 라마르크주의자들, 다윈을 따라 종의 변화에 미치는 환경의 영향력을 인정한다고 해도 중간 형태의 절멸은 필연적이지 않다.

 

 

생존경쟁의 주요 논거는 멜서스에게서 차용한 ‘산술적 논거’이다. 그러나 이 논거는 경험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지난 80년 동안 출생률이 6%인 남동 러시아의 마을에서 거주민들 사이의 생존 경쟁은 발생하지 않았다. 성인이 되기 전에 100명중 83명은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사람의 경우가 이렇다면 동물의 경우는 더 말할 여지도 없다.

 

 

자연계에서 경쟁의 배제

자연적 조건에 의해 일정 수준 이하로 동물의 개체수는 감소하므로 경쟁은 정상적인 조건이라고 하기 힘들다. 동물들의 숫자는 경쟁 때문에 낮게 유지되는 게 아니라 혹독한 자연환경(폭풍, 홍수, 급격한 기온변화 등)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갑작스런 기후의 변화, 전염병 등의 사례들을 보면 경쟁이 진화에 중요한 요인이 아님을 드러내준다. 다윈주의자는 이에 대해 “생의 어떤 기간에” 생존경쟁이 발생하고 이 시기의 적자만이 살아남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예외적인 한파나 온도의 변화, 홍수가 일어나는 기간에 자연선택으로 살아남았다면 이 개체는 가장 강한 것도, 가장 건강한 것도, 가장 지능적인 것도 아니다. 이들은 그저 모든 종류의 결핍을 최대한 인내하는 능력을 지녔을 뿐이다. 시베리아 소는 추위, 굶주림에 강하지만 지능 발달도 느리고 우유도 유럽소에 비해 절반 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상호부조와 상호지지를 통해서 경쟁이 제거되면, 더 좋은 조건들이 창출된다. 개미들은 저장물들을 모아두면서 경쟁을 피하고, 많은 설치류들은 경쟁이 시작되어야 하는 시기가 되면 아예 잠들어버린다. “경쟁하지 말라! 경쟁은 항상 그 종에 치명적이고 경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많다!” 이 말이야말로 항상 완전하게 실현되지는 않지만 자연에 항상 존재하는 경향이다. “그러므로 결합해서 상호부조를 실천하라! 이것이야말로 각자 그리고 모두가 최대한의 안전을 확보하고 육체적으로, 지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살아가고 진보하는 데 제일 든든하게 받쳐주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 개미 사례에서, 협력하지 않는 교활한 개체에 대해서는 적보다 더한 응징을 가하는 일종의 팃포텟(?)을 한다고 한다면, 상호부조, 상호지원 시스템 유지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이런 요소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로포트킨은 자연도태되는 것처럼 표현했지만, 그런 요소가 없다면 이기적인 개체의 집단 내 번식을 막기 힘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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