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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것들의 존재론/3, 4장

진희 2021.06.10 15:28 조회 수 : 74

3장 장애자

장애자를 보고 장애에 눈이 매인다면 존재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존재는 장애자라는 존재자가 아니며 그가 앉아 있는 휠체어, 그 휠체어에 들어간 바퀴와 버팀쇠, 그 바퀴를 만든 공장의 기계와 노동자, 그 고무를 채취한 이들, 그 고무나무를 키운 땅과 미생물, 그가 오늘 먹은 밥, 그 밥을 지은 이, 그 밥과 반찬의 재료, 그 재료를 키운 햇빛, 비, 바람 등 존재는 어떤 존재자를 존재하게 해 주는 이 모든 것의 거대한 연쇄다. 이 거대한 연쇄 안에서 우리 모두는 혼자 고립되어 존재할 수 없는 이상, 서로에게 ‘폐’를 끼치며 존재한다. 장애자만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니다. 돈은 ‘폐를 끼친다’는 사실을 지운다. 내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돈을 지불할 때 나는 폐를 끼친다는 사실을 지운다. 자본가도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하면서 폐를 끼친다는 사실을 지운다. ‘나’든 ‘자본가’든 존재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게 된다. ‘폐’는 남이 피하고 싶어하는 것을 그에게 주는 것이란 점에서 ‘주는 것’이다. 그것은 부정적인 무엇을 주는 것이며, 주는 방식으로 무언가를 받는 것이다. 장애자는 이런 가져감이 피할 수 없는 것임을 보여준다. ‘존재’는 이런 가져감 이전에 항상-이미 존재함을 보여준다. 가득찬 비어 있음. 우리는 이 존재의 차원에서(타자들의 거대한 연쇄) 타자들에게 폐를 끼치고/주며 무언가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존재는 존재자에게 존재를 준다. 이것은 선물이다. 모든 존재자는 타자(들의 연쇄)에게 폐를 끼치고 타자들로부터 존재라는 선물을 받고 또 준다. 이 거대한 연쇄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이 세계 속에는 불화와 갈등이 있다. 불화와 적대 속에서도 존재는 선물이다. 존재는 장애를 선물하고 적대와 갈등, 불화를 선물한다. 불편함과 불화의 문턱이 어떤 존재자를 장애자로 만든다. 장애는 어떤 환경과 불화할 때 나타난다. 혁명은 문턱을 제거하려는 집합적 운동이다. 문턱을 따라 패인 홈을 제거하여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는 매끄러운 공간을 창출하려는 시도. 혁명은 근본적으로 탈영토화 운동이다.

 

4장. 박테리아

-존재와 생성 : 존재자의 존재는 ‘지속’의 형태로 포착된 생성이다. 존재의 본질은 생성, 따라서 생성만이 존재한다. 존재는 하나의 동사적 사건이다. 생성은 어떤 만남이나 충돌에 의해 하나의 상태로부터 다른 상태로 이행하는 것이다. 생성을 통해 존재자의 존재를 사유한다는 것은 이질적이고 우연적인 만남, 실수나 실패에 의해 엉뚱하게 표류하는 선을 그리며 외부성을 항상-이미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기원의 순수성은 환상이다.

-개체화와 개체성: 19세기 중반 세포가 발견되면서 유기체는 나눌 수 없는 것이길 중단했다. 유기체는 분할가능한 것들의 거대한 집적물이다. 복수의 요소가 만나 하나의 개체를 이루는 사건, 그것이 개체화다.

-박테리아의 평면 : 가장 고등한 생물이라 확신한 인간 자신은 사실은 하등한 동물들의 거대한 집합체, 박테리아들의 거대한 공동체다.

-공생과 공동성 : 공생은 서로가 상대방에게서 얻을 것이 있고 줄 것이 있을 때 발생한다. 함께 움직이는 것, 무언가를 주고 받는 관계의 지속은 어떤 공동성을 수립한다. 개체가 존재할 때 에너지의 항상성과 함께, 개체의 요소들이 하나처럼 공조하여 움직이는 리듬의 안정적 패턴을 형성한다. 이때 리듬의 안정성에 의해 진행되는 개체화는 항상 외부로 열려 있다. 이 외부(이질성)를 배제할 때, 기관화되지 않고 개체화(복수의 요소가 만나 하나의 개체를 이루는 사건)에 가담할 수 있는 길은 폐쇄된다.

-면역과 개체성 : 침입자인 병원균으로부터 나를 방어하는 전쟁이라는 면역관념은 나에게 필요해 이식된 장기를 격렬하게 공격한다는 사실에서 수정되어야 했다. 결국 면역계는 나와 나의 외부를 구별했지만, 나(자기)는 언제나 외부적인 요소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열려 있고 가변적이다. 자아는 불변의 실체가 아닌 것이다.

-면역능력과 면역계 : 우리 몸의 표면에 살지만 병을 일으키지 않는 세균이나 곰팡이를 ‘노말 플로라’라고 한다. 이것은 공생관계를 형성한 외부자들의 집합이다. 면역은 공생능력과 결부된 것 같다. 면역력이 크다는 것은 외부자의 폭, 이질성의 폭이 크다는 것이다. 건강한 상태는 외부자들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수용하면서 신체의 항상성이 교란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질병은 숙주와 기생체가 서로 적응하는 과정이며 치유란 서로의 공생, 공존이 시작되었음을 뜻한다. 외부자들에 대한 공격적 방어체계는 이질성을 수용할 수 없는 인간의 무능력에서 기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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