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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철학] 3강 발제 : 빌러비드 & 니나 시몬

유택 2021.09.26 17:13 조회 수 : 172

빌러비드 & 니나 시몬

 

소설이 너무 안 읽혀서, 우선 오프라 윈프리가 세서 역할을 하는 영화 ‘비러브드Beloved’를 봤습니다. 영화가 거의 3시간이어서인지, 제가 봤을 때 큰 누락없이 영화안에 소설의 내용이 많이 반영된거 같았습니다. 특히 소설속 따옴표 대화들은 영화에서 거의 대부분 그대로 나왔고요.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며 소설을 읽으니 그나마 읽히더라고요. 저자가 얼마나 이 소설을 힘들게 썼을지 생각하라는 선생님의 일갈과 이미 다 읽었고 너무 좋았다라는 김피디님과 반장님의 말이 없었다면 아마 이 소설을 끝까지 다 읽지 못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니나.jpg

특히 소설을 읽으면서 니나 시몬의 음악들을 줄곧 들었는데요. 이 소설과 참 어울리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니나 시몬의 노래중에 “Ain’t got No, I got Life”가 있는데요. 노래 멜로디는 경쾌한데 가사말이 사람 심금을 울립니다. 니나 시몬의 넷플릭스 다큐를 보면, 니나가 미국 사회의 흑인이라는 정치적 각성과 흑인 인권 운동에 깊이 관여될수록 점점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특히 외형적인면에서 전형적인 흑인의 자연스런 짧은 곱슬머리로…! 특히 이혼 후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로 이주, 거기서 몇 년간 살다가 돈이 없어 다시 유럽으로 이주. 1976년 스위스 몽트뢰 콘서트에서 청중(나름 팬일텐데)에게 나 연주하는데 왜 서 있냐며 앉으라고 정색하며 고함을 치는 장면은 정말 압권! 청중 대부분이 백인이었지요. 다큐에서도 어릴적 피아노 연주회를 하는데 부모님이 흑인이라 뒷자리로 배정. 부모님을 앞자리로 옮겨주지 않으면 연주하지 않겠다고 했던 니나 시몬이였으니까요.

미국 남북전쟁.jpeg

이 지도를 가져온 이유는, 제가 지리에 관심이 참 많거든요. 소설속에 나오는 지명들을 구글 지도로 일일히 다 찾아봤습니다. 폴디의 동선, 세서의 동선 등등. 그러다보니 북부와 남부의 경계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 지도를 첨부했습니다.

우선, 소설 배경이 1873년이라고 나오는데요. 찾아보니 남북전쟁이 1861~1865년. 그렇다면 이 소설 속 흑인들 일단 법적으로 모두 해방된 상태로 봐야 하는건가요? 법적으로 노예해방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가지각색이었겠지요? 특히 이 소설의 모티프가 되었다는 ‘마가릿 가너’ 영아(자기 딸) 살해 사건 (1856년). 결국 그녀의 죄목은 ‘살인죄’가 아니라 ‘절도’ 였다고. 동시에 프랑스 1789년 단두대에 선 ‘올랭 드 구주’에 대해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내가 단두대에 공개 처형된다는건 프랑스 시민이라는 말인데 여성인 나는 과연 시민인가. 시민이었으면 투표할 권리 정치할 권리가 있어야 하지 않나 등등을 말했다고 하던데요. 흑인 노예는 사람이 아니라 노예주인의 재산. 그래서 결국 살인죄가 아니라 절도죄. 이 소설을 단지 흑인 노예의 가슴 아픈 이야기로 읽는 것은 어리석은 일(463쪽)이라고 번역자가 말했는데요. 전 흑인 노예들의 비참했던 삶만 강하게 느껴졌어요.

이번 수업의 키워드가 ‘유령’인데요. 빌러비드가 유령이겠고요. 데리다가 ‘맑스의 유령들’에서 무슨 말을 했을지 궁금합니다. 유령은 존재하는가? 유령은 산 사람들의 끊질긴 기억에 의해 만들어지는 허망한 환영 아닐까요? 그렇다면 기억되어지지 않고 말해지지 않는다면 유령은 출몰할 수 없을테고 그렇다면 존재하지 않는거 아닐까요? 그런데 만약 망각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그래서 현재와 미래가 과거에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면 유령이라는 이름의 환영은 언제라도 불쑥불쑥 우리에게 찾아올테고 현재의 우리는 그것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이 질문들이 수업 시간에 제가 집중해서 듣고 생각해봐야 할 지점들인거 같습니다.

핼리(세서의 남편)은 왜 세서가 백인남자들에게 성폭행 당할때 다락에서 꼼짝 못한건가요? 단순히 재갈이 물리고 묶여 있어서 인가요? 그리고 그 남편으로써 아내 성폭행 목격 충격으로 단순히 미친거라고 봐야 하나요? 소설에는 이런 저런 설명이 없이 섬세하고 부드럽고 착한 남자였다 정도의 묘사만 있었던거 같습니다. 성처받기 쉬운 남자? 과거-현재를 넘나드니까 좀처럼 이해가 잘 안되더라고요. 이렇다 저렇다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아침 먹고 싶나 검둥이?” 무릎을 끓은 죄수들 중에는 간혹 간수의 포피를 물어뜯어 예수님께 가져가는 대가로 머리에 총알이 박히는 쪽을 선택하는 이도 있었다 (p 182) 이 부분이 흑인 남자 노예들에게 백인남자들이 강제 오럴섹스를 시키는 부분을 묘사하는건가요?

빌러비드는 왜 폴 디 아저씨와 성관계를 하려고 했나요? 빌러비드는 왜 폴 디 아저씨를 내쫓고 싶어하지요? 세서의 사랑을 독차지 하려고? 나중에 빌러비드는 왜 임신한 몸이 되는거죠? 폴 디의 아이를 가진거라고 봐야 하나요? 제일 미스터리한 캐릭터가 빌러비드였습니다.

왜 마을 사람들은 베이비 석스 집으로 백인 무리가 도망 노예를 잡으러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알려주지 않은걸까요? 책에서는 베이비 석스가 너무 ‘흥청망청’ 배풀면서, 성녀 코스프레 하면서, ‘오바’했기에 사람들의 시기질투를 사게 됐고 미움을 받게 된거라고 설명했던거 같은데요. 혹시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걸까요? 그걸로는 좀 설명이 부족한거 같아서요.

소설의 마지막, 백인 남자 보드윈씨가 덴버를 데리러 124번지로 오는 장면. 착한(?) 보드윈씨를 도망 노예를 찾으러 온 백인 주인으로 세서가 착각하잖아요. 자기 딸을 노예주인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딸을 죽이는게 아니라, 이제는 오히려 버선발로 달려나가서 얼음송곳으로 그 백인 남자(노예주인을 상징함)를 죽이려 들잖아요. 빌러비드를 만나고 세월이 흐르고 달라진 세서로 이해해도 좋을까요? 누구 좋으라고 내가 내 딸을 죽여야 해? 좀 더 제 식으로 확장해서 말하자면… ‘누구 좋으라고 내가 우울해야 해?’ ‘누구 좋으라고 내가 찌그러져 있어야 해?’ ‘힘들어도 니가 더 힘들어야 하고 죽어도 니가 먼저 죽어야 한다’는, 제 삶의 신조를 세서가 실천하는 것처럼 보여서 통쾌했습니다.

흑인들의 가슴 아픈 역사와 미국 사회에서 흑인이라는 정체성. 아직도 여전한 인종차별. 인종간 화합의 시대로 전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막상 실제 미국 여행가서 보면 여실히 느껴지는 흑백분리. 흑인으로 산다는 것, 흑인의 삶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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