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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물론 1강 후기

람다 2022.03.18 17:50 조회 수 : 73

안녕하세요, 이희주입니다. 늦어도 다음 달 안에는 이름이 변경될 예정이라 개명 예정인 이름으로 올립니다. 

 

어떻게 써야 할지 양식을 잘 몰라 기억이 희석되기 전에 쓸 수 있는 만큼 써 보겠습니다. 15여 년 전부터 저는 유물론자는 아니라고 반쯤 확신하며 살았습니다. 신춘수의 「꽃」을 읽으며 불리기 이전의 꽃은 꽃(이름이 아닌 존재로서)이 아닌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몹시 불쾌해하기는 하였으나, 물질이 물 자체Ding an sich로 기능할 수는 없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식 가능한observable 세계만 인식recognize할 수 있다는 인식이 앎knowledge의 첫 관문이라 생각합니다. 인간이 사물matter을 볼 수 있는 것은 빛을 사물이 반사하기 때문입니다. 빛을 투과하는 것은 볼 수 없습니다. 인간이 사물을 만질 수 있는 것은 사물이 물질을 반사하기 때문입니다.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침입 혹은 일치를 거부하는 순간 객체object가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하먼의 네 가지 논점은 어쩐지 말장난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것을 불투명 유리 밖으로 던져 넣고 어차피 인간은 진짜real를 실루엣과 소리로 추리할 수밖에 없으니 유리창만을 인정해야 한단 말처럼 들립니다. 들뢰즈에겐 얇은 커튼이겠죠. 움직이고 섞이고 냄새가 흘러나오는 역동적인 막이라면, 하먼은 소통의 여지를 차단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차단이 오히려 사물matter을 객체object로 만드는 것 아닐까요? 라캉식으로 말하자면 상상계를 뛰어넘어서 실제계에서 바로 상징계로 집어 던지는 것 같다고 감히 비약해 봅니다. 물체 그 자체가 뿐만 아니라 나아가 속성property을 말한 것으로 봐서 하부구조 자체를 거부한 건 아니고, 하부구조를 파악하는 것을 일정 부분 포기했다는 감상까지 듭니다.

속성은 인간, 즉 관찰자가 부여하는 것이며 실재를 왜곡하고 있음은 동의하며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먼의 작업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객체 그 자체의 독립적인 실존’이 가능할까요? 물질이 물질 그 자체로 독립할 수 있나요? 은하 너머 항성이 갓 생성되었다면 그 빛이 닿을 때까지 수만 년간 아마 인류는 그 천체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거나 알 수 없을 겁니다. 그때까지 이 별은 인간이라는 주체에게서 독립되어 있나요? 실존할까요? 사물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요? 보고 듣고 만지고 감각하고 인식 가능한 모든 것? 공기는 실존할까요? 시공간은 비어있지 않습니다. 수많은 입자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이 입자들이 소리의 파동을 전달해 주기 때문입니다.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감각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대상과 닿은 순간 피부에 있는 감각 세포가 이를 인지하고 뇌로 전기신호를 보내어 해석합니다. 시각, 청각도 마찬가지로 전기신호로 뇌에 전달되고 해석됩니다. 여기에서 여러 학계와 학자 사이에 여러 주장과 논란이 있습니다만, 하먼에게 있어 인간과 실재, 주체와 객체는 어떻게 구분되는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자의식(자아 조자아를 포함한 의식 자체)을 제외하고는 모두 객체일까요? 혹은 인간 그 자체도 객체로 밀려나는 걸까요. 아직은 의문밖에 들지 않습니다.

하먼 또한 객체를 객체로만 두지 않고 관계로 표현합니다.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로요. A가 B를 일으킨다면, 인과 관계 속에 있다causality, 효과를 낸다effect고 판단하는 것은 주체입니다. 주체만이 A와 B가 관계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반론이 있겠으나 저는 현재까지 그렇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첫 번째 강의에서 짧게나마 접한 바로 하먼의 태도는 어쩐지 유물론과 관념론에 한 발씩 걸치고 있는 듯 기이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너무 피상적으로 대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왜곡된 실재밖에는 볼 수 없으니 내부를 향한 시도는 무의미하단 패배론으로 보였습니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본 것 같네요. 감상문은 처음 쓰고 있어서 아직 감을 잘 잡지 못해 항상 쓰던 형식으로 썼는데 어떻게 받아들이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책을 끝까지 이해하면 감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요. 아마 자신의 무지를 욕하며 이 글을 삭제하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조소와 후회는 성장의 증거이니까요. 여름이 한창일 때 깔깔 웃으며 이 글을 보게 될지도 모르죠. 그때를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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