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원자료 :: 인사원의 과제ㆍ후기 게시판입니다. 첨부파일보다 텍스트로 올려주세요!


메를로-퐁티와 체화된 시적 사유

하이데거가 시적 사유를 통해 세계의 일어남을 일깨우려고 한 것처럼 춤추는 자는 운동을 통해 세계에 대한 긍정을 불러온다.
현대무용가 마사 그레이엄(Martha Graham)은 평생 춤을 추며 살아 왔다. 그레이엄은 춤을 ‘삶’에 굴복하는 한 형식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한 굴복이 안락함을 보증해 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불쾌하고, 비극적이거나 심지어는 끔찍한 무아지경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레이엄이 하이데거를 넘어서는, 그리고 하이데거와는 다른 부분은 춤이 체화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단순한 말함이나 사유가 아니라 행함이다. 복종은 운동과 신체를 통해서 주어진다.
체화된 시적 사유는 세계가 우리를 접촉하는 모든 방식을 통해 세계를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한가지 방식이다.

지각장(The Perceptual Field)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사유는 핵심적인 회상에의 사로잡힘을 통해 시작된다. 후설과 하이데거가 세계와의 근원적 접촉을 드러내려고 했던 것처럼, 메를로-퐁티의 작업은 우리 주위의 세계와 우리가 마주치는 데 이르는 방식을 드러내려고 한다. 이것은 객관적 세계에 앞서는 체험의 세계로 귀환하는 것이고 주체성이 역사 안에서 그 고유성을 되찾는 일이다.
일차적으로 ‘객관적’ 세계를 선-반성적인 것에 후행하는 것으로 설정하려고 한다. 그는 이를 지각적 의식에 대한 탐구를 통해 수행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지각 안에서 과거는 일깨워지고 현재에 집중하게 된다. 지각은 한 존재자를 정립하는 일에 앞서는 존재방식이자 ‘체험’이다. 그것은 언제나 한 ‘장’의 일부를 형성한다. 지각은 우리를 한계에 이르게 하면서 동시에 우리가 움직이거나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지각장(The Perceptual Field)은 이런 “전체 지각의 맥락”이다.
메를로-퐁티는 뇌의 손상을 입은 슈나이더라는 독일인 환자의 예를 드는데 인지 불능의 특성을 가진 사람인 슈나이더는 그의 지각장 내에서 의미를 탐지할 수 없다. 세계는 그에게 그저 감각적 입력의 혼란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지각장을 가진 사람은 주위 환경 안에서 의미와 의미작용을 탐지할 수 있다. 메를로-퐁티는 지각장 내에서 일련의 문화적, 감각적, 그리고 자성적 단서와 공명하는 구조의 대상을 하나의 환경 안에서 탐지하는 능력을 ‘지향적 호(Intentional Arc)’라고 명명했다.

신체

지각은 일군의 주어진 것을 따라 단번에 창조하는 작용, 즉 주어진 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발견하는 작용일뿐만 아니라 주어진 것이 의미를 가지게끔 하는 작용이다. 그는 신체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나는 세계를 향해 일어나는 하나의 신체다.” 라고 주장하며 열린 세계의 받아들임으로써의 신체를 강조한다. 그는 인간이 행위자와 의식이 주위세계로의 인간의 체화된 참여를 통해 규정되는 유효한 신체 주체라고 하였다. 또한 성(性)의 역할을 강조하며 성의 ‘지향적 호’가 더 큰 전체 안에서의 우리의 지각장을 기능적으로 주조할 수 있다고 보았다. 메를로-퐁티의 사유가 시도하는 것은 의식 주체에서 신체-주체로 행위자를 변경시키는 것이다. 재커리 심슨(Zacharty Simpson)은 메를로-퐁티의 신체에 대한 설명과 지각장을 형성하는 신체의 역할이 하이데거의 후기 시적 사유 개념에 대한 보충제가 된다고 주장한다.

세계

메를로-퐁티의 초기저술에서 ‘세계’는 우리가 구성하는 지각장에 대립하는 총체성이다. 그는 “우리 주위의 세계는 우리가 종합하는 대상들의 체계가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기획하는 것을 향해, 우리에게 개방되는 사물들의 총체여야 한다.” 고 생각했다.
신체-주체로서 체화된 지각은 지각장의 조건들에 세계나 존재를 종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한계 짓는 지각장을 현상적 실재성 내에서 열어준다. 세계는 신체가 자신을 발견하고, 움직이며, 비반성적으로 운동을 지도하는 유의미한 일련의 단서들을 만들어 내야만 ‘열린 총체’로 자신을 나타낸다.

언어와 회화

하이데거와 마찬가지로, 메를로-퐁티의 예술작품에 대한 설명은 언어 구조에 대한 분석으로 시작한다. 언어는 근원적으로 지각을 통해 탐구된 세계에 대한 표현을 향한다. 말해진 말은 몸짓, 그리고 몸짓의 의미, 하나의 세계다.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Adorno)가 Sachgehallt(Thematic Content, 주제내용)을 언급했던 것처럼 그 역시 언어 그 자체 보다는 언어가 담지하는 의미를 더 중시했다. 그의 언어 분석은 언어의 구조 자체가 언어 자체의 활동성을 통해 나의 세계로 그 언어의 수용자를 이행시킨다는 구조주의적 해석을 제시한다. 언어 내의 기호의 집합을 통해서, 그것은 발화자가 보는 것을 타자가 효과적으로 ‘보게끔’ 만든다. 그것은 상호-주관적 지각의 세계를 공유한다.
또 그는 언어보다 이를 더 가능하게 만드는 예술 장르가 ‘회화’라고 제시한다. 표현의 본질에 대한 그의 가장 중요한 작업은 특별히 폴 세잔(Paul Cezanne)의 작품, 그의 회화에 대한 분석에 농축되어 있다.

“우리는 대상들의 심연, 반듯함, 부드러움, 딱딱함을 본다. 세잔은 심지어 우리가 대상들의 향기를 본다고까지 주장한다.”

회화는 더 큰 가시성과 표현으로 자신을 넘겨주며, 이를 통해 의미작용의 공유된 세계를 더 강력하게 소통시킨다. 언어처럼, 회화는 전체적 효과를 일으키기 위해 의도된 지각적이고 시각적인 단초들의 조화이다. 회화는 지각장의 ‘통일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회화는 세계를 ‘실재적인’ 것이 되게 만드는 방식으로 감각에 관여하는 시각적 계기들의 총체를 통해 세계 안으로 보는 자를 ‘밀어 넣을’수 있다. 예술작품은 보는 자의 감각 안에서 지각이 그 고유한 신체 안에 성취되는 방식을 일깨운다.

예술과 사유의 역할, 2부

지각은 표현과 동시적으로 일어난다.
메를로-퐁티는 예술로서의 삶의 긍정적 계기에 창조적인 기여를 제안한다. 창조를 우리가 지각과 예술을 통해서 세계로 우리 자신을 유의미하게 열어 놓는 과정으로 다시 파악한다.
나는 메를로-퐁티의 사유를 접하면서 생택쥐페리(Saint Exupery)의 「어린 왕자」가 생각났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다. 메를로-퐁티는 사막 같은 세계에서 주체가 자신의 신체를 통하여 사막의 오아시스와 장미꽃을 찾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그 오아시스가 세속적인 것이건, 황홀한 것이건, 끔찍한 것인건 간에 말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에세이자료집] 2019인사원_니체 :: 너희가 니체를 알겠지?! [1] oracle 2019.01.31 664
1385 칸트 인간학 1~2강 쪽글 [1] file 담묵(상혁) 2023.03.20 51
1384 칸트 인간학 1강 쪽글 [3] 미정 2023.03.20 83
1383 칸트 인간학 쪽글(1-2강) 진영 2023.03.19 63
1382 칸트 인간학 1강 쪽글 이쿠바 2023.03.19 36
1381 칸트 인간학 1강을 마치고 [2] 현옥 2023.03.19 71
1380 <인간학> 1강 쪽글 앨리스 2023.03.19 49
1379 칸트의 인간학 제 1강의 후기 [2] 초보(신정수) 2023.03.18 101
1378 칸트의 인간학 1강 후 쪽글 진~ 2023.03.17 82
1377 [칸트의 인간학] 1강 후기 겸 쪽글 [3] 누혜 2023.03.17 107
1376 '『말과 사물』 읽기' 2강 쪽글 file 바라 2023.03.17 43
1375 [칸트의 인간학] 1강 쪽글 네오 2023.03.16 58
1374 [푸코의 말과사물 강독] 2강 쪽글-질문 사각사각 2023.03.16 33
1373 푸코의 <말과 사물> 강독 2강 쪽글+질문 오나의고양이 2023.03.16 32
1372 푸코의 <말과 사물> 강독 2강 쪽글 동현 2023.03.16 40
1371 [사변적 우화 : 새로운 동맹을 위하여] 에세이 file 탁선경 2023.02.09 86
1370 <조르주 바타유:위반의 시학> 기말에세이 file 박소원 2023.02.05 64
1369 [사변적 우화 : 새로운 동맹을 위하여] 숲은 생각한다 – 인간적인 것 너머의 풍요의 윤리 (재겸) 재겸 2023.01.31 40
1368 [사변적 우화: 새로운 동맹을 위하여] 늦은 에세이 file sora 2023.01.26 83
1367 [사변적 우화 : 새로운 동맹을 위하여] 에세이 (김재겸) [1] file 김재겸 2023.01.01 83
1366 [조르주 바타유: 위반의 시학] 기말 에세이 file 동현 2022.12.30 8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