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원자료 :: 인사원의 과제ㆍ후기 게시판입니다. 첨부파일보다 텍스트로 올려주세요!


존재의 지도(1장과 2장) 발제입니다

노을 2021.05.20 18:47 조회 수 : 155

레비 브라이언트, 《존재의 지도 : 기계와 매체의 존재론》, 김효진 옮김, 갈무리, 2020.

 

1부 기계들

1장 포스트휴먼 매체생태론을 향하여

존재는 기계들의 집합체 또는 회집체다. 기계는 현존하는 모든 존재자다. 기계는 주체와 대립되는 객체라는 관념을 깰 수도 있는 대안 용어다. 기계는 독립적인 신체에 가깝다.

(기계 = 존재자 = 객체 = 실체 = 신체 = 사물)

 

기계에 관한 일반적인 편견 세 가지

1) 모든 기계는 경직된 기계다?

기계지향 존재론을 위해서는 편견을 제거해야 한다. 첫 번째 편견은, 경직된 기계들이 기계들의 존재 자체를 망라한다는 견해다. 하지만 현존하는 모든 존재자가 기계라면, 경직된 기계는 존재하는 기계들의 아종을 형성할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모든 기계가 물질적인 것은 아니다. 예컨대 나무는 비행기 못지 않은 기계다. 경직된 기계(바위, 컴퓨터 : 변할 수 없는 것)는 모든 기계(나무, 소설 : 변할 수 있는 것)의 일부일 뿐이다.

 

2) 모든 기계는 설계된다?

두 번째 편견은, 기계가 설계된다는 견해다. 우리는 설계라는 단어를 들으면 설계하는 인간을 떠올린다. 이런 인간중심주의를 버려야 한다. 기계 중 소수의 부분만이 그럴 뿐이다. 나무는 누군가에 의해서 설계되지 않았다. 나무와 같은 기계는 마누엘 데란다가 말한 것처럼 창발을 유도하는 지향성을 갖추지 않은 다른 기계들에서 창발되었다.

(→ 마누엘 데란다의 의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게다가 인간의 의해서 제작된 예술 작품의 경우, 과연 인간의 의도대로 설계된 것인지 의심스럽다. (소설가는 그가 의도한 대로 쓰지 않았을 것이다.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설계자의 지성과 목표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사물 자체에서 생겨나는 ‘기술적 지향성’이 있다.

 

3) 기계는 목적이나 쓰임새가 있다?

세 번째 편견은, 기계가 목적이나 쓰임새를 갖고 있다는 견해다. 그러나 블랙홀 등이 쓰임새를 부여받을 수 있겠지만, 어떤 쓰임새를 자기 존재의 고유한 특질로서 갖추고 있지는 않다. 모든 기계는 다능성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에서 다능성 세포는 다양한 종류의 세포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줄기세포와 같은 세포다. 다중의 생성 역능을 갖춘 세포로,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현실화할 수 있다.

이렇듯 기계는 목적이나 쓰임새를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다른 기계들과 구조적으로 접속할 때 어떤 목적이나 쓰임새를 맡게 된다. 구조적 접속이라는 개념은 생물학자이자 자기생산 이론가인 마투라나와 바렐라가 상호 섭동함으로써 서로 연관되어 발달하는 존재자들의 상호작용적 관계를 나타내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 접속하면, 들뢰즈가 연상되는데, 들뢰즈도 마투리나와 바렐라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기계의 다양성

기계에는 유형 기계와 무형 기계가 있다. 하지만 기계는 다양한 방식으로 중첩될 수 있다. 예컨대 유형 성분과 무형 성분을 동시에 갖는 기계들이 있다. 그렇기에 구분은 절대적이지 않고, 정도의 차이를 가질 뿐이다. 대표적으로 바이러스는 전적으로 경직된, 생명 없는 유형 기계도 아니고, 가소성이 완전한, 생명 있는 유형 기계도 아니다.

 

*유형기계 : 물질로 만들어지고, 이산적인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며, 일정 기간 존속하는 기계. 예) 아원자 입자, 바위, 풀, 인체, 시설, 냉장고

*무형기계 : 반복가능성, 잠재적인 영원성, 자신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공간적 및 시간적 위치에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능력. 예) 요리법, 악곡, 숫자, 방정식, 과학이론, 소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이분법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모든 무형기계는 유형 신체가 필요하다. 예컨대 우리의 성 정체성은 무형의 사회적 기계와 유형의 생물학적 기계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 것이다. 주디스 버틀러의 말대로 성 정체성은 무형기계의 행위주체성에서 생겨난다.

유형기계와 무형기계는 경직된 기계에서 가소성을 갖춘 기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무형 기계>

*경직된 무형기계 : 변화할 수 없고 자신을 관통하는 흐름으로 수정될 수 없는 기계.

예) 수학방정식

*가소성이 높은 무형기계(무형존재자) :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겪음.

예) 소설, 음악, 문화, 성정체성, 이론

<유형 기계>

*생명 없는 기계 : 외부 원인이나 내부 과정을 통해서만 변화를 겪음. 예) 바위

*생명 있는 기계 : 조직을 보존하는 작용에 관여 예) 고양이 상처, 나의 문어 선생님

*인지적 기계 : 자기 자신의 행위를 조정할 수 있는 유형 기계 예) 난로와 거리 두는 고양이

 

포스트휴먼 매체생태론

매클루언의 논의에 따라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한 존재자가 다른 한 존재자에 구조적으로 접속되면 전자는 후자를 위한 매체로서 작용한다. 매클루언은 모든 매체가 사용자의 어떤 기관이나 능력을 확장하거나 증폭하기에 매체는 인간의 확장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매클루언 논의에는 수정이 필요하다. 먼저 매클루언은 매체를 기관, 특히 감각기관의 증폭과 확장에 한정한다. (그러니까, 더 넓게 볼 필요가 있다.) 한 기계가 다른 한 기계를 위한 매체로서 작동하는 것은 전자가 후자의 감각기관을 증폭하거나 확장하는 경우에 그럴 뿐만 아니라, 전자가 후자의 활동이나 되기를 수정하는 경우에도 그렇다.

둘째 매클루언은 매체가 인간을 확장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여기지만, 매체라는 개념을 인간에게만 한정할 이유가 없다. 비인간의 경우에도 성립한다. 동물 주검은 그 속에서 성장하는 곰팡이 등을 위한 매체다.

어쨌든 매클루언의 매체 개념에 힙입어 우리는 기계들 사이의 관계와 상호작용에 관한 이론을 전개할 수 있다. 매체 연구는 기계들이 구조적으로 접속하여 상호 수정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매체에 관한 탐구는 생태학에 가깝다. 더욱이 다양한 존재자가 인간을 위한 매체로서 작용하는 방식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에서 포스트휴먼적이다.

(왜 비인간적/기계적이라고 하지 않고, 포스트휴먼적이라고 표현할까요? )

존재지도학은 기계들 사이의 구조적 접속과 그 접속이 접속된 기계들의 되기, 활동, 움직임, 그리고 주변 세계와의 관계 양식을 수정하는 방식에 관한 탐구다. 존재지도학은 기계들 사이의 이런 접속들과 더불어 기계들의 되기와 움직임, 활동의 벡터들에 관한 지도학(카르토그라피 : 지도제작법)이다. 이 글에서의 기계는 다른 기계를 위한 매체로서 작용하는 기계다.

 

 

2장 기계란 무엇인가?

 

기계는 조작한다

기계란 입력물을 변환하는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출력물을 생산하는 조작들의 체계다. 우리는 이제 나무가 갖추고 있는 성질들에 주목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나무가 행하는 바에 주목한다. (나무는 무엇인가 → 나무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무(나무-기계)는 그냥 앉아있는 정적인 덩어리이기는커녕 철저히 과정적이다.

기계는 표현적이지 않고, 표상적이지 않고, 생산적이다. 세계는 생산이 온갖 다양한 형태로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공장들로 철저히 구성되어 있다. (→ 나무도 공장이다?)

무의식은 욕망을 재현하지 않고, 오히려 욕망을 생산한다. 무의식의 구성체는 억압된 욕망의 재현물이 아니고, 오히려 새로운 욕망의 생산물이다. 극장 대 공장, 표현 대 생산, 재현 대 조작. (나무)기계는 표현하지 않고, 재현하지 않으며, 극장을 구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나무)기계는 자신의 조작을 통해서 출력물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기계는 자신의 역능과 생산물이 분열되어 있다

 

기계는 수행할 수 있는 조작들로 규정되는데, 이는 기계가 자신의 조작과 그 조작의 출력물 또는 생산물로 분열된다는 점을 수반한다. 조작과 생산물 사이의 분열은 모든 기계의 두 가지 차원을 가리킨다. 1)기계의 형상적 존재에서 이루어지는 순전한 조작이 있다.(가상적 고유 존재) 2)기계가 조작할 때 이 조작으로 생산된 결과물이 있다.(국소적 표현)

*가상적 고유 존재 : 기계가 수행할 수 있는 조작들. 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유 존재’이고, 실행하지 않을 수도 있기에 ‘가상적’이다. 예) 눈꺼풀이 닫혀서 시각 조작에 관여하지 않는 고양이

 

** 조지 몰나르를 좇아서, 모든 기계가 갖추고 있는 이런 조작들의 가상적 체계를 ‘역능’으로 부를 수 있다. (→ 역량과 역능은 어떻게 다른가?)

<몰나르의 역능 다섯 가지 특질>

1) 그것이 실행되면 특정 생산물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역능은 정향성에 의해 특징지어진다.

2) 역능은 자신의 표현(→생산물)과의 독립성으로 특징지어진다.

3) 역능은 현실성으로 특징지어진다.

4) 역능은 그 역능을 갖추고 있는 기계의 고유한 것이다.

5) 역능은 객관적이다.

표현은 어떤 역능이 어떤 특정한 입력물에 수행한 조작의 생산물이다. 입력물은 기계의 내부(방사선 붕괴) 혹은 외부(광합성 작용)에서 비롯될 수 있다. 조작의 생산물은 표현이다. 표현은 조작의 생산물인 출력물일 따름이다. (철의 녹)

1) 어떤 조작의 출력물 또는 생산물은 질적 표현일 수 있다. 질적 표현이란 기계의 어떤 성질을 변환하는 표현이다. (그을린 피부)

2) 행위적 표현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이 존재한다. 행위적 표현이란 기계의 내부 혹은 외부에서 비롯된 입력물이 특정 조작을 겪은 결과로 생겨난 기계의 활동 내지 행동의 변환이다. (추위에 떨리는 몸)

3) 물질적 표현이 존재한다. 물질적 표현이란 해당 기계에서 배출되는 출력물을 생성하는 조작으로 산출되는 표현이다.

(졸업생 = 교육 기계의 물질적 효현, 산소 = 나무-기계의 물질적 표현)

*국소적 표현(부분 생산?) : 기계의 표현은 국소적 표현이다. 기계가 특성과 활동, 물질적 출력물을 현시하는 방식이 그 표현을 현시하는 조작과 조건에 따라 가변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존재지도학은 매체로서 작용하는 접속된 기계들의 장에 관한 지도와 이 장이 특정한 국소적 표현을 주재하는 방식에 관한 지도를 제작하는 것이다.

 

기계의 역능이 그저 차오르고 수그러드는 사태만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계는 자신의 내부에서 수행되는 조작뿐만 아니라 다른 기계와의 만남의 결과로 역능을 획득할 수도 있고 상실할 수도 있다. 앤디 클락은 마음은 외부 세계의 존재자들 사이에 맺어진 일종의 관계라고 주장한다. 이는 확장된 마음 가설로 부르는데, 마음이 세계 속으로 확장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모든 기계는 가소성으로 특징지어진다. 기계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무한한 가소성을 갖추고 있다는 주장이 제시되고 있지는 않다.

 

기계는 이항 기계다 : 횡단-신체성

기계는 성질과 활동, 물질적 출력물은 그것이 묻어 들어가 있는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모든 기계는 이항 기계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진술대로, “기계는 이항 법칙 또는 일단의 연합 규칙을 따르는 이항 기계인데, 요컨대 한 기계는 언제나 다른 한 기계와 접속해 있다.”

한 기계가 다른 한 기계와 접속해 있다는 주장과 관련한 문제는, 그 주장이 기계는 다른 기계와 접속할 수 있다는 논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의 기반을 약화한다는 점이다. 한 기계의 다른 한 기계와의 접속이 중요한 이유는 이를 통해 접속이 한 기계의 국소적 표현과 되기를 수정하는 방식에 주목하게 하기 때문이다.

 

기계를 관류하는 입력물이 그 기계의 외부에서 비롯될 때, 그 기계는 스테이시 앨러이모가 ‘횡단-신체성’(상호교환, 상호연결)이라고 부른 것으로 특징지어진다.

 

*횡단-신체성 = 구조적 접속 = 이항 기계 (= 벤야민의 알레고리?)

“횡단-신체성은 저쪽에 있어서 우리와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물들이 우리의 국소적 표현과 되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우리와 맞물려 있는 세계에 관해 가르쳐준다.”

존재지도학은 기계들 사이의 횡단-신체적 관계들, 이들 상호작용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방식, 그리고 그것들이 어떤 기계가 이 세계 속에서 할 수 있는 움직임과 되기를 조직하는 방식에 관한 지도를 제작하는 것이다.

예술작품은 다능적이라는 의미에서 가소성을 갖추고 있다. (→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기에/수정될 수 있기에/변형될 수 있기에, 변형된 상태로 유지되는(다양한 해석을 가지는) 것이 가능하다.) 예술작품은 자신이 마주하는 역사적 및 문화적 환경을 고려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공명할 수 있는 기계다. 이런 작품을 특징짓는 어떤 유동적인 특질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리하여 그것은 문화와 역사를 횡단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다능적 작품은 호혜적 결정을 나타낸다. 그런 작품은 역사적 문화적 환경에 작용하는 동시에 작용을 받는다. 환경은 작품을 특정 방식으로 현실화함으로써 그 작품이 어떤 식으로 해석되게 만든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에세이자료집] 2019인사원_니체 :: 너희가 니체를 알겠지?! [1] oracle 2019.01.31 664
1385 칸트 인간학 1~2강 쪽글 [1] file 담묵(상혁) 2023.03.20 51
1384 칸트 인간학 1강 쪽글 [3] 미정 2023.03.20 83
1383 칸트 인간학 쪽글(1-2강) 진영 2023.03.19 63
1382 칸트 인간학 1강 쪽글 이쿠바 2023.03.19 36
1381 칸트 인간학 1강을 마치고 [2] 현옥 2023.03.19 71
1380 <인간학> 1강 쪽글 앨리스 2023.03.19 48
1379 칸트의 인간학 제 1강의 후기 [2] 초보(신정수) 2023.03.18 101
1378 칸트의 인간학 1강 후 쪽글 진~ 2023.03.17 82
1377 [칸트의 인간학] 1강 후기 겸 쪽글 [3] 누혜 2023.03.17 107
1376 '『말과 사물』 읽기' 2강 쪽글 file 바라 2023.03.17 42
1375 [칸트의 인간학] 1강 쪽글 네오 2023.03.16 58
1374 [푸코의 말과사물 강독] 2강 쪽글-질문 사각사각 2023.03.16 33
1373 푸코의 <말과 사물> 강독 2강 쪽글+질문 오나의고양이 2023.03.16 32
1372 푸코의 <말과 사물> 강독 2강 쪽글 동현 2023.03.16 40
1371 [사변적 우화 : 새로운 동맹을 위하여] 에세이 file 탁선경 2023.02.09 86
1370 <조르주 바타유:위반의 시학> 기말에세이 file 박소원 2023.02.05 64
1369 [사변적 우화 : 새로운 동맹을 위하여] 숲은 생각한다 – 인간적인 것 너머의 풍요의 윤리 (재겸) 재겸 2023.01.31 40
1368 [사변적 우화: 새로운 동맹을 위하여] 늦은 에세이 file sora 2023.01.26 83
1367 [사변적 우화 : 새로운 동맹을 위하여] 에세이 (김재겸) [1] file 김재겸 2023.01.01 83
1366 [조르주 바타유: 위반의 시학] 기말 에세이 file 동현 2022.12.30 8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