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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성의 자연학]존재의 지도 3장 발제

효영 2021.05.20 12:54 조회 수 : 102

[타자성의 자연학] 레비 브라이언트, <존재의 지도>

 

3장 에일리언 현상학

 

 

-기계는 구조적으로 열려있고 조작적으로 닫혀있다

 

모든 기계는 세계의 입력물과 흐름을 끌어들이고, 그것에 조작을 수행한다(91). 그러나 ‘모든’ 흐름이 접속의 대상은 아니다. 원편광 빛, 자외선, 적외선, 전자기파의 흐름에 열려있는 갯가재와 달리 인간은 편광 빛에만 열려있다(92).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관료-기계는 양식이라는 흐름에만 열려있고(92-94) 양식에 적시된 내용으로는 전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려다 민원인은 좌절한다. 그런 점에서 브라이언트는 ‘모든 기계는 자신이 열려있는 흐름 또는 기계를 ‘특정한다’(91)고 말한다. 바꿔 말해 기계는 ‘구조적 개방성’을 갖는 동시에 ‘조작적 폐쇄성’을 갖는다(94).

브라이언트는 이 ‘조작적 폐쇄성’으로부터 기계가 자신을 관통하는 흐름에 ‘작용하는 방식’, 즉 그것을 조작하고 변환하고 가공하는 행위에 주목한다. 칸트식의 객체에 대한 주관의 재구성과 유사하다.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조작을 통해서 변환된 흐름이고, 세계에 대한 우리의 체험은 세계 자체와 이 지점에서 구별불가능해진다(100-101). 이로써 브라이언트는 두 가지를 끌어내는 것 같다. 하나는 기계가 어떤 흐름을 택하는가는 매번 일종의 도박처럼 위험하기에 그러한 구조적 개방성의 선택성은 불가피할 것이란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그로써 야기될 인식적 폐쇄성 내지 확증 편향은 극복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브라이언트가 인식적 폐쇄성은 나쁘니 극복하자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계가 자신의 조작적 세계관에 들어맞지 않는 것들을 무시하거나 잡음으로 처리하는 한, 그것들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기계 자신을 위해 인식적 폐쇄성은 극복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반대로 세계에 대한 구조적 개방성을 확대하는 것은 신체 형태나 모양의 진화 뿐 아니라 조작의 진화도 촉진시킬 수 있다(102).

이로써 브라이언트의 논의는 자연스럽게 주변 환경을 포함한 외부 존재자들에게 어떻게 구조적 개방성을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이안 보고스트의 이론 ‘에일리언 현상학’으로 이동한다.

-에일리언 현상학, 이차 관찰, 그리고 포스트생기론적 동물행동학

에일리언 현상학은 모기, 나무, 컴퓨터 게임 등의 존재자가 주변세계를 맞닥뜨리는 방식에 대한 탐구, 즉 ‘비인간 존재자들이 주변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현상학의 일종’이다(103). 니콜라스 루만의 ‘이차 관찰’ 내지 동물행동학 등도 같은 계열일 것이다. 브라이언트가 보기에 이 작업들은 모두 세계를 마주하는 인간적인 방식을 중지하려는 시도이자, ‘어떤 기계가 어떤 흐름에 열려있고, 어떻게 그 흐름에 조작을 수행하는지’를 밝히려는 고심의 산물이다. 다만 브라이언트는 동물행동학과 달리 자신이 제안하는 에일리언 현상학은, 탄소 원자, 카메라와 같은 생명없는 비인간 기계로까지 나아간다는 점에서 ‘포스트생기론’의 일종이라고 주장한다. 이로써 우리는 인간 자신의 목표와 구분되는 비인간 기계가 설정한 목표의 이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마이클 폴란이 보고하는 달콤함으로, 유쾌함으로, 영양가로 인간을 유혹하는 사과와 마리화나, 감자의 목적을 우리는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폴란의 식물-시각 취하기, 108-110). 반면 소 행위주체가 쇠고기에 중독된 미국인을 생산했다는 분석은 브라이언트의 소-시각 취하기가 너무 갔다(?)는 느낌을 준다. 오히려 기계의 독립성(독자적 역능)에 대한 철저한 주목보다는 기계들간의 관계성 내지 효과를 더 부각시키면 어땠을까?

그런 점에서 기술 발달을 복잡한 사용재료의 특징, 경제적 타당성, 정치적 쟁점, 현재 기술 수준 등 복수의 기계들간 상호 관계 속에서 관찰하려는 케빈 켈리의 사례는 유의미하다(기술 자체의 시각 취하기, 113-114).

이로써 브라이언트는 에일리언 현상학이 점하는 중요성을 분석적, 윤리적, 정치적 3층위의 이유에서 주목한다. 첫 번째 분석적 차원에서, 이는 기계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고 받고 수정하고 조직하고 조직되는 방식에 대한 지도를 그릴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두 번째 윤리적 차원에서, 이는 스피노자식의 선악과 같은 맹목적·상상적 도식 대신 타자에게 더 감응하는 방식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세 번째로 정치적 차원에서, 이는 정치적 개입을 더 유능하게 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고안케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가령 자본에 대항하는 유능한 전략은 시위보다 불매운동이다. 브라이언트는 이런 현태의 개입을 열역학 정치라고 부른다(119). 열역학 정치는 어떤 기계의 에너지원과 작업 역량을 겨냥해, 바로 그 기계가 자신의 조작적 폐쇄성을 구성하는 그 ‘언어’로 말해 변화를 꾀한다.

 

 

질문)

1. 소소 질문, 갯가재가 가진다는 원편광 빛은 무엇일까요? 사전을 찾아봐도 이해가..

사전에는 “전자기파가 진행할 때 파를 구성하는 전기장이나 자기장이 특정한 방향으로 진동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일반적인 의미의 전자기파는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이 혼합된 상태를 말하지만, 특정한 광물질이나 광학필터를 사용해 편광된 상태의 빛을 얻을 수 있다.”라고 되어있는데, 이해가;

2. 열역학 정치를 브라이언트는 항의나 기호학 정치와 구별된다고 하는데요. 열역학 정치가 순전히 공정성을 근거로 마구 욕을 퍼붓거나(항의 정치) 기호의 쓰임새에 의존하는 방식(기호학 정치)과 다르다고요. 그런데 기호학 정치와 열역학 정치의 구분은 어디에 있을까요? 기호학 정치는 인간의 언어로 말하고, 열역학 정치는 자신이 마주하는 바로 그 비인간 기계의 언어로 말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 정치적 개입의 효과도 똑같이 말을 도구로 삼는 것이라 하더라도 다르다는 것 같은데요. 그 기계의 입장이 되면 결국 비판 자체가 어려워지지 않을까(그 기계 언어로 생각하고, 그의 시각으로 보고 하다보면 결국 비판보다는 이해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전제가 제게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치열한 정치적 개입이 더 힘을 얻기보다, 아름다운 공생?의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헷갈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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