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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 11강 후기

노을 2020.11.24 01:34 조회 수 : 75

앙소르] 1889년 브뤼셀에 입성한 그리스도

"우리는 앙소르의 거대한 그림을 떠올리면 된다.

거기에는 유령이 대도시의 거리들을 메우고 있다.  카니발에서처럼 가면을 쓴 속물들, 밀가루를 뿌린 일그러진 가면들, 

이마 위에 금박 왕관을 쓴 자들이 골목길들마다 꾸역꾸역 하염없이 밀려온다.

이 그림들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거는 소름 끼치는 혼란스러운 부활 장면을  모사한 것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실은, 우리가 겪고 있는 경험의 빈곤은 거대한 빈곤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

그 거대한 빈곤은 다시 중세 걸인의 얼굴과 같은 날카롭고 정확한 윤곽을 띤 얼굴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교양의 산물 전체는 바로 그 경험(경험의 빈곤?)이 우리를 그것(야만성?)과 연결시키지 않는다면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

 

:  '날카롭고 정확한 윤곽을 띤 얼굴'은 거대한 빈곤이 낳은 '새로운 야만성'이다.  벤야민은 "새로운 긍정적인 개념"으로 '야만성'을 도입한다.

   기존의 '판을 엎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기"   그리하여 그가 호명하는 인물들은 현재에 없는 유토피아, 현재의 판을 엎어버리는 역발상을 공유한다.

    짧은 분량이지만, 제임스 시드니 앙소르, 베를톨트 브레히트, 아돌프 로스, 파울 셰어바르트, 파울 클레, 데카르트, 아인슈타인,

    갈바니의 전기 작용부터 미키마우스까지 사소한 디테일을 놓치면 절대 이해할 수 없음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게다가 기표와 기의가 어긋난  '자의적이고 구성적인 것을 지향하는'  "새로운 언어"로 가득하기에 

     <장식과 죄악>을 썼던 아돌프 로스와  반대편에서 <종합예술작품>을 추구했던 반 데 벨데를 같이 볼 수 있다. 

     로스에게서 부정의 대상이었던 장식은 벤야민에서 부정과 긍정을 떠나 수집의 대상일 뿐이다. 

     벤야민이 실제로 수집가였다는 점을  볼 때, 난해한 그의 글들이 해독이 불가능한 그의 삶과 일치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벤야민은 유리와 같이 투명하게 세상을 보고자 했다. 숄렘에게 결혼선물로 파울 셰어바르트의 소설을 받아서인지가 먼저인지,

     아니면 본래부터 좋아했던 소설가였는지 모르겠지만, 벤야민은 셰어바르트의 단편  <흔적 없이 거주하기>에 착안하여  "유리로 된 집들"을 소개한다.      (수업시간에  만국박람회장의 수정궁이 아닌가했던 의문은 각주 8번을 보고 해소되었습니다.^^) 

      유리집에 대한 상상은  추후에 유리건축물을 만들게 되는 데 영감을 주었던 거 같다.

      요지는 "유리 건물에 관해 꿈꾸는 것은 그들이 새로운 빈곤을 신봉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일까?"라는 질문에 확답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답은, 그렇다. 대표적으로 벤야민 자신이 그렇다. 

      '새로운 빈곤'은 판을 뒤엎을 수 있는 '새로운 야만성'을 생성해내고, 유리 건물에 관한 꿈을 실현시킨다. 

      안에서도 바깥을, 바깥에서도 안을, 투명하게 응시하는 있는 유리 건물은,  

     실제하는 유리건축물이 아니라 벤야민이 긍정하는 유토피아의 알레고리다.   (물론, 아닐 수 있다.)  

 

: 이렇게 써놓고 보니, 왠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만, 오랜만에 후기 쓰는 것에 의의를 두겠습니다...... .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p.s.  인용한 그림은 앙소르의 <브뤼셀에 입성한 예수 그리스도>(1888) 입니다.  벤야민이 묘사한 그림과 그나마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

개인적으로 <꿈 키치>에서 137쪽에 있는 <<반복>>이라는 폴 엘뤼아르의 책의 표지에 그림을 그린 막스 에른스트의 그림이 궁금합니다.

 막스 에른스트의 그림 중에 벤야민이 묘사한 표지 그림과 유사한 것은 찾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혹시 알고 계시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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