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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페미니즘] [11주차]쪽글

효영 2019.05.20 17:45 조회 수 : 42

2019_1학기_불온한 페미니즘 11주차 쪽글

효영 190520

 

 

다나 해레웨이, 『겸손한 목격자@제2의 천년_여성인간ⓒ_앙코마우스™를_만나다』, 민경숙 옮김, 갈무리, 2006

 

 

2장 여성인간ⓒ앙코마우스™를_만나다

웜홀 속의 생쥐들: 두 부분으로 나뉜 기술과학 기억상실증

 

 

해러웨이는 알튀세르의 ‘호명(interpellation)’이 뜻했던 ‘강력한 주체형성에 복종’함(120)의 이면에서 ‘방해’라는 뜻을 발견한다. 이는 곧 해러웨이가 채택하는 기술과학과 결부되는데, 기술과학은 호명과 같이 어떤 담론 속에서 주체들을 형성하고 그 담론을 형성할 권력을 얻는 것인 동시에, 어떤 ‘짜증나게 하는 방해의 소리’를 담는 것, 그렇기에 그에 대한 책임을 얻는 것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생활형태이자, 실천이자, 문화이자, 발생적 매트리스’(121)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러한 호명에 응답하는 방식에서 유일하게 불가능한 것은, ‘중립으로 남는 것’(123)이다. 우리는 앙코마우스™가 드러내는 우리의 가족이자 자매인 ‘사이보그를 뱉어낸 적이 없는 그런 다른 행성에 살고 있는 척 가장할 수’(123)는 없는 노릇이다. 이 때 사이보그란 단순히 인간과 기계의 결합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기적인 것과 기술적인 융합’(123) 내지 ‘상호작용을 하는 특수한 역사적 기계와 사람에 관한 것’(124)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우리에게, 또 기계에게 ‘무엇이 중개행위이며 자기-결정으로 간주되는가’(125) 하는 물음을 끝없이 제기하고, 우리를 교란시킨다. 가령 ‘괴물, 흡혈귀, 대체물, 살아있는 도구, 외계인 등을 약속하는 이런 이상한 세계에서 누가 나와 동족인가? 20세기 말 기술과학의 영역에서 자연적인 동류는 어떻게 확인되는가? 어떤 종류의 잡종과 자손이 적자와 사생아로 간주되며, 누구에게 그렇게 간주되고 어떤 대가를 치르며 간주되는가?’(126) 공통의 주제. ‘교차, 혼합, 그리고 경계선 위반’(126)의 주제가 우리의 화두가 된다.

이야기는 해러웨이가 수학적 농담을 담아 제시하는 기술과학의 손상된 족보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냉전시기에 지구 가족에 합류한 초우라늄 원소와 신세계 질서의 유전자가 이식된 유기체간의 어떤 유비적 관계를 설정한다. 원자번호 92, 우라늄 이후, 원자번호 94, 플라토늄을 비롯한 초우라늄 원소들의 등장으로 인해 ‘어떤 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동시에 ‘너무도 많은 것을 변화’(131)시켰다. 초우라늄 원소들은, 지구의 안정적인 가족으로서 주기율표에 기입되었지만, 동시에 이 ‘불량배 원소’는 무시무시한 방사능 쓰레기, 전쟁 위협과 함께 연약한 지구인에게 ‘서로간의 문제적 혈연관계를 깨닫지 않을 수 없’(131)도록 강제했다. 그리고 그와 아주 동일한 맥락에서 유전자가 이식된 유기체들 역시, ‘관계가 없는 유기들을 위해 유전자들을 지니고 다니면서, 잘 확립된 분류학적ㆍ진화학적 담론과 잘 조화되는 동시에 자연적 한계에 대한 널리 이해된 의미들을 폭파시킨다.’(133)

특히 이러한 유전자가 이식된 유기체가 드러내는 ‘유전자 이식의 경계 횡단’은 ‘종의 순결성’과 ‘가계’를 오염시키면서, ‘신의 창조 행위들ㆍ중개행위자들 산물들과, 인간 공학의 행위들ㆍ중개자들ㆍ산물들 사이에 그어져 있는 선’(140)을 무너트린다. 이러한 ‘유기적 존재들 사이에서의 조화되지 않은 잡종 교배와 이식된 이질적인 유전자들에 관한 토론’은 흡사 ‘외국인 공포증의 교향악’처럼 울리지만, 우리는 ‘좋든 싫든’ 플라토늄이라는 초우라늄 원소들과 ‘모든 종류의 유전자가 이식된, 초특유의, 이전된 생물들과 가깝게 태어났다’(143)는 점을 결코 부정할 수는 없다. 때문에 해러웨이는 기술과학의 ‘사실성(factivity)’과 ‘은유성(metaphoricity)’의 친연성에 주목하고, 그 ‘재비유작업(refiguration)’(145)을 강조하며, 과학이 하나의 ‘문화적 실천’이자 ‘실천적 문화’(149)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과학과 문화적 실천, 설화와 사실, 과학의 안과밖, 기술과학적 설명의 선과 악, 실재와 비실재, 정치적인 것과 기술적ㆍ형식적ㆍ정량적인 것, 이 모든 것 사이에서 ‘내파(implosion)’를 발견하고자 하는 해러웨이의 입장은 곧 ‘이중성들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부정한 방법을 원칙적으로 거부’(152)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파는 ‘기술과학이 사회적으로 구성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위치된 실천(이런 실천의 행위자들이 모두 인간은 것은 아닌)을 통한 이질적이며, 연속적인 구성을 주장하는 것‘(154-155)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이 이질적이며 연속적인 구성을 통해 필연적으로 발생할 접합을 내포한다.

첫 번째 접합, 해러웨이가 자신의 대리인이자 행위자, 자매로 채택하는 첫 번째 혈연관계는 조애너 러스의 소설로부터 해러웨이가 전용하는 ‘여성인간ⓒ’이다. 무엇이 인간을 대표하고, 무엇이 주체와 객체로 간주되는가? 이 ‘인간적이고 기술적이며 유기적인 자연적-기술적 실재물들’인 여성인간은 ‘자아의 경계’(159) 문제를 전면에서 제시한다. 해러웨이는 이를 ‘자기 속에 있는 재산권이라는 원리에 뿌리를 두는 저작권의 역사’와 결부시켜 ‘노동을 자연과 혼합’하여 만들어내는 로크의 ‘개인 속의 재산권’문제를 겨냥한다. 해러웨이가 조회하는 마가렛 천은 이와 관련하여 집요하게, 특허권과 저작권이 의지하는 가치를 따져 묻는다. ‘영원히 이질적이고 수정가능하며 이전된 용어들이 무엇이, 누구를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르며, 진보와 지식으로 간주될 수 있는가?’(163)천이 어지럽히는 소유자와 저작자들의 경계 속에서, 기술과학이자 정치는 ‘접합 뿐 아니라 차이와 청취의 미덕을 전제로’, 곧 ‘경계-만들기’와 ‘영역-연결하기’(163)를 전제로 한다. ‘자기(self)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창조하듯’ 해러웨이가 주목하는 글쓰기는 그 소유권 ⓒ을 ‘저자나 저자에게서 그 작품을 양도한 양수인으로 옮기는’ 작업의 일환이 된다. ‘기호와 지시자’, ‘표현과 실재계’(165)가 붕괴되는 바로 이 지점에서, 혼란된 지위를 갖는 접합된 잡종이 탄생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동일한 물음으로 되돌아온다. ‘무엇이 누구를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르며 자연으로 간주되는가.’(168) 이러한 교란과 교차, 혼란과 잡종의 출현 속에서 해러웨이는 ‘양극적 대립’으로서의 지난한 정치를 대신하는 새로운 생식기술, 복제기술로서의 정치, 말하자면 ‘더 유망한 생식기술들을 사용’하여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더 진실된 또 다른 자신, 즉 자기도 이동하는 거대한 꿈의 지대’(173)로서의 정치의 가능성을 감지한다.

두 번째 접합, 헤러웨이가 자매라고 칭하는 두 번째 가족은 앙코마우스™이다. 종양(onco)이 이식된 우리의 ‘희생양’이자 ‘구원’으로서 한 마리당 50에서 75달러에서 판매되는 이 실험용 쥐는, ‘우리인 동시에 우리가 아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그들을 이용하는 이유’(179)이다. 앙코마우스™는 ‘초국가적 자본의 교환 회로에서 평범한 상품’(176)인 동시에 ‘첫번째로 특허를 받은 동물’이다. 해러웨이는 이러한 특허가 어떻게 ‘하나의 유기체가 재산권이 아니면, 기술도 아니라는 의미’(180)를 차단하려는 하나의 ‘거대한 기호적ㆍ실천적 단계’인가를 지적한다. 그러나 ‘실천문화로서의 기술과학’이 요청하는 바, 앙코마우스™는 ‘범주-교차적 일’을 수행하는 일종의 ‘흡혈귀’(177)이다. 흡혈귀는 ‘가계의 순수성, 종류의 확실성, 공동체의 경계, 성질서, 인종의 폐쇄성, 객체의 비활성, 주체의 활기, 젠더의 선명성’ 등을 드러내는 ‘가능성의 비유’인 동시에 모든 범주들을 ‘여행보내는’ ‘침해의 비유’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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