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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페미니즘] [8주차]쪽글

효영 2019.04.29 16:57 조회 수 : 55

2019-1학기 <불온한 페미니즘> 8주차 쪽글

효영 190429

 

 

린 마굴리스, 『공생자 행성』, 이한음 옮김, 2007

 

 

‘40억년 역사의 초대형 실험실, 지구‘(10)에 ’공통의 세균 조상으로부터 30억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진화‘(15)하여 살아남은 존재가 우리다. 그리고 20억년 전에 황과 열을 좋아하는 고세균과 자유롭게 춤을 추듯 이동하는 유영성 세균, 산소를 좋아하는 호기성 세균이 융합해 ’핵을 지니고 헤엄치고 산소 호흡을 하는 복잡하고 경이로운 세포’(74)가 출현한다. 10억년 전에는 '이 세균 공생자들이 통합되어 영구적으로 안정한 공동체를 이루었다가 원생생물 개체로 진화'(162)한다. 이에 따르면 ‘고등한 존재도, 하등한 동물도, 천사도, 신도 없다.‘(15) ’진화는 대부분 우리가 미생물이라고 치부하는 존재에서 시작되었‘(16)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의 삶이 시작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이 '불합리하며 지극히 인위적인' 질문에 마굴리스는 답한다. '물론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이, 인간의 삶도 적어도 35억 년 전에 시작되었다!'(164)

다윈대신 라마르크를, 세포핵 대신 세포질 연구를 택한 린 마굴리스는 ‘주변인’(45)을 자처한다. 그는 한편으로 자신의 이론이 이제는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있’(25)음을 밝히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종이 기존 종들의 공생적 융합을 통해 생긴다는 개념은 과학계에서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25) 지적한다. 그가 보기에 미래는 희망차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도 마굴리스는 ‘우리가 10년 안에 이 논쟁에서 이길 것이라고 예측한다. 결국 네 번의 전투에서 네 번 다 이길 것이라고 말이다!’(80)고 힘차게 말한다.

19세기 오스트리아의 수도사 그레고어 맨델은 완두콩 실험으로 ‘세포핵 인자(factor)’를 처음 발견한다. 그는 다윈의 진화론에 대항해 유전이 절대불변임을 보이고자 했다. 그러나 그 반대쪽에 있는 라마르크주의자를 자처하는 마굴리스를 매료시킨 것은 세포핵 유전자가 아닌 ‘세포질 유전자’(45)였다. 그는 DNA를 포함하는 세포핵 대신 주로 미토콘드리아, 엽록체를 비롯한 세포소기관을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는 ‘비 맨델(비핵) 유전의 사례’(60)를 수집한다. ‘핵과 불명확함(nuclear and unclear)’라는 효모 유전학자 에프루시(Ephrussi)의 세포소기관에 대한 재치있지만 냉소적인 비판은 마굴리스에게는 웃어넘길 일이다. 엽록체의 유전은 비핵유전임을 밝힌 휘고 드브리스와 카를 코렌스의 작업(51)이나, 1930년대 이래 입증된 효모를 비롯한 균류의 미토콘드리아가 자체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는 점은 “세포질은 무시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모건(51)의 말을 뒤집어, 우리는 이제 ‘유전이라는 관점에서 세포질은 무시해도 좋다는 말을 무시해도 좋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에드먼드 윌슨이 『공생자 행성』(1928)에서 제시한 미토콘드리아와 색소체 두 세포 소기관은 자유 생활을 하는 미생물들의 유사성 검토는 마굴리스 공생 연구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 대학원생이었던 22살의 마굴리스는 그때부터 ‘자체 유전되는 비핵 세포 부분이 한때 자유생활을 하는 세균의 잔재라는 가설’(57)을 세운 선배들이 옳았음을 직감한다.

마굴리스는 ‘종이라는 개념 자체가 공생을 한다’고 믿는다. 사실 ‘세균에게는 종이 없다.’(23) 세균들이 융합하여 더 큰 세포들을 만들기 전까지 종이란 없었다는 거다. 마굴리스는 ‘장기적인 공생이 처음으로 핵을 지닌 복잡한 세포를 진화시켰’(23)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그는 이를 ‘연속 세포 내 공생이론(Serial Endosymbiosis theory)’, 줄여서 ‘SET’(63)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SET는 ‘역사와 능력이 각기 다른 세포들이 융합한다는 이론, 하나됨의 이론’(67)이다. SET는 융합을 가능하게 한다. ‘성도 역사와 능력이 서로 다른 세포들이 융합하는, 하나가 되는 것이다.’(67) 마굴리스는 이를 1)호열산세균-테르모플라스마류, 2)유영성세균-스피로헤타, 3)호기성세균-자색비황세균/프로테오박테리아, 4)광합성세균-시아노박테리아로 세분화해 전개한다. 그의 큰아들 도리언 세이건이 그렸다는 멋진 그림[그림 4. 생명의 다섯 왕국, 5계](100)은 이러한 가설을 바탕으로 동물, 식물, 원생생물, 곰팡이를 지탱/배태하는 것이 오직 세균임을 드러낸다.

문제는 2)유영성세균인데, ‘헤엄치는 데 쓰는 부속기관, 즉 섬모는 어떻게 얻었나’(79)하는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SET는 ‘섬모, 정자꼬리, 감각모 등 진핵세포의 다양한 부속기관들’(79)은 고세균과 유영성세균과 결합함으로써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맥스 테일러가 주장하는 ‘직접파생이론’은 이러한 섬모를 포함한 미토콘드리아와 색소체 이 3가지의 세포 소기관은 모두 그저 핵에서 ‘DNA가 뜯겨나와’(82) 생긴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러한 대립구도가 직접파생이론과 공생이론의 단순한 이항으로만 정리되지는 않는다. 극단적인 직접파생이론은 세포 공생 자체를 거부하지만, 약한 공생이론 역시 세포소기관은 공새잉 아니라 핵에서 나온 유전자들로부터 직접 파생된 것이라고 본다. (이 부분이 67쪽에서 마굴리스가 교과서에 실린 온건하게 수정한 이론, 그렇지만 너무 교조적이고 잘못 적힌 부분이 있다고 말하는 부분인지?) 그리고 공생을 통해 색소체와 미토콘드리아가 생겼다는 중간형태의 SET가 있다. 마굴리스 자신은 그와는 달리 급진적인 쪽에 위치하는데, 그는 색소체와 미토콘드리아(3,4단계) 뿐 아니라 다른 세포소기관들(2단계)도 공생으로부터 생겨났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핵을 지닌 최초의 미생물들은 혐기성이었으며, 이들은 핵을 비롯한 많은 형질을 지니기 때문에 세균이 아니라, 오늘날이라면 원생생물계로 분류될 것들이다. 거꾸로 말하면, 이 최초의 원생생물이 출현하기 전에, 핵이 없는 독립 생활하는 두 세균의 공생이 바로 이러한 진핵세포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인데, 마굴리스는 결정적인 근거를 여전히 찾는 중이었고, 어쩌면 ‘틀렸다고 판명날 일’(95)임을 알면서도 고지식하게 포기하지 않았다.

 

 

**

독일 생물학자 안톤 데바리(deBary)에 따르면 공생이란 ‘다른 이름을 가진 생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69)이다. 마굴리스는 ‘이 미생물 드라마의 큰 주제는 따로 지내던 주인공들이 상호 작용하는 공동체를 이룸으로써 개체성을 출현시킨다는 것’(31)이라고 말한다. 내게 이 대목은 스피노자를 상기시킨다. 각 개체들간의 우연한 마주침, 각자의 느림과 빠름의 관계, 이어 발생하는 신체 능력의 상승 내지 하강, 기쁨과 슬픔을 통해 집합적 신체를 만들어간다는 스피노자의 ‘개체’에 대한 전개가 마굴리스의 그것과 같은 방향을 지시하고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각자 개체간의 마주침과 관계 내지 융합과 공생이라는 유사한 그림을 가지고 있지만, 출발점은 다르다. 스피노자의 개체는 인간정신의 본질과 정서의 효과에 집중됨으로써, 보다 인간적인 것을 가리키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공생이란 사실 어디서부터 동물이고 어디서부터 식물인지 구별불가능한 광합성 조류와 공생하는 편형동물처럼 경계가 모호하다. 세균-동물계-척삭동물문-포유강을 이어온 인간 역시 인간적인 ‘고등의’ 것을 구별하자는 허상에서 벗어나길 요청하는 것이 바로 마굴리스의 주장일 것이다.

‘종별성(specificity)’를 놓지 않는 해러웨이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간’이라는 종별성 안에 여전히 놓여있다면, 공생의 문제에서 역시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갖는 주제를 떠올려 볼 수는 없을까? 인간은 분명 세균과 달리 ‘상호작용하는 공동체를 이룸으로써’ 출현시키는 개체성에 대해, 때로 불공평함을 느끼고 착취당함을 호소한다. 인간 개체간의 ‘얽힘’, ‘침투’, ‘동화’(47)가 폭력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공동체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환상에 불과한 것이라고 마굴리스는 말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인간의 비명은 공생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이처럼 지나치게 인간화된 관점을 경계해야 할까? 아니면 우리는 거꾸로 먹고 먹히는 관계에 반기를 드는 세포의 소리없는 아우성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일까? ‘침입자들이 공생자가 되고 시간이 더 흐르면 결국 세포소기관이 될 수 있다는 것’(89)을 안다는 것이, 우리가 서로 침투하고, 착취하며 먹고 먹히는 관계에 들어가는 개체간 관계를 만든다는 것과 어떻게 상관적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먹고 먹히는 관계에서 기존의 개체성을 되도록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려면, 혹은 그로부터 새로운 개체성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하기 위해 나는 내 능력을 쉼없이 갈고 닦는 것이 해답일까? ‘공생에 관해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공생에 따른 현상’(96)이라면, 공생이란 부러 꺼내지 않아도 이토록 우리를 숨 쉬게 하는 생명의 기원적인 방식인데, 그것은 또한 그토록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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