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 이전/이후] 6강 후기

py 2019.04.21 02:59 조회 수 : 30

후기가 조금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 6강의는 들뢰즈 사상의 발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 베르그손에 관한 강의였습니다. 다룬 텍스트는 '13장. 베르그손, 1859~1941'과 '14장. 베르그손에게 있어서의 차이의 개념'이라는 매우 압축적인 텍스트였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에 내포된 내용이 너무나 많아서 자세히 다루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베르그손과 들뢰즈의 관계를 전체적으로 조감하였다는 점에서 정말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들뢰즈는 학생 시절 때부터 베르그손을 싫어하는 동기들을 나무랄 정도로 베르그손의 가치를 일찍 통찰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베르그손이 기존의 철학자들과는 달리 차이의 근본적인 측면을 매우 섬세하게 포착하였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베르그손 철학의 역설은 도약의 역설, 존재의 역설, 동시간성의 역설, 심적 반복의 역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과거에 경험한 모든 것은 기억을 통해서 현재에 모두 공존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지속하여 현재에 응축되어 있다는 관점은 베르그손 철학의 핵심으로서, 시간-사건의 구조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 바탕이 됩니다. 전체의 변화는 곧 부분의 변화입니다. 이는 결국 각 부분에 전체가 담겨 있고, 전체는 또 하나의 부분을 형성하는 프랙탈 구조를 의미합니다. 프랙탈 구조를 갖는 시간-사건을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과 접목시키면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창조적 과정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거대한 차이 생성의 반복이 들뢰즈가 베르그손에게서 얻은 가장 큰 영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텍스트에 대한 발제가 이루어진 후, 가장 큰 화두가 되었던 문제는 역시 ‘베르그손의 철학을 우리의 생활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였습니다. 모든 질적 차이(본성의 차이)를 양적 차이(정도의 차이)로 환원하는 과학에 대한 베르그손의 비판이 모든 사물과 개체의 질적 차이를 무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마르크스의 비판과 수렴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은 이진경 선생님의 ‘마르크스주의와 근대성’ 88 페이지에 언급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각 사물, 개체, 개인들의 질적 차이들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는 어떠한 사회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하였습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다른 형태로 반복하여’ 등장할 것입니다.

이론과 실천의 관계를 논의하면서 마르크스의 유명한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의 11번 테제가 어쩌면 잘못 이해되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두 문장을 잇는 ;(세미콜론)이 aber(그러나)로 대체되면서 마르크스가 애매하게 남겨두었던 이론과 실천의 관계가 ‘대립’으로 오해받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섬세하면서도 중요한 차이로서 모두가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강의 시간에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물리학자들의 이미지들(Quantum Physics Fractal)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철학자의 사유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도식화의 위험도 있지만 베르그손과 들뢰즈의 경우에는 오히려 생기를 불어넣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텍스트보다는 예술이야말로 이 두 철학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플라톤과 베르그손의 철학을 연결지으려고 평생 동안 노력하신 박홍규 선생님(1919~1994)의 작업(전집 5권)을 살펴보는 것도 매우 유익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서 후대에 왜곡된 플라톤주의를 넘어서서 베르그손과 통하는 플라톤의 모습에 조금 더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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