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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3시에 모여 트린 민하의 <그녀의 이름은 베트남> 다큐를 같이 보았습니다. 

surnameviet-1.jpg

surname은 Viet, given name은 Nam이라는 영화 제목은 분명 베트남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물음에 두고 시작한다.

아오자이를 입은 여성들의 전통무용으로 시작하는 첫장면부터 

결혼한 여성에게 요구되는 네 가지 덕목이 반복되는 마지막 부분으로 갈수록 이것은 베트남 여성의 정체성을 묻는 것인 동시에 

여성에게 보편적으로 씌어진/부여된 정체성을 묻는 것 같았다. 어떤 시대의 어느 곳의 여성이나 이런 굴레에 갇히고 벗어나고 싸우며 산다.

언제나 그치지 않고 물어져야 할 주제이지만, 사실 이런 서사는 진부해지기 쉬운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수정샘께 듣고 보니 그러나 그 정체성에 트린 민하 감독은 고정성보다는 유동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영화속에 자주 등장했던 출렁이는 물결이나 배에서 행상하는 여성의 모습이 만들어내는 유동적인 이미지는 

그 정체성이 어떤 고정성없이 변형과 뒤틀림 속에 바뀌어간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인데, 그런 것 같다. 

 

내게 기억에 남은 것은 별로 길지도 않았던 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5번째 여성의 인터뷰였다. 

surname-viet3.png

차갑고 딱딱한 진찰대는 어떤 가림막도 없이 복잡거리는 복도에 놓여있었고, 그 진찰대위에 올라선 환자를 그녀는 진찰해야 했다. 

피임이나 임신 등 어떤 여성의 신체에 대한 정보도 없이 무지한 채로 자신을 방문한 환자에게 그녀는 어떻게 물어야 할지 몰랐던 것 같다. 

어떤 질병이든 그것은 쉽게 성병, 그리고 여성 자신의 행실에 대한 비난으로 결부지어버리는 사회에서

여성에게 질병은 무섭고 고통스러운 것인 동시에 수치심을 만들어내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기도 했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신뢰를 기반해서만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네 고통을 말해보라고 묻기까지 섬세하게 만들어져야 할 조건과 환경을 이 여성은 자신의 업무현장에서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꼈던 것 같다. 

 

**

뒤늦게 들어온 덕분에 우왕좌왕하고 있었는데,

이번 논문 '괴물들의 약속'은 드디어 해러웨이와 더듬거리는 것이지만 우리가 대화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반가웠다.

무게잡는 진지한 이론이 아니라, 별 것 아닌 이론, 그렇지만 '문자 그대로'이고 '신체적'(5)인 이론을 만들겠다는 해러웨이는

가차없는 '가공주의(artifacualism)'을 제안한다. 가공적인 것 밖에 있는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있다는 순진한 생각이

왜 환상인 동시에 어떤 면에서도 무능할 수 밖에 없는지 그는 보여준다.   

그래서 이상한, '이시성(異時性)의 시간과 이지성(異地性)의 장소' 속의 상황에서 해러웨이는 이 가공주의를 통해 '어떤 다른 곳(elsewhere)'(3)을 정향한다.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한다는 말에 모두가 동의하지만, 우리는 대개 그럼 무엇을 어떻게 라는 질문에 무능하다. 

그래서 elsewhere를 찾아 떠나는 여정은 찬찬히 그리고 신중하게 계속 생각해볼 것을, 그리고 그렇게 참여하고 노력을 그치지 말 것을 요청한다. 

그리고 그 어떤 '상상의 elsewhere를 위한 연결 효과들, 구체화의 효과들, 책임의 효과들'(1-2)위해 헤러웨이는 새로운 광학장치를 장착한다.

그것은 빛의 입자를 그대로 튕겨내는 반사도, 자리옮김에 불과한 굴절도 아닌, '간섭의 매핑'(7)을 만들어내는 회절이다. 

 vision은 남성중심적인 주체-대상 이자관계에 속박된 폭력적인 것이라고 고발하기보다 그 비전을 다시 재생하잔 것이 멋지다.  

자연은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는 자원도 아니지만, 결코 침범해서는 안되는 무한한 생명을 낳는 어머니와 같은 것도 아니다. 

네트워크는 모든 것이 무차별적으로 연결된다는 낭만적인 서사로 낙관되어서도 안되지만

어느새 우리 삶을 좀먹고 지배해버리는 공포스러운 기술이기에 다 차단해야한다는 식으로 전개되어서도 곤란하다 

내부 보디가드들의 군단인 신체의 면역 시스템은 self에 기반하는 것이지만, 

자가 면역질환은 이 면역 시스템에 있어서 self와 nonself의 경계가 왜 의미론적인 것일 수 밖에 없는지를 드러낸다. 

여기서 '자기와 타자는 그 것들의 합리주의적인 대립적 성질을 잃'고, 

'근본적인 연결이라는 개념이 예기치 않게 방어되는 자기의 핵심에서 출현한다.'(35)

 

그렇다면 언제나 불공정하게 들리는 정신분석의 물음, 나는 누구인가? 대신 '우발적이고 마찰을 생성하는 articulation에 준비된 물음'(37) 

우리는 누구인가?를 묻는 것이 조금 더 도덕적 아름다움을 지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해러웨이는 우리를 '좀 더 섬세한 비전쪽으로 훈련'시키는 방법을 도모한다. 

그것은 저 all or nothing이라는 전형적인 기술에 대한 이분법을 다루는 SF를 다시 쓰기(38)일 수도 있고, 

모던의 이름 아래 없어진 듯 다뤄지고 감춰져 있었지만 그 모던을 지챙하고 있었던 amodern(非모던)을 주장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책임을 면하는 것으로서의 신화 '가 아니라 '번역과 연대에 대한, 책임과 설명의 책임의 신화'(6)로서 과학을 다시 불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해러웨이는 이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가 다른 액터들과 함께 '유능한 장인'(6)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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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뒷풀이는 넘나 신나고 즐거운 시간이에요. 담주는 각자의 질문을 소개하는 기말 에세이프로포절과 함께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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