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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블레는 익살꾼과 어릿광대들 사이에서 구전되고 있는 향토색 짙은 옛날의 사투리와 관용구, 속담 그리고 학생들의 중세소극, 파르스(farce)와 파르스와 같은 민중적인 요소 속에서 지혜를 수집했다. 그러나, 세기의 천재와 그의 예언적인 힘은 이러한 익살스러움을 통해 굴절되면서, 자신의 모든 위엄 속에서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곳에서도 그는 예언하고, 약속하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19-20)

 

 

그가 이러한 근대문학의 창시자들 가운데서 가장 민주적인 작가라고 하는 사실 또한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그가 다른 작가들보다도 민중적인 원천들, 특히 그 즉징적인 원천들과 밀접하고 본질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원천들이 그의 이미지들의 모든 체계와 그의 예술적 세계관의 기초가 되고 있는 것이다.(20)

라블레는 세계문학의 모든 문호들 중에서 가장 난해한 고전적가이다. 왜냐하면 … 그가 민중들의 해학적인 창작품에 관한 소수의 피상적 연구영역에 대해서도 심오한 통찰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1)

(특히) 민중들의 웃음과 그 형식들은 민중들의 창작 분야 중에서 가장 연구가 일천한 부분이다.(22-23) 그렇지만 중세도 르네상스 시대에 이러한 웃음의 문화가 보여주었던 용적과 그 중요성을 실로 거대한 것이었다. 웃음의 제반 형식들을 표형하는 일련의 무한한 세계는 교회와 봉건적 중세의 공식적이고 엄숙한 문화에 대립하고 있었다. 이러한 형식과 표현의 모든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카니발적 유형의 광장 축제들, 개별적인 우스꽝스러운 의식과 전례들, 어릿관대와 익살꾼들 … 이 모든 형식들은 통일된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형식들은 동일하면서도 충체적인 민중들의 웃음과 카니발적인 문화의 부분이자 편린들이다. 민중들의 웃음의 문화를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들은,(23-24)

 

 

1 의식적-구경거리의 형식들 (카니발 유형의 축제, 광장의 다양하고 우스꽝스러운 파르스 등등)

2 (언어로 표현된) 다양한 유형의 골계문학 작품들 : 라틴어나 속어로 구전 또는 필사된 작품들

3 거리낌없는 광장 언어의 다양한 형식과 장르들(욕설, 신을 걸고 하는 맹세, 서약, 블라종 등등)

 

 

1 웃음의 원리를 통해 구성되는 이 모든 의식적-구경거리 형식들은 근본적으로, 특히 엄숙한 공식적 전례 형식 및 예식들과는 현저하게 구별된다. … 그 형식들은 마치 모든 공식적인 세계 저편에, 모든 중세인들이 많건 적건 참여했고 일정 기간 동안 살았던 제2의 세계와 제2의 삶을 건설하고 있었다.(26)

계급과 국가 사회제도가 형성되기 이전의 환경과 문화의 초개 발전 단계 속에서는 신성의 세계과 인간에 대한 엄숙함과 우스꽝스러운 관점들은 아마도 모두가 거룩한 것, 말하자면 둘 다 ‘공식적인 것’이었을 것이다.(27)

카니발적 의식들을 구성하고 있는 웃음의 원리는 모든 종류의 종교적-교회적 독단주의, 신비주의, 경건주의로부터 이 ‘의식적-구경거리’의 형식들을 아주 자유롭게 해준다.(28)

카니발은 관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모든 사람들의 살고 있는 것이며, 그 때문에 이념적으로는 전 민중적이 되는 것이다. 카니발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카니발적인 삶 이외에는, 다른 어느 누구를 위한 삶도 존재하지 않는다. 카니발을 피할 곳은 어디에도 없다.타니발은 공건적 경계를 모르기 때문이다. 카니발이 진해되는 동안에는 오직 카니발의 자유의 법칙에 따라서면 살 수 있는 것이다. 카니발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부활과 갱생이자, 세계 전체의 독특한 상황이다. 이것이 카니발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 의해 생생하게 감지되고 있는 카니발의 이념이자 본질이다.(28-29)

그러므로 바로 이러한 점에서 카니발은 예술적인 ‘연극적-구경거리’ 형식이나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실제로 살아가는 형식적인(일시적이지만) 삶 자체의 형식처럼 되는 것이다.(29)

그러므로 카니발에서는 삶 자체가 놀이를 하는 것이고, 이 놀이는 잠시 삶 자체가 되는 것이다.(30)

(모든 종류의) 축제는 아주 중요한 인간 문화의 본원적인 형식이다. 공동체적 노동 과정의 조직과 개선 속에서 어떠한 연습도, 어떠한 일에서의 놀이도, 일에서의 어떠한 숨돌림 혹은 휴식도 그 자체로는 결코 축제적인 것이 될 수 없다. 그것들이 축제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존재영역 안에서. 정신적 이데올로기적 영역에서 나타난 무엇인가가 거기에 결합되어야만 한다.(31)

축제는 항상 시간성과 본질적인 관계를 맺는다. 그 근본에는 항상 자연적, 생물적, 역사적 시간의 일정하고 구체적인 개념이 자리한다. 더욱이 역사 발전의 제단계 속에서 축제는 자연과 사회와 인간의 삶에 있어서의 위기와 변혁이라는 계기들과 관련되어 있다. 죽은과 부활, 변화와 갱생의 계기들이 축제적인 세계관 속에서 항상 주도적인 것이었다.(31)

중세의 공식적인 축제들과 달리 카니발은 모든 계층 질서적 관계, 특권, 규범, 금지의 일시적 파기를 축하하는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시간성의 축제이며, 생성과 변화 갱생의 축제인 것이다. 카니발은 모든 종류의 영구화, 완성, 그리고 완결성과도 적대적이다. 카니발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래를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32-33)

소외가 일시적으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 이렇듯 진정한 인간성과의 관계는 단지 상상력 혹은 추상적 사고의 대상이 아니라, 생생한 물질적이고 감각적인 접촉 속에서 실제로 셀현되고 체험되고 있었다. 이상적이며 유토피아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이 독특한 카니발적 세계 감각 속에서 일시적으로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33)

- 카니발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소외가 사라지고 자유로워지는 것이 이들의 실제 삶에 잠시나가 숨통을 틔는 외에 어떤 역할을 했나

카니발적 웃음의 복잡한 본성은, 첫째로, 전 민중적이며, 모든 사람들이 웃는, ‘세계에 대한’ 웃음이다. 둘째로, 카니발적 웃음은 보편적으로서, 모든 사물과 모든 사람들을 향한 것인데, 세계 전체는 익살스럽게 제시되며, 자신의 우스꽝스러운 모습 속에서, 자신의 유쾌한 상대성 속에서 이해되기도 한다. 세 번째로, 이러한 웃음은 양면적 가치를 지닌다. 유쾌하기도 하고 환호작약하기도 하며 동시에 조소적이기도 하고 비웃기도 하는데, 부정적이기도 하고 동시에 긍정적이기도 하며, 매장되기도 하며 부활하기도 한다.(35-36)

카니발적 웃음은, 웃는 사람 자신을 향하기도 한다. 민중들은 생성되고 있는 세계 총체성에서 자신을 제외시키지 않는다. 그들 역시 아직은 미완성이며, 죽음을 맞이하고, 재탄생하며, 갱생한다.(36)

 

 

2 중세 민중문화의 두 번째 형식인 ‘골계문학’ 작품에서 웃음은 양면가치적 축제의 웃음이다. 이러한 문학작품은 모두가 중세의 축제적인, 오락물과 같은 작품이다.(37)

‘키프리아누스의 만찬’, ‘문법학자 베르겔리우스 마로’ 이후 라틴 골계문학의 발전 속에서 교회 예배와 교리들은 모든 요소들에 대한 패러디적 모사품들이 만들어진다.(38-39)

이러한 골계문학은 전통적이며, 어느 정도는 교회에서 용인되고 있었다. 이러한 골계문학의 한 부분은 ‘부활절 웃음’ 혹은 ‘성탄절 웃음’의 비호 아래 형성되고 발생한 것이며, 다른 부분은 ‘바보제’와 직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이러한 축제 기간에 실연 가능한 것이 된다.(39-40)

이러한 해학적인 작품들과 장르들은 모두 카니발 광장과 연관되어 있으며, 물론 라틴 골계문학보다도 훨씬 폭넓게 카니발적인 형식과 상징들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니발 광장과 보다 밀접하고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은 바로 중세의 우스꽝스러운 연출법이다.(41)

 

 

3 중세와 르네상스의 ‘거리낌없고 속된 관장 언어’의 몇 가지 독특한 현상과 장르들에서, 의사소통의 새로운 유형은 항상 언어 생활의 새로운 형식들을 탄생시킨다. 새로운 언어 형식들이 나타나거나, 몇몇 오래된 형식들이 폐지되고 여기에 다시 의미가 부가되는 것이다.(42)

그러나 현재의 생활풍속 속에 나타나고 있는 거리낌없는 접촉은 민중들의 카니발 광장에서 나타나는 자의적이고 허물없는 접촉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현재의 접촉은 전 민중성, 축제성, 유토피아적 의의과 같은 본질을 결여하고 있다. … 외면적인 겉모습은 보존하면서도, 그것의 내면적인 의미는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 그러므로 카니발 광장의 허물없는 의사소통이 보여주는 새로운 형식은 언어 생활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현상들 속에 반영되고 있다.(43) - 내면적인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는 근거는?

고대 우스꽝스러운 제식에서 필수적인 구성요소였던 신성에 대한 욕설과 상소리는 양면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 카니발이 진행되는 동안 이러한 욕설과 상소리는 본질적인 의미를 다시금 새롭게 부여받는다. 고유릐 마법적이며 실제적인 성격은 완전히 상실하고, 자목적성, 보편성, 의미의 심도를 획득하게 된다. 이러한 변형 속에서 욕설은 자유로운 카니발적 분위기와 세계에 대한 제2의 웃음의 면모를 창조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43-44)

 

 

육체 자체와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것, 그리고 성생활의 이미지들과 같은 삶의 물질, 육체적인 원리가 라블레의 작품 속에 압도적으로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이미지들은 극도로 부풀려지고 과장된 모습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46)

라블레에게 나타나는 물질, 육체적 원리의 이미지들은 민중적인 웃음 문화의 유산이다. 그것은 이미지들의 독특한 유형의 유산이며, 보다 포괄적으로 말해, 웃음 문화의 특징이자 다음 세기들의 미학적개념들과는 현저하게 구분되는 존재의 독특한 미학적 개념의 유산이다. 이러한 미학적 개념을 잠정적이고 조건부로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라고 부르겠다.(46-47)

그로테스크 리얼리즘 속에서 물질, 육체적 ‘본질적 요소’들은 심오한 긍정적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 물질, 육체적 원리는 여기서 보편적이고, 전 민중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즉, 그러한 원리는 세계의 물질, 육체적 뿌리로부터 이탈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 자기 자신 속에 고립되어 있고 감금되어 있는 모든 것들, 모든 추상적 관념화들, 대지와 육체와는 무관하게 단절된 의의에 대한 모둔 요구들과 대립하고 있다.(47)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의 모든 형식은 격하되고, 저속화되며, 육화된다. 바로 이 점이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 중세 문확과 예술의 모든 숭고한 형식들과 구별되는 근본적인 특성이다.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의 모든 형식들을 구성하는 민중들의 웃음은 예로부터 물질. 육체적 하부와 결합되고 있었다. 웃음은 격하시키고 물질화하는 것인데 이러한 격하는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는가.(49)

격하와 고상한 것의 저하는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에서 결코 형식적이며 상대적인 성격을 가지지 않는다. ‘상부’와 ‘하부’는 절대적이며 엄밀한 지형학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 격하는 새로운 탄생을 위해 육체의 무덤을 파는 것이다. 그러므로 격하는 파괴적이며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긍정적이며 재생적인 의미도 지니게 된다.(50)

문학적 패러디는 격하시키지만, 순수하게 부정적인 성격을 지닌 까닭에 근대의 장르로서의 패러디와 모든 종류의 격하는 이전의 거대한 의미를 보존할 수 없었다. 이 점에 있어 민중적인 웃음 문화의 훌륭한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격하는 르네상스 문학의 가장 커다란 특징이었다.(51)

(산초의) 불룩한 배와 식욕, 질펀한 대변과 같은 물질주의는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의 절대적인 하부이자, 돈키호테의 고립되고, 추상적이며, 무감각한 이상주의를 위해서 파헤쳐진 유쾌한 육체의 무덤이다. 바로 이 부덤에서 ‘슬픈 모습의 기사’가 새롭고, 훌륭하며, 위대하게 탄생하기 위하며 죽어야만 하는 것이다. … 이같은 것들이 세르반테스 소설에 타나나는 모든 물질, 육체적 이미지들의 카니발적 삶의 첫 번째 측면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측면은 세르반테스의 리얼리즘의 위대한 문체와 보편성, 심오한 민중적 유토피아의 경향도 창조한다. 다른 측면에서 육체와 사물들은 세르반테스에게서 개인적이고 사적인 성격을 획득하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됨으로써 그들은 왜소해지고, 길들여지며, 개인적인 인상 생활의 부동적 요소가 되고, 이기적인 욕망과 소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52-53)

이러한 물질, 육체적 이미지들의 삶이 보여주는 두 번째 국면은 복잡하고 상호모순적인 통일체 속에서 첫 번째 국면과 혼합되고 있다. … 르네상스 리얼리즘은 … 자기 자신과도 일치하지 않았고 자기 자신과도 동등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물질적으로 육체적으로 성장하는 세계의 총체성을 제시하였고, 그럼으로써 자신이 처한 고립성의 한계를 극복하였다. 개별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은 아직도 모순적인 통일성 속에서 혼합되고 있었다. 카니발적 세계 감각은 르네상스 문학의 심오한 뿌리인 것이다. … 세계를 비유적으로 개념화하고 있는 두 가지 유형 중 하나는 민중적인 웃음 문화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소, 다른 하나는 기존의 분산적 존재를 나타내는 본래의 부르주아적 개념이다. 르네상스 리얼리즘의 특징은 물질, 육체적 원리에 대한 이 두 가지 상호모순적 인식들의 갈등이다.(53-54)

그로테스크 이미지는 변화의 상태,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변신의 상태, 죽음과 타생, 성장과 생성의 단계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특징짓는다. 시간과 생성에 대한 관계는 그로테스크 이미지의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특징이다. 이러한 것들과 연관된 또 다른 필수적인 특징은 양면적 가치이다. 거기에는 옛 것과 새로운 것, 죽어가는 것과 탄생하는 것, 변형의 시작과 끝 같은 변화와 양극이 제시되고 있다.(54-55)

그로테스크 이미지들 고유의 시간과 시간적 변화에 대한 감각은 확산, 심화되고 있었으며, 사회적, 역사적 현상들도 자신의 영역에 포함시키고 있었다. 주기성은 극복되고, 역사적 시간의 감각으로까지 고양되고 있었다. 시간 변화에 대한 본질적 관계와 그 양면가치를 내포하는 그로테스크 이미지들은 근본적인 예술-이데올로기적 표현 수단이 되었다.(55)

그로테스크 이미지들은 … 모든 고전적 미학, 즉 기존의 완성된 존재의 미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기형적이고, 기괴하며, 흉측한 것이 불과하다. 그러한 이미지들을 관류하고 있는 새로운 역사적 감각은 여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그 전통적인 내용과 제재들은 보존하고 있었다.(56)

그로테스크한 육체 이미지들의 근본적인 경향 중의 한 가지는 두 개의 육체가 하나 속에 있다는 것을 제시하는 것에 있다. 하나의 육체는 태어나고 죽는 것이고, 다른 하나의 육체는 수태되고 태내에서 성숙되어 출생하는 것이다.(57)

이러한 육체의 나이는 특히 출생 혹은 죽음에 대한 최대한도의 근사치 속에서 정해진다. … 그러나 이러한 두 가지 육체의 경향은 한계적으로 하나로 통합된다. 서로 융합되는 단계 속에서, 그들의 개성은 이미 죽어가소 있지만 아직은 완결되지 못한 것으로 제시된다.(57-58)

미완성이며 열려 있는 육체가 죽어가고, 출산하고, 출산되는 명확한 경계를 통해 세계와 구별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육체는 세계와 뒤섞여 있고, 동물들과 사물들과도 뒤섞여 있다. 그 육체는 우주적이며, 모든 물질, 육체적 세계를 그 세계의 모든 요소들(자연의 힘) 속에 드러낸다. 이러한 경향 속에서 육체는 절대적인 하부, 흡수하고 탄생하는 원리, 육체적인 무덤이자 자궁, 씨를 뿌려 새싹들이 성숙해 가는 텃밭으로 인식되고 있는 새로운 모든 물질, 육체적 세계를 자신 속에서 제시하고 체현한다.(58)

육체에 대한 그로테스크 이미지는 ‘규범’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로테스크 이미지는 본질적으로 비규범적이다.(63)

중세 민중들의 웃음의 문화를 대변하는 이미지 체계인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의 개화와, 그것의 예술적인 정상은 르네상스 문학이었다.(65)

 

 

민중문화와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고 광장적인 전 민중적 성격을 띠고 있는 중세와 르네상스의 그로테스크와는 다르게, 낭만주의 그로테스크는 실내적이다. 마치 고독한 사람이 자신의 이러한 고립을 첨예하게 인식하고 체험하는 카니발과 같은 것이었다. 낭만주의 그로테스크에서 가장 본질적인 변형을 거치게 된 것은 웃음의 원리이다. 낭만주의 그로테스크 속에서 웃음은 축소되었고, 대신 유머와 아이러니와 빈정거림의 형식들이 수용되었다. 웃음은 이제 유쾌하고 환호작약하는 웃음이 아니었다. 웃음의 원리의 긍정적이고 재생적인 계기는 약화되고 있었다.(74)

 

 

이 세상에 웃음만큼 세계와 운명에 대한 모든 조롱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또 어디에 있을까! 이러한 풍자적인 가면 앞에서는 아주 강한 적들도 공포를 느끼게 되며, 불행 자체도 내 앞에서 물러가게 될 것이다, 내가 만일 웃어버리려고 들면 말이다! 조소 이외에 이 지구에서 가치가 있는 것은 악마에게나 주어버릴 일, 지구의 감상적인 길동무인 달도 함께 말이다!

 

 

여기서는 웃음의 세계관적이며 보편적인 성격을 밝히고 있는데, 웃음이 지니는 해방적인 힘은 찬미되고 있지만, 웃음의 재생력에 대해서는 어떠한 암시도 찾아볼 수 업다. 그러므로 웃음은 자신의 즐겁고 유쾌한 면모를 상실하고 마는 것이다. (75)

낭만주의 그로테스크의 세계는 인간에게 무섭고 낯선 세계이다. … 자기의 세계가 갑자기 낯선 타자의 세계로 변모하는 것이다. 아무 두려움 없던 것들 속에서 공포가 나타나는 것이다.(75-76)

그러나 민중문화(르네상스)의 그로테스크 이미지들은 결코 무서운 것이 아니었으며,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이 무섭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했다.(76)

낭만주의 그로테스크가 지닌 또 다른 특성은 재생력의 요소들이 웃음 속에서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과 연관을 맺는다. 첫째, 광기의 모티브. 민중들의 카니발에서 광기는 공식적인 지성 또는 공식적인 ‘진리’의 일방적인 엄숙함에 대한 유쾌한 패러디이다. 이것을 축제적인 광기이다. 낭만주의 그로테스크에서의 광기는 고립된 개인의 음울하고 비극적인 색조를 띤다.(77)

더 중요한 것을 가면의 모티브이다. 낭만주의에서 가면은 자신의 재생과 갱신의 요소를 거의 완전히 상실했으며, 음울한 색조를 띠게 되었다. 하지만 민중적인 그로테스크에서는 항상 고갈되지 않은 다면적인 삶이 가면 뒤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78)

낭만주의 그로테스크와 민중적인 그로테스크 사이의 차이는 악마 이미지에 대한 해석에서 첨예하게 드러난다. … 민중적인 그로테스크에서 악마와 지옥은 종종 우스꽝스러운 괴물들일 뿐이었다. 그러나 낭만주의 그로테스크에서 악마는 어딘지 모르게 우섭고, 음울하고, 비극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다.(78-79)

마지막으로 낭만주의 그로테스크의 특징은 빛이 아니라 어둠이다. 반대로, 빛은 민중적인 그로테스크의 특징인데, 이것은 봄과 아침, 그리고 새벽의 그로테스크인 것이다.(79)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아라베스크, 장 파울의 ‘파괴적인 유머’, 빅토르 위고의 ‘그로테스크’ 모두 낭만주의 그로테스크에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긍정적인 요소는, 낭만주의자들이 그로테스크의 민중적 근원을 탐색했다는 점, 그로테스크의 속성에 단순히 풍자적 기능만을 부가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그러나 슈네간스에게는 언제나 순수하고 부정적인 풍자일 뿐이었다)(83)

최근의 그로테스크 발전도식은 상당히 복잡하고 모순적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러한 발전은 두 가지 계열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계열은 모더니스트들의 그로테스크이다. 이 그로테스크는 낭만주의 그로테스크의 전통과 관련이 있으며, 오늘날에는 실존주의적인 흐름의 영향을 받고 있다. 두 번째 계열은 사실주의자들의 그로테스크이다. 이 그로테스크는 그로테스크적 사실주의와 민중문화의 전통과 관련이 있으며, 카니발적 형식의 직접적인 영향을 종종 반영하곤 한다.(86)

모더니즘적 그로테스크를 대변하는 볼프강 카이저가 말하는 그로테스크 세계의 본질은 적대적이고, 비인간적인 것이다. 특히, 카이저는 ‘낯섬의 계기’를 강조한다. … 카이저는 ‘이드’를 프로이트적이라기 보다는 실존주의적 정신 속에서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미친 사람들 가운데서 어떤 낯선, 정확히 말해 그의 영혼에 스며 있는 어떤 비인간적인 정신을 항상 느낄 수 있다. … 그는 그로테스크가 죽음의 공포가 아니라, 삶의 공포를 언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 그로테스크적 웃음을, 비애와 뒤섞인 웃음이 그로테스크적인 것으로 변모할 때 그 웃음은 조소적이고, 냉소적이며, 마침내는 악마적인 웃음의 특징을 띠게 된다고 본다. … 즉 낭만주의 그로테스크의 정신 속에서 전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89-94)

그러므로 그로테스크와 미학의 본질적 문제는 오직 중세 민중문화와 르레상스 문학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올바르게 제기되고 해결되어야 한다.(94)

(라이히, 부르다흐 등을 빌려) 민중적인 웃음의 문화의 본질을 해명하기 위해 라블레의 작품을 활용하면서 우리는 결코 그를 그의 작품 외부에 놓여 있는 목적 달성 수단으로 삼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오직 그와 같은 방법을 통해서만, 즉 민중문화의 견지 속에서만 진정한 라블레를 발견할 수 있으며 라블레 속의 라블레를 드러낼 수 있다고 깊이 확신하는 것이다.(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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