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원자료 :: 인사원의 과제ㆍ후기 게시판입니다. 첨부파일보다 텍스트로 올려주세요!


인사원_ 20161학기_ 이데올로기와 주체_ 정정훈선생님

 

 

상상의 예속성에 대하여

-스피노자와 알튀세르에서 이데올로기의 문제:상상계라는 쟁점(진태원, 2008)을 중심으로

6주차_쪽세이_20160425_이미라

 

 

 

진태원에 따르면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론, 스피노자 철학, 그리고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메커니즘이라는 3자의 상호 연관성에 대한 지젝의 분석은 수동성이라는 키워드 속에서 이루어진다.(진태원, 스피노자와 알튀세르에서 이데올로기의 문제:상상계라는 쟁점, 15, 이하 쪽수만 표시) 지젝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알튀세르에게 주체들은 상징적 기표들의 연결망 속에서 수동적으로오염되는 개인들이다. 마찬가지로 스피노자주의에서도 주체들은 정서적 모방-동일시의 연결망 속에서 자신들에게 전달되는 이미지들에 수동적으로반응하는 정념적인 주체들이다. 이런 의미에서 스피노자주의는 후기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는데, 왜냐하면 후기 자본주의에서도 이른바 주체들은 후기자본주의의 메커니즘에 대한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자신의 정념들을 규제하는 이미지들에 반응하면서 부분적인 정서들의 연결고리들에 의해 횡단되는 수동적 기반일 뿐이기 때문이다. 후기자본주의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지젝의 분석에 따르면, 알튀세르와 스피노자는 수동성을 매개로 서로 연관관계를 맺고 있다

 

진태원이 보기에 스피노자주의에 대한 지젝의 언급 및 알튀세르와의 연관성 에 대한 그의 분석은 스피노자의 상상 개념에 대한 그의 잘못된 이해에 기초한 허술한 주장”(19)일 뿐이다. 지젝에게 스피노자의 상상은 정서적 모방-동일시의 연결망 속에서 자신들에게 전달되는 이미지들들로서, “단순히 무지의 표현이자 인식의 진전에 따라 소멸해버릴 수 있는 것”(12)이다. 그러나 지젝의 이해와 달리, 스피노자의 상상은 변용의 질서와 연관에 따라 상상하는 것으로서, 우리가 자연에 대해 얻는 인식의 정도에 따라 소멸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 고유한 변용에 따라 세계를 체험하고 살아가는 한에서 우리가 자연에 대해 얼마나 진전된 인식을 얻든 간에 우리는 여전히 세계를 인간 신체의 변용의 질서와 연관에 따라 체험하고 상상하기 때문이다. 진태원이 보기에 지젝은 스피노자의 상상이 인식의 한 가지 능력이 아니라 인간의 삶의 조건 자체, 인간학적 장 그 자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스피노자 철학에서 자연은 사물들의 질서와 연관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그러한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은 이를 변용의 질서와 연관에 따라 경험하고 인식한다. ‘변용의 질서와 연관이 곧 상상계인데, 이 상상계가 인간 삶의 조건 자체, 인간 경험과 인식의 원초적인 인간학적 조건을 이룬다면 무엇보다도 인간은 이러한 변용의 질서와 연관사물 그 자체의 질서와 연관으로 착각하게 된다. 이러한 착각을 가상성이라고 한다. 가상성은 실재들이 변용이나 이미지그 실재들 자체의 질서와 연관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가상성은 상상의 고유한 효과 중 하나이다. 가상성은 변용의 질서와 연관을 산출한 원인인 실재들 자체의 질서를 배제한 채, 결과로서의 변용의 질서와 연관만을 사고하게 한다

     

알튀세르가 이데올로기를 현실적인 실존 조건들의 표상이 아니라 이 조건들과 맺고 있는 상상적 관계라고 정의할 때, 그것의 준거는 본인 스스로도 고백하고 있듯이, 스피노자의 세계 그 자체’, ‘삶의 공간 그 자체를 의미하는 상상 개념이다.(16) 그렇다면, 스피노자의 상상이 실재들 자체의 질서를 배제한 가상성을 낳은 것처럼,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도 자신을 낳은 실존조건’, 다시 말해 계급적 착취관계를 배제하는 가상성을 그 효과로서 갖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스피노자의 상상과 그 효과로서의 가상성에 관한 논의는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론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음이 명백하다.

 

수동성을 공통 분모로 하여 제기된 알튀세르와 스피노자에 대한 지젝의 비판을, 진태원은 그가 상상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반비판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진태원이 제시한 인간의 삶의 조건 자체라는 상상 개념에 입각하더라도 스피노자와 알튀세르 모두 여전히 수동성나아가 예속화 가능성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상상의 효과 중 하나가 가상성이란 점과 관련하여 볼 때, 상상은 그것이 지닌 투사와 구성의 힘에 의해 인간의 사고와 행위를 점점 더 인간 삶의 실존적 조건과 분리시키려는 위험한경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실재에 대한 무지를 빌미로 특정 계급의 지배가 온존된다면 인간은 수동성과 예속화에 점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상의 위험문제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스피노자는 역량의 변화 가능성으로서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스피노자에게 모든 인식은 항상 신체의 변용의 질서와 연관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단지 외부 실재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인간 자신의 신체 및 인간 자신의 정신에 대한 인식까지도 이러한 변용의 질서와 연관에 의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러한 신체의 변용의 질서와 연관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신체의 역량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으며, 신체의 변용들을 인식하는 정신의 소질, 능력도 그에 따라 변화한다.”(에티카, 24~25쪽에서 재인용) 스피노자에 따르면 상상의 효과로서 나타나는 가상성 문제의 극복 방법은 인간이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있다

 

알튀세르 이데올로기론으로 돌아와서, 그의 이데올로기론이 스피노자의 상상 개념에 입각해 있는 것이라면, 상상 개념, 그 효과로서의 가상성 개념과의 연관성 뿐만 아니라 예속화 가능성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서의 신체/정신 능력의 변화와 연관된 어떤 분석이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스피노자가 수동성과 예속화 가능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신체적 능력과 정신적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을 제시한 것처럼, 그렇다면 알튀세르 이데올로기론에서도 이러한 능력의 증가문제가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예속화에서 벗어나는 방법의 문제이기도 한데, 과연 알튀세르는 이에 대해 어떤 논의를 펴고 있는지가 분석되어야 한다. 그런데 진태원의 본 논문에서는 이에 대한 분석은 없는 하다.

 

필자가 생각해 보는 것은 지배 이데올로기와는 다른 피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발명하여 각각의 ISA에서 충돌을 일으킴으로서 주체들이 이전과는 다른 양태들을 접할 기회를 창출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이 알튀세르 이데올로기론에서 주체의 예속화 가능성에서 벗어나는 적합한방법이 될 수 있는지를 포함하여, 스피노자 용어법으로서의 주체 능력을 증가시키는 방법 문제는 또 다른 글에서 논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에세이자료집] 2019인사원_니체 :: 너희가 니체를 알겠지?! [1] oracle 2019.01.31 664
685 [니체의 영원회귀] 7강 예습 쪽글 floor 2018.10.25 76
684 [니체의 영원회귀] 7강 예습글 유택 2018.10.23 64
683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6강 쪽글 [1] 로라 2018.10.22 153
68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작가의 꿈을 이루어가는 이야기_20181022 [1] 선완규 2018.10.22 211
681 [회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1] minhk 2018.10.22 196
680 [니체의 영원회귀] 6강 질문을 대신하여 적는 후기 sora 2018.10.19 94
679 [니체의 영원회귀] 6강 "니체와 철학" 제1장 발제문 달공 2018.10.18 177
678 [니체의 영원회귀] 인사원_니체_쪽글_6주차_니체와철학_1장 미라 2018.10.18 114
677 [니체의 영원회귀] 6강 쪽글 file sora 2018.10.18 62
676 [니체의 영원회귀] 6강예습 쪽글 floor 2018.10.18 68
675 [니체의 영원회귀] :: 6강 예습쪽글 - [니체와 철학] 힘에의 의지와 영원회귀 oracle 2018.10.18 190
674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뱅퇴유 소나타의 소악절을 찾아서 [3] 로라 2018.10.17 719
673 [니체의 영원회귀] 6강 예습글 유택 2018.10.15 115
67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스완의 사랑 : 우리는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지 않을까? [1] ㅈㅎ 2018.10.15 173
671 [회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2 [2] file minhk 2018.10.15 260
670 [회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1 file minhk 2018.10.15 309
669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결석계 경호 2018.10.15 61
668 [니체의 영원회귀] 5강 후기, 그가 나에게 다가왔다 [2] file 구르는돌멩이 2018.10.14 155
667 사랑, 존재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과제) [1] 휘파람 2018.10.13 120
666 [니체의 영원회귀] 인사원_니체_쪽글_5주차_하이데거의 니체(2) 미라 2018.10.11 113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