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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얽힌 종과 종 발제자 안현숙 (2022. 10. 20)

 

9장 크리터캠 자연문화 속의 겹눈

 

돈 아이드는 “기술을 이용하거나 고용한다는 것은 동시에 그 기술에 의해 이용되고 고용된다는 것이기도 하다.…우리는 기술들 속의 몸들이다.“ 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기술은 우리와 세계의 다른 부분을 매개하는 무엇이 아니라 기관들이고 완전한 파트너들이다.

그는 세계를 형성하는 만남의 춤을 암시하는 말로 인터페이스(interface)보다는 접힘(infolding)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육신의 접힘은 세속적인 체현이다. 인터페이스는 상호작용하는 움켜잡는 장치들로부터 만들어진다.

 

세속적인 체현은 구문론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언제나 동사이거나 적어도 동명사이다. 체현은 진행 중이고, 동적이고 구체적 상황의 한복판에 있으며 역사적이다. 그리고 육신의 접힘에서 파트너들은 이질적이다. 즉 서로에 대한 타자들의 접힘은 우리가 존재들이라고 부르거나, 사물들이라 부르는 매듭을 구성하는 무언가이다. 사물들은 물질적이고, 종별적이고, 자기동일적이지 않고, 기호론적으로 활동적이다. 살아있는 것의 영역에서 크리터는 사물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 장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크리터들이다. (p.310)

 

사물들은 그 자체로 결코 순순하지 않은 복합체(compound)이다. 그것들은 다른 사물들, 즉 세계를 관여시키고, 해석이라는 육체적인 행위의 위험을 안는 사물들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기술들은 언제나 복합체이다. 그들은 다양한 해석 행위자, 기록 행위자, 그리고 관계적 행위를 연출하거나 증폭하는 행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복합체는 “그 안에 주택이나 공장이 있는 둘러싸인 구역”이라는 의미도 있다. 동물학 용어로서 군체 동물은 개개 유기체들의 합성물, 개충들〔군체를 이루는 개별 생명체들〕의 울타리, 하나로 접혀 들어간 일군의 크리터들이다. 크리터캠의 눈줄기에 의해 연결된 개충은 테크놀로지이고, 테크놀로지는 개충이다.

 

복합체는 합성물이기도 하고 울타리이기도 하다. 비인간 해양동물, 인간 해양과학자, 일련의 카메라와 관련 기기,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 텔레비전의 인기 자연 프로그램과 그 웹사이트, 해양과학 저널에 실린 진지한 논문들로 구성된 21세기 초의 복합체가 갖는 - 바다거북, 혹등고래, 황제펭귄과 같은 크리터들에게 장착된- 최신의 소형 비디오카메라가 가장 중요한 주인공이다. (p.311)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속에서는 세계의 여러 사실들 - 실제로는 세계의 크리터들 -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듀공과 얼룩상어에 탑재된 크리터캠, 즉 소형 첨단 광학기술인 판사실은 이질적인 육신의 접힘 속에서 우리를 동원하고 복합적으로 만든다. 이런 육신의 접힘은 주인공들에게 가능한 것 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연출법을 요구한다. 그러나 우선은 시각적 자명성과 인간-동물-기술이 복합된 생활세계에 대한 희화화적 인식론에 우리를 한정하려는 매우 예측 가능한 각종 기호론적 장애물을 헤쳐나가야 한다.(p.312)

 

광경 1

2004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은 <크리터캠>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시리즈를 제작했다. 1998년 <미국과학진흥협회>의 온라인판 ‘사이언스 업데이트’에서 한 해양생물학자가 그의 연구 대상인 해양 생물에게 직접 캠코더를 장착하기 시작했으며, 2004년 텔레비전 방송에서 해설자는 크리터캠이야말로 “숨겨진 생태를 발견할 수 있으며, 위기에 처한 종들에게 탑재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하이테크 과학 비디오 도구”라고 말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의 웹사이트는, 식별을 통해서 분리와 재구성에 대한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문자 그대로 타자의 신체에 붙은 카메라 눈을 통해서 우리는 카메라가 장착된 크리터 그 자체의 감각을 완전하게 경험하며, 크리터캠이 “인간의 개재를 없애고, 그렇지 않았으면 사실상 접근이 불가능한 서식지로의 접근을 우리에게 허용한다” 사이언스 픽션을 급속하게 현실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p.313)

 

카메라를 가지고 그 카메라로 자신을 촬영한다면, 자기 눈을 통해서 자신을 봄으로써 자신이 된다. 그러나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크리터캠>이 이와 다른 것은 자기가 타자의 자기가 되는 점이다. 이제 그것이 크리터캠의 눈의 위치이고 사물의 관점이다.

 

광경2

내셔널 지오그래픽 웹사이트에서 영상작가인 그레그 마셜은 큰 포식자인 상어에 들러붙어 있는 빨판상어를 보고 빨판상어에 상당하는 기계(방수 케이스에 넣은 비디오카메라)를 해양동물에 부착하였다. (p.314)

만일 우리가 빨판상어를 크리터캠의 유비로서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빨판 카메라를 체표면에 걸치고 헤엄치고 있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성은 어떤 것일지에 관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카메라와 빨판상어는 협동이라기보다는 동맹의 관계이고, “쿰 파니스”, “함께 빵을 나누는”관계라기보다는 “함께 타는”의 관계일 것이다. 그들은 편리 공생자들이지 후원자나 기생자가 아니고, 자신의 목적하에 누구/무엇이 편승하는 도구이다. 또한 기술을 영위하는 인간들은 최선을 다해 붙잡고 매달리면서 동승하게 된다. (p.315)

 

광경 3

크리터캠이라고 불리는 식민주의적 유기체의 겹눈은 절합된 렌즈들로 가득 차 있고, 이 렌즈들은 많은 종류의 조화롭게 조정 통합된 행위자적 개체들, 즉 역사적인 상황에 놓인 접힘이 동시대적 자연문화의 육신이 되는 기계·인간·동물 존재들로부터 유래한다. 그러나 크리터캠이라는 해석의 망에서 우리가 친숙해야 할 필요가 있으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있다. 크리터캠의 해석이라는 노동에서 동물의 기호론적 행위자성이란 어떤 것일까?

크리터캠에 의한 구체적인 자연문화적 조우에서 동물에 의한 해석 노동의 긍정적인 내용을 특정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시작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우선, 이 구체적인 테크노-유기적 세계의 육신의 가차 없는 얽힘 바깥에서는 이 문제를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행위자적 주체로서 동물이 의미에 관여하는 문제에 관해서도 일반적인 대답은 없다.

돈 아이드는 인간과 테크놀로지의 해석적인 관계에서 테크놀로지가 인간에게 적응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인간 신체와 테크놀로지는 구체적인 프로젝트와 생활 세계와 관련하여 공-서식한다. “내가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는 한, 나도 테크놀로지에 의해서 사용된다.”(p.325)

동물과 인간, 그리고 기계는 모두 특정의 생활 세계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물질-기호론적 요청 때문에 해석이라는 노동(과 놀이)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들은 접촉한다. 고로 그들은 존재한다. 그것은 접촉지대에서의 행위에 관한 것이다.

이런 종류의 통찰은 우리로 하여금 상황 속의 인간은 동물에 대한 인식론적-윤리적 의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특히, 우리는 하나로 환원되지 않는 그들의 타자성 속에서 그들이 누구인지를 배워야 하는데, 그것은 주의 깊게 구성된 다감각적 복합 언어에 기초해서 우리가 대화하기 위해서이다. 동물은 인간이 동물들에게 요구하는 것과 정확히 같은 정도로 인간과 그들의 테크놀로지에게 요구한다. 이 부분은 “대칭”이지만, 요구의 내용은 전혀 대칭이 아니다. 이 비대칭성이 갖는 의미는 크다. 상대의 행위에 대해 수동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접힘은 상황 속의 물질-기호론적인 존재, 육신의 구체적 디테일에서만 일어난다. 동물을 동반하는 인간의 특권은, 어떻게 이런 비대칭의 관계성을 제대로 된 관계성으로 만들 것인가에 달려 있다. 겹눈은 상이한 굴절률, 상이한 물질, 상이한 유체를 사용해서 초점을 맞춘다. 이런 것을 배우는 데 물이 가득한 지구의 바다 이상의 장소는 없다. (p.326)

 

10장 치킨

 

치킨 리틀은 역사의 충격과 두려움을 죄다 알고, 신/구를 불문하고 글로벌화의 경로를 추적하는 데 명수이다. 그는 테크노 사이언스도 잘 알고 있다. 치킨은 생물 다양성이나 문화 다양성에 관해서도 많이 알고 있다. (p.329)

 

1950년대 이후 유전적 조작을 받아온 닭들은 진통제가 가미된 먹이를 골라 먹게 되었는데, 이 새들은 걷거나 날개를 퍼덕거리기는커녕 똑바로 설 수도 없었다. 그래도 만족할 수 없는 농산업 연구자들 일부는 더욱더 부드러운 가슴살을 노리고 포스트유전학 연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영원히 실내에 갇히고, 테크노사이언스의 고급 유전 기술, 사료 전화율의 연구, 그리고 기적의 약(진통제가 아니라 항생제와 호르몬)에 기반을 둔 자동화 된 장치에서 노동하게 된 최초의 축사 동물이 닭들이었다. (p.331)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된다. 닭은 머리가 잘려도 운다.

양계 산업에서는 인간 노동자들도 몹시 착취당하고 있다. 닭고기를 처리하는 불법 이민자,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남녀 노동자, 유색인, 전과자들이 떠오른다. (p.335)

 

치킨은 동물들 사이, 그리고 동물과 인간 사이의 동물의 행위에 관해서 더 나은 방식으로 서술하는 것이 더 살기 좋은 정치를 되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영국의 <희소 품종 보호협회>(이하 RBST)와 세계 각지에서 희소 품종을 보호하고 있는 단체들은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을 부화시키고 있는데 그것은 동물-인간 얽힘의 복잡한 역사에 충실한 닭-인간의 현재진행 중인 삶, 즉 전적으로 현대적인 그리고 야생과 가축 양족 영역 모두에서 복수종 자연 문화의 번창하는 미래에 전념하는 삶이다.

RBST는 산업적인 표준화에 의해 소멸 위기에 노출되어 있는 닭 품종의 데이터베이스를 유지한다. 그것은 세속적 실천으로서의 “함께 되기”가 의미하는 것이다.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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