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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바타유] 6강 후기

박소원 2022.10.17 22:36 조회 수 : 67

후기(박소원)

황병승의 시 두 편을 중심으로 <에로티슴>3장(성과 금기),4장(생식과 죽음의 친화성),5장(위반)을 읽었습니다. 김동현선생님이 발제를 맡아주셨습니다.

3장 ‘전식과 관련된 금기’에서는 자유로운 동물적 성생활을 거부하는 우리 안의 보편적 금기에 대하여, 우리가 성행위를 할 때 지키는 여러 가지 제한들은 이처럼 형태가 분명치 않은 금기에서 비롯되고, 거기에서 공통적으로 우리를 구속하는 어떤 기본적인 규칙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함께 금기에는 언제나 폭력이 관계하며 폭력은 동시에 무서운 황홀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4장 ‘번식과 죽음의 친화성’에서는 생명은 죽음에 대한 부정이고, 죽음에 대한 공포감은 존재의 소멸과 관계있을 뿐 아니라 생명을 온통 삭게 만드는 죽은 유체의 부패와 관계한다는 것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막연하나마 죽은 사람의 부패에서 자신들을 향한 죽은 자의 ‘원한과 증오’를 보며, 장례식은 바로 그것을 진정시킬 목적에서 행해지는 것이다.

시체 앞에서의 공포가은 우리가 배설해 내는 배설물 앞에서 느끼는 느낌과 아주 가깝다. 오물, 부패, 그리고 성은 관계가 아주 밀접하다는 것이다. ‘구토’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며 구토의 객관적 존재 이유는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역겨움’과 ‘구토’는 전체적으로 ‘교육의 결과’이다.

‘생명을 낭비하고 싶은 충동과 그러한 충동에 대한 두려움’은 공포의 대상은 처음에는 공포감을 불러일으킬지 몰라도 이내 욕망을 충동질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내부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열병’과도 같은 어떤 충동은 죽음으로 하여금 우리를 ‘휩쓸도록, 짓밟도록’요구한다는 것이다.

 

황병승의 시 두 편을 아래에 덧붙입니다.

 

<어린이>

 

바닥까지 미개해져서 우리는 만난다

나의 엄마는 더럽고

너의 아빠는 뽀뽀 악수

떠오르는 몇 개의 단어, 몇 줄의 엉터리 문장

백지 위에 얼룩을 남기며

살려고도, 죽으려고도 하지 않는

과자나라의 왕들처럼

 

우리는 다시 만난다

머리 속은 마른 조개처럼 텅 비고

발톱은 새의 부리처럼 두껍고 단단해져서

그르릉 소리가 터져 나오기 전에!

 

너의 얼굴은 온통...잘생기고

못생기고의 차원이 아니야, 뭔가가 있어, 뭔가 어리석고 역겨운 것이!

 

나는 무척 마음에 든다

나는 무척 마음에 든다

 

우리는 만난다

너의 아빠는 썩고

나의 엄마는 맘마 장난감

우리가 가진 전부, 몇 개의 단어

몇 줄의 엉망의 문장으로

 

우리가 믿는 것은 모조리 검고

이것이 우리의 원래 눈빛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고무나라의 인형들처럼

 

우리는 다시 만진다

 

 

 

 

 

 

<커밍아웃>

 

나의 진짜는 뒤통순가 봐요

당신은 나의 뒤에서 보다 진실해지죠

당신을 더 많이 알고 싶은 나는

얼굴을 맨바닥에 갈아버리고

뒤로 걸을까 봐요

 

나의 또 다른 진짜는 항문이에요

그러나 당신은 나의 항문이 도무지 혐오스럽고

당신을 더 많이 알고 싶은 나는

입술을 뜯어버리고

아껴줘요, 하며 뻐끔뻐끔 항문으로 말할까봐요

 

부끄러워요 저처럼 부끄러운 동물을

호주머니 속에 서랍 깊숙이

당신도 잔뜩 가지고 있지요

 

부끄러운 게 싫어서 부끄러울 때마다

당신은 엽서를 썼다 지웠다

손목을 끊었다 붙였다

백 년 전에 죽은 할아버지도 됐다가 고모 할머니도 됐다가...

 

부끄러워요? 악수해요

 

당신의 손은 당신이찢어버린 첫 페이지 속에 있어요

 

 

 

 

 

오늘은 황병승의 시 2편을 반복해서 읽고...... 바닥까지 가보려고 하는 게 바타유가 아닌가. 수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소진/소모해서 도달하려는 곳은 합리성을 초월해서 죽음에 도달하는 데까지 가서 최종적으로 신없는 신성을 느끼려고 하는 것이 바타유의 사회학적 태도이지 않을까. 그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금기 밖으로 끊임없이 나아가서 그것을 ‘응시’하자. 우리는 끊임없는 ‘노동’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지점이 시의 지점이고, 신이 없는 시대에 신성성을 체험할 수 있는 게 ‘시’가 아닌가. 불가능하지만 불가능하다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그 지점에 나아가려고 하는........ 바타유와 시인 황병승은 실제의 삶에서 실현한 자들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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