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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철학 4강 발제 (3)

노을 2021.10.06 21:35 조회 수 :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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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프로메테우스의 전설」(1918) (프란츠 카프카)

  프로메테우스에 관한 4가지 전설은 카프카가 하나의 신화(신화의 권위, 절대자)를 깨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아도르노가 말한 수수께끼의 예찬 및 기능이 잘 드러나 있다. 아도르노는 수수께끼를 예술 작품이 지녀야 할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수께끼 퀴즈와 같은 수수께끼와 다르다. 오히려 절대로 사라져서는 안 되는 고유한 작품의 비밀, 진리, 아우라와 유사한 계열을 이루는 개념이다. 수수께끼는 순간적으로 풀릴 수 있지만, 작품 자체의 수수께끼는 남아있어야 한다. 만약 수수께끼가 완전히 풀린다면 작품도 사라질 것이다.

1)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비밀을 인간에게 누설했기 때문에 코카서스의 바위산에 묶이게 되었고, 신들은 독수리들을 보내 끊임없이 자라는 그의 간을 쪼아 먹게 했다.

: 카프카는 의도적으로 단수형 신과 독수리를 복수형 신들과 독수리들로 바꾸었다. 단일자로서 절대자적인 성격을 갖는 제우스를 그저 신들 중의 하나로 낮추는 것이다.

 

2) 프로메테우스는 쪼아대는 부리가 주는 고통 때문에 바위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몸을 눌러 결국에는 바위와 하나가 되었다.

: 프로메테우스의 반전이다. 이 단계부터 신들은 사라지고, 오로지 개인의 ‘고통’만이 남는다. 그리고 그 고통은 바위-되기를 통해서 소멸한다. 독수리의 부리는 이제 유효하지 않다. 프로메테우스 대신에 바위가 남는다.

 

3) 수천년이 지나 그의 배반은 잊혀지고, 신들도 독수리들도 그 자신도 그것을 잊어버렸다.

: 싸움/대결의 목적성을 상실한 상태. 왜 싸웠는지(싸움의 이유), 싸웠는지(싸움의 사건)조차 잊혀진 상태. ‘잊은 채로’ ‘관성대로’ 신과 독수리와 프로메테우스가 대결하고 있다는 것인지, 모든 상황이 종료되어서 모두가 ‘잊고’ 각자 살고 있다는 것인지 애매하다. 공통된 것은 싸움/대결 자체의 무용함이다. 목적을 상실한 싸움의 무용함.

: “카프카는 절대적인 진리 체계인 신화의 보편타당성을 망각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여 무효화시킨다.” 또한 “역설적으로 신화의 전통을 유지할 능력을 잃어버린 동시대인들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36) (장병희, <카프카의 단편 프로메테우스에 나타나는 진리 개념에 관하여>)

 

4) 사람들은 근원도 없게 된 것에 싫증이 났다. 신들도 싫증이 났고, 독수리들도 싫증이 났고, 상처도 싫증이 나서 아물었다.

: 프로메테우스라는 주체가 없는 상태에서, 자연 상태에 가까운 객체들이 ‘싫증이 나서’ 원상복구를 했다는 것. 프로메테우스의 고통은 소멸하고, ‘상처가 아물었다’는 전설은 자연적인 시간의 능력을 극대화해서 보여준다. 신화(처벌)보다 위대한 것은 인간-서사(고통)가 아니라 자연-서사(회복)라는 것인가?

 

5) 남은 것은 그 설명 불가능한 바위산이었다. 전설은 그 불가해한 것을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전설은 진리의 근원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다시 그 불가해함 안에서 끝나야 한다.

: 아도르노의 논리에 기대어보면, 예술 작품은 진리 내용을 품고 있다. 진리는 역사 속에서 역사를 비판하거나, 사회 속에서 사회를 비판하면서 확보된다. 카프카가 지배담론(통념, 신화, 도덕...)을 비판한다면, 신화를 해체하고 비판하는 전설들은 그가 만들어낸 예술 작품이다. 그러나 진리 내용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전설을 읽는 독자가 진리 내용을 찾아내야 한다. 이것이 수수께끼다.

그러나 수수께끼의 최종 목적은 절대로 풀리지 않는 것이다. 풀린 순간, 더이상 그것은 수수께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최종적으로 남아야 하는 것은 수수께끼다. 전설들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수수께끼다. 수수께끼를 암시하는 단서인 바위산이다. 바위산은 또 다른 무수한 전설을 지어낼 실마리가 될 것이고, 절대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를 지닌 전설만이 진정한 전설(예술)이 될 것이다. 남는 것은 신화가 아니라, 전설들이 아니라, 바위산이다.

: “<프로메테우스>는 근본적으로 진리에 대한 비유이다. 전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전승된 진리의 해석을 반박함으로써 끝없는 차이와 모순을 낳고, 텍스트의 마지막은 신화가 모든 전설에서 벗어나는 측면 즉 전승의 문제와는 별개의 선험적인 측면이 있음을 암시한다.”(40~41)

 

4.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1434) (얀 반 에이크, 영국 내셔널 갤러리 소장)

1) 아르놀피니는 누구인가?

: 부르주아 계층. 근대적 개인. 최초의 전신 모델이다. 왕, 귀족이 아닌 최초의 상인 모델.

 

2) 이 초상화의 의미는 무엇인가?

: 결혼증명서다. 결혼계약서와 같은 ‘기록’의 성격이 강한 문서다.

 

3) 아내는 누구인가?

: 죽은 사람이다. 사후(死後) 초상화다. <이진숙의 휴먼 갤러리, 《경향신문》, 2018. 7. 8.>

그렇기에 있는 그대로의 ‘기록’보다 가능한 상상이 전제된 ‘기억’이 그려진 작품이다.

 

4) 이 그림의 수수께끼는 무엇인가?

: 얀 반 에이크는 최초로 유화를 사용한 극사실주의 화가로 사물을 있는 그대로 거의 ‘사진처럼’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과 같지 않은 점이 있다면, 수수께끼를 위한 의도적인 재배치에 있을 것이다. (가령, 응접실과 침실을 의도적으로 일대일 비율로 합쳐놓은 거 같다.) “예술 작품은 현실을 모방한다기보다 오히려 이처럼 그것의 위치를 바꾸어 놓는다.”(212)

: 수수께끼가 알아맞히기의 과정이고, 영원히 풀리지 않는 것을 본질로 한다면, 이 수수께끼의 출제자이자 주체는 화가 얀 반 에이크일 확률이 높다. 정 중앙에 놓인 거울에는 얀 반 에이크와 그의 조수가 비친 모습 그대로 등장한다. 이로 볼 때 이 그림은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속에 숨겨진 ‘얀 반 에이크의 초상화’이기도 하다.

얀 반 에이크는 영화 <저수지의 개들>에 출연한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처럼, 자신의 작품들 속에 숨은그림찾기처럼 자신을 등장시킨다. (감독도 영화의 일부, 화가도 그림의 일부.) 아도르노가 말한 단절성(‘어딘가 잘려 나간 상태’)을 연출하여 작품의 수수께끼적인 특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렇듯 그림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말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그는 오로지 그림을 통해서만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듯이. 특히 이 그림에서 ‘얀 반 에이크가 여기에 있었다’는 서명은 얼핏 결혼의 증인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기록하는 의미가 더 강하게 드러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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