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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와 반복] 3강 후기

Jaa 2017.09.27 01:54 조회 수 : 112

니체와 들뢰즈, 영원회귀와 바람이 분다 

 

- 김수현 

 

택시 안에선 '바람이 분다'가 흘러나왔다.

지난 주 뒤풀이 참석 후 버스막차를 놓쳐 택시를 탔다. 

기사가 틀어놓은 오디오에서 이소라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옛날에 잠깐 좋아한 노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들어본 적이 없는 노래다. 가을밤 분위기와는 꽤 어울려서 내부순환로를 진입하는 택시 안에서 저절로 노래에 집중하게 되었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중략)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있다' 

 

그런데 가사가 범상치 않게 들려왔다. 

이건 니체의 영원회귀와 이에 대한 들뢰즈의 해석인 '존재의 일의성'에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는 가사가 아닌가. 

(지금부터 감동 파괴)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이러한 동일성 속에서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있다'  

자신은 이별로 인해 차이를 발생시켜버린 상황. (이별이 나쁜 것만은 아니네.) 지난 시간에서 이진경 샘은 위버멘쉬(초인)을 넘어서는 순간을 지칭한다고 했는데 이별로 인해 이별전과 달라져버린, 기존의 나를 넘어선, 심지어 긴 머리까지 자른 나. 

 

게다가 이런 가사도 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연인과 같은 시간을 공유했지만 양태(기록)은 달라진다. (택시 안에서 이 가사를 분석하면서 올해까지만 철학 공부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시작한지도 얼마 안 되었지만 난 뭐이런 분석이나 하고 있나.) 

 

노래 가사가 재밌게 들려서 공유해 보았다. 

난 사실 한 번도 들뢰즈에 매혹당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매혹당할 것 같지는 않다. 사실 내게는 그의 글이 너무 어렵고, 글이 어려운 탓인지 그의 문체도 읽을 때마다 짜증이 인다.  

주말에 1장 4절을 읽었는데 역시나 앞으로도 매혹당하긴 어렵겠구나 싶었다. 그는 헤겔과 라이프니츠에 대해 말하면서 그들의 주요 철학 용어를 독자들도 다 이해할 거란 전제하에 설명 없이 막 쓰고 있다. 나쁜 사람. 

 

그런데 고백하자면 지난 시간에 3절 뒤쪽 발제를 맡은 덕분에 그에게 매혹당할 뻔했다. 존재의 일의성에 왜 스피노자의 자연 개념과는 결차이가 있는 니체의 영원회귀를 들먹일까를 계속 생각했다.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아, 이 사람 천재구나', 싶었다.

차원이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나는 천재라고 생각한다.

기존에 스피노자 같은 철학자들의 일의적 존재론이 현존재만을 본다면, 들뢰즈가 해석하는 '영원회귀'의 존재론은 우주 전 시간대 존재로 확장된다. (이진경샘은 통시적이라고 표현했다.) 갑자기 같은 시대와 같은 공간만 있던 생각의 차원이 전 시간대와 전 공간으로 확대된 상황. 

 

좀 더 생각해보면 빅뱅까지 연상된다. (샘은 과한 해석이라고 하셨다)

잘 알다시피 우주 시작을 빅뱅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2000년대 이후 거의 대부분의 천문학자는 이를 인정한다. 들뢰즈가 사망한 1995년엔 이것이 널리 퍼진 개념이 아니란 사실이 좀 아쉽다. 빅뱅을 우주 태초라 생각하면, 우주의 시작 시점에는 폭발하기 전 크기를 알 수 없는 아주 작은 것에 우주 전 과정이 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작던 우주는 수소, 헬륨을 만들고, 초신성이 되어 폭발한 후 인간의 근원이 되는 각종 원소로 퍼져나갔다. 138억 년 시간과 공간을 통해 확장되고 있고,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우주의 모든 물질은 138억 년 전 태초에 뿌리를 함께 하고 있으며 이를 존재의 일의성으로 해석을 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천문학자들도 '138억 년 전 우리가 태어났다'고 말하곤 하니까. 

시간은 가고 돌아오고(존재는 생성하고 소멸하고), 시간은 가고 돌아오고 어떤 물질이 생성되고, 시간은 가고 돌아오고 어떤 진화가 이루어지고, 시간은 가고 돌아오고 우리는 늙어가고, 시간은 가고 돌아오고 우리는 먼지로 돌아가고, 시간은 가고 돌아오고 우주는 확장되고. 이렇게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에 거주하는 지구인들이 볼 때 우주는 동일한 시간을 반복하면서 차이를 생성해낸다. 그리고 이것은 보르헤스의 소설 <알레프>가 연상되기도 한다. 소설 속 알레프는 2~3cm에 불과하지만 우주의 모든 순간이 들어있는 구체이다. 알레프는 하나이자 우주 전부다.

 

내가 알기론 영원회귀에 대해 대부분 명확한 해석을 못 내리고 있다. 그건 니체가 불명확하게 썼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니체가 당연히 빅뱅까진 몰랐을 테고, 코페르니쿠스까진 알았겠지만 그런 과학 지식에 기반을 두고 이런 말을 했는지도 불명확하다. 비록 오역의 가능성이 있지만 내 생각에 영원회귀는 니체가 의도한 바는 공전 및 자전과 관련된 개념까지이고, 들뢰즈가 이를 크게 해석하여 '모든 시간과 존재의' 시작과 현재까지로 확장한 것은 차원을 뛰어넘는 해석이다. 들뢰즈는 영원회귀를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알다시피 revolution은 혁명이란 뜻도 있고 공전이란 뜻도 있다-이라고 말하는데, 내 보기엔 이런 해석을 하는 자도 혁명적이다. 아마 니체도 무덤에서 박수를 쳤을 것이다. 하마터면 나도 들뢰즈에게 매혹당할 뻔했다. 

 

이 주제로 에세이를 써야겠다.  

 

 

  • 참조

 

영원회귀에 대하여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 (민음사 383쪽) 

"우리처럼 생각하는 자들에게 있어서는 모든 사물 자체가 춤춘다. 만물은 다가와서 손을 내밀고 웃다가는 달아난다. 그리고 다시 되돌아온다. /

모든 것은 가고, 모든 것은 되돌아온다. 존재의 수레바퀴는 영원히 굴러간다. 모든 것은 죽고, 모든 것은 다시 꽃피어난다. 존재의 세월은 영원히 흘러간다. / 

모든 것은 꺾이고, 모든 것은 새로이 이어진다. 존재의 동일한 집이 영원히 세워진다. 모든 것은 헤어지고, 모든 것은 다시 인사를 나눈다. 존재의 둥근 고리는 영원히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다. /

모든 순간에 존재는 시작한다. 모든 '여기'를 중심으로 '저기'라는 공<球>이 회전한다. 중심은 어디에나 있다. 영원의 오솔길은 굽어 있다." 

 

이 부분은 거의 마지막인 3부다. 새 깨달음을 얻은 짜라투스트라가 동굴에 쓰러졌다 깨어났을 때 그를 따르는 짐승들이 그에게 다가와 자신들이 생각하는 깨달음을 이렇게 말한다.  위 짐승의 말에 대해 차라투스트라는 '그대들은 정말로 잘 알고 있구나', 하고 칭찬을 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헷갈리는 것은 이것이 차라투스트라가 깨달았을 때 하는 이야기인지, 니체가 하고자하는 이야기인지, 짐승의 이야기인지 구분이 불명확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원회귀는 앞부분 예언자의 말도, 나중에 짜라투스트라의 말도 언뜻 비슷하게 들려서 좀 헷갈린다. 

필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오역해온 영원회귀는 중심이 한 곳에 있는 원운동이나 윤회설은 아니고, 중심은 어디에나 있는(중심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인) 움직임을 말한다. 중심(신, 진리, 태양)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다. 지구와 태양과 같은 관계가 우주 여기저기에 있다. 갈릴레이 때 이미 목성 주위를 도는 위성을 발견했다. '영원의 오솔길은 굽어있다'란 표현은 동일하고 영원토록 계속될 움직임이지만 움직임 각자가 차이를 발생시키므로 앞을 알 수 없다는 의미가 될 것 같다.

그리고 확률게임인 주사위 놀이 비유가 나오는데 이 시기에 독일에 통계역학(엔트로피와 연결되는)을 창시한 볼츠만이 살았다. (니체와 볼츠만은 동갑이다) 이런 내용은 볼츠만의 영향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요건 좀 억측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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