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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 오노레 드 발자크

                                               - 도시 ‘파리’의 바깥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드라마 ‘보케르의 집’ :황정화

 

 

1819년 프랑스 파리의 뇌브 생트 주느비에브 거리 ‘보케르의 집’

이 소설은 ‘생생한 고통과 가끔은 위장된 기쁨이 넘쳐 흐르는’ 뇌브 생트 주느비에브 거리를 장황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음침한 색조와 장중한 사색’으로 꾸며진 이 거리의 고급 하숙집 보케르의 집에는 보케르 부인과 그의 하숙생 7명이 있다

‘시적인 데라곤 전혀 없는 가난’과 ‘하숙집 냄새’와 함께 있다. 이 하숙집에 대한 작가의 성실한 묘사에는 도시의 지저분한

일상과 도시인의 음울함이 문장 속에 고스란히 배어 있어 후각만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하숙인들 사이의 ‘불신 섞인 무관심’은 도시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매일 같은 식탁을 식사를 하고 일상을 나누는 한 식구인 그들을 이어줄 그 어떤 감정적 연대는 없다.

불안한 듯 이어지는 우정과 사랑에는 언제나 계산이 존재한다.

보트랭과 라스티냐크의 계약과 음모, 푸아레 씨와 미쇼노 양의 무미건조한 콤비,

보케르 부인의 고리오 영감에 대한 이해타산과 모략, 법대생 라스티냐크의 상속녀 빅토린에 대한 계산된 설렘,

그리고 고리오 영감과 라스티냐크의 비틀린 우정이 보케르 집에서, 파리의 도시 전체에서 화려하게, 또는 무심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 이야기가 파리 밖에서도 이해가 될까?

 

이 이야기의 전부가 파리 밖에서 이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보케르의 집’ 즉, 하숙집 사람들의 인간 군상들의 그렇고그런 사연들과 음모에서 비롯된 사건들과 돈 이야기는 200년 후 여기 서울에서도 읽어진다.

그곳의 청동 액자 같은 음침한 색조와 불쾌한 냄새를 조금 지워내고, 현란한 도시의 불빛을 약간 덧씌운다면 이해 못 할 이야기도 아니다.

하숙집 바깥은 샹제리제 거리로 나서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곳에는 200년전 파리의 사교계가 있다.

그 거리에는 범접할 수 없는 귀족들이 있고, 그들의 아내와, 정부와, 정부의 정부가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시골 출신의 법대생 라스티냐크는 그 거리에서 성공을 꿈꾸고,

몰락한 제면업자 고리오 영감과 두 딸들은 거리에서 그 시대를 다 겪는다.

그들은 가문과 돈으로 맺어진 관계이고, 그 관계에 대한 집착은 집요하다.

그들에게서 사랑도 치정도 관계에 대한 장식품에 불과하다. 잘 생기고, 아름답고, 젊고, 화려한 액세서리를 치장하고 관계를 자랑하러 나선다.

그것을 잃었을 때 그들은 사라짐으로 사교계에서 생명을 마감한다.

그러니 백자부인, 남작부인인 딸은 파산한 제면업자 아버지의 부성애는 관계로도, 자랑으로도 무가치하다.

‘자신’의 존재는 사교계에 화려하게 등장했을 때 의미가 있을 뿐 그 나머지 시간은 추악하고 더러운 곳에서 허우적거려도 상관이 없다.

그곳에 이제 막 한발 들여놓은 으젠 라스티냐크는 아직은, 아직은 순수하다.

 

습관적인 무관심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고리오 영감의 죽음의 침상이 길게 이어진다.

결코 오지 않을 딸들에 대한 애증을 임종을 지키고 있는 아직은 순수한 청년에게 쏟아낸다.

딸들도 외면한 늙은 고리오 영감은 마지막 집착의 찌꺼기들을 모두 퍼붓고 고리오 영감은 죽어간다.

한 인간의 죽음의 과정을 연민의 감정으로 다 치러낸 이는 가난한 라스티냐크이다. 그리고 그는 파리와 대결하기 위해 아름다운 사교계로 향한다.

몰락한 고리오 영감에 대한 이 야망 가득한 청년의 우정은 무엇이었을까.

아직 사교계의 처세에 완전히 빠져들지 않은 순수함의 마지막 호의인가.

딸들에게 숭고한 희생을 베풀고 떠난 부성에 대한 엄숙한 경외의 표현인가,

맹목과 집착으로 어리석은 인생을 마감한 늙은이에 대한 동정의 조의인가.

아직 저지르지  않은 부도덕에 대한 면죄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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