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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인간학] 7~8강 후기

해돌 2023.05.08 13:49 조회 수 : 35

1. 편견적 편견

얼마전 연극 <파우스트>를 보았다. 괴테의 원작에서 도입부 계약과 이후 그레첸과의 서사를 주로 엮은 스토리인데 초반 메피스토펠레스가 변신한 검은개를 어떤 배우가 전신 동물탈을 쓰고 연기 하였다. 사람보다 작은 개이기 때문에 누가 들어가 있나 궁금했다. 그 배우의 탈이 벗겨지니 왜소증 신체가 나타난다. 연극 무대에 선 장애인 배우를 맞닥드린건 처음이었다.

베리어프리(barrier free)를 위해 수어번역 연기자를 붙이는 극을 본적은 있지만 베리어의 기준을 관객에만 한정지어 생각해왔구나 라는 깨달음이 첫번째 였다. 이와 함께, 개란 배역에 꼭 맞게 작은 키의 김범진이란 배우는 자신의 신체성을 무대에 당당히 잘 활용하는데 오히려 지켜보는 내가 불안한 심리는 뭘까란 의아함이 들었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결국 이것도 장애인 각각의 차이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다. 난쟁이에게 개 연기를 시키는 것을 근대 서커스적 행위이니 비윤리적이라 지레짐작 하는 것 또한 김범진에게는 편견일수있다. 

자신의 신체성을 긍정하고 있다는 사인을 이러한 유명 연극의 배역으로 만천하에 고할 수 있는 장애인은 매우 드믈다. 설령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긍정할지라도 비장애인인 내가 온전히 진심으로 왜소증인 그의 가치관에 공감할수 있을까? 

특히 정상성에서 많이 벗어난 장애인의 낯선 신체를 아름답다 생각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2. 장애 신체와 미, 그리고 쾌

장애 신체를 아름답다 할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떠올라 했던 말이 현대미술이다. 현대미술에선 ‘추’도 아름다움의 범주에 들어간다. ‘추’를 단순히 못났다는 비하라기 보다 고전적 비례대칭과 조화에서 벗어나 있다란 개념으로 고상하게 포장해 보자. 가시적 우아미의 결여일뿐이다. 

이에따라 손상된 장애인의 신체를 모델로 만든 토르소를 아름답다 묻는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예술은 일차원적인 쾌의 감정이 아니니까. 마에스트로 첼리비다케는 예술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 했듯이. 

그러면 다시 예술의 영역을 벗어나 삶으로 돌아와 보자. 토르소 작품이 아닌 그 모델 주인공의 몸을 아름답다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푸코는 진실의 용기로 삶을 미학적으로 완성하라 했지만, 이것 또한 칸트의 다다를 수  없는 소실점 같은 소리로만 들린다. 

며칠전 현대음악 공연을 보는데 쇤베르크의 후예들 답게 불협천지였다. 불협 또한 추처럼 현대음악에 당당히 미의 요소로 인정 받았다. 캑켁대는 플루트, 철사를 휘두르는 쉰소리를 토하는 바이올린과 첼로, 못을 때리는 망치처럼 탕탕대는 피아노 소리는 너무 전위적이고 피곤하지만 이것은 예술이라니 인내심을 끌어올렸다. 

공연을 보는 내내 긴장된 신경질적인 기분은 다른 이유로 마음에서 계속 덜컹댔다. 장애인의 낯선 신체를 보고 드는 감정이 사회적 모델에 따른 학습에 기인했다기 보다 불협화음을 듣는 것 같은 본능적 불쾌의 영역이면 어쩌나 해서이다. 

예술의 전당 음악당에서 탕탕대는 피아노 소리는 참을 수 있지만 내 윗집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온다면 경비실로 당장 전화를 걸어 항의할 것이다. 예술이란 라벨이 보호하지 않은 바깥의 자본주의 세상에서 추나 불협은 불편한 것이다.  특히 추는 죄악에 가까울 정도로 여겨진다. 

이런 가운데 사지 일부가 절단되거나 뒤틀린 어떤 장애인의 몸을 내가 이해하고 긍정한다고 말하는것 자체가 도적적 허세(grandstanding)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3. 음악과 여성에 대한 하대

욕망에 대한 칸트의 여러 문장에서도 음악과 여성에 대해 낮잡는 비하는 계속 된다. 그에게 청각은 손실되면 가장 치명적인 감각이지만 음악은 예술에서 맨 아래자리에 위치한다. 

시각예술대신 기독교 포교를 위한 종교음악이 주를 이뤘던 시대여서 일지, 취사선택할 수 없는 일방적 감각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를 비롯한 음악 애호가들이 칸트의 문장에 부들부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칸트 미학과 숭고의 정의 이후 독일 음악은 체계적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칸트 시대의 사교모임에서 실내악 같은 음악은 늘 BGM이 맞았다. 음악회라고 해도 웃고 떠드는 사교적 수다를 개의치 않았던 것이다. 음악 자체에 엄숙하게 집중하는 문화는 계몽주의를 거친 더 후대의 것이다. 

칸트가 언어와 글자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점에서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가사가 없어 작곡가의 의중을 쉽게 추상/사유 할수 없는 분류를 쾌적한 소음이라 비하했을듯 하다. 그러나 수백년을 거치며 가사가 있는 어떤 음악은 시와 거의 구별이 어려워 졌다. 멜로디가 없이 라임에 맞게 사유된 문장을 즉각적으로 내뱉는 랩이 시가 아니면 무엇일까?

음악의 범위와 청중의 매너가 다른 지금 칸트의 음악론에 짜증을 내는 것은 그의 여성론에 한줄 한줄 밑줄을 긋고 앙심을 품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 근대적 한계성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본능적으로 쾌보단 불쾌의 감정이 앞선 부분은 어쩔 도리는 없지만 이성의 힘으로 이해하려 노력중이다.

애써 노력하지만 어쩔도리 없이 싫다, 혹은 불쾌한 감정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이것은 열정의 사슬에 묶인 감성의 발로임에 이성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면 나는 더 나아진 인간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 

 

4. 사교와 공동체의 식탁

<현대에 도전하는 칸트 : 노르베스트 한스케> (이엽,김수배 옮김 / 이학사) 에서 대중적 칸트의 이미지와 달랐던 멋쟁이 시절의 칸트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칸트는 젊은 시절 괴니스베르크의 유명 인싸 였으며 사교계의 핵심인물 이었다. 식탁에서 지적유희를 자극하는 여러 대화를 나누는데 골몰했던 시기도 이쯤으로 추측한다. 그러나 중년이후 칸트는 3대 비판서 집필에 매달리며 우리가 아는 골방의 학자가 되었다. 심지어 초기 집필작의 위트와 재기가 넘치던 문체마저 3대 비판서 이후 건조해졌다 평가한다. 

"무엇이 멋쟁이 선생님을, 하이네가 희화적으로 묘사했듯이, 저 엄격하고 기계에 가까운, “포장지 스타일의 노동인간”으로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 문제이다." (p.37 1장 시민적 삶으로서의 칸트의 생애) 

칸트는 철학자(철학하는 학자가 아닌 사유하는 사람)로서 대업을 달성하기 위해 인생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사교계에서 멀어진것 처럼 보인다. 사교모임이 속세적 행복이었다면 황혼기의 칸트가 추구한 삶은 상대적으로는 스스로의 준칙에 훨씬 더 엄격해 진 모습이다. 후기 저작인 실용적 인간학에서 소개하는 사교는 그야말로 자신의 지난 경험에서 우러나온 실용적 조언이었던 것이다.

시민이란 테두리에서의 칸트식 사교모임을 현대에선 어떤 공동체로 생각해야 할지는 사람마다 각자 그 기준이 다를 것이다. 칸트가 후기에 자신의 일상성을 매일 규칙적으로 유지하려 애썼던 점을 생각하면 결국 내 삶에서 완전 동떨어진 것이 아닌 자연스런 부분에서의 공동체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들야학으로 부터 자연스레 상기된, 투쟁하는 사람들의 길위의 식사는 고병권이란 사람의 일상으로부터 비롯된 공동체 식탁이다. 실용적인간학을 장애학에 연결해 읽고 있는 이유인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식탁을 떠올릴수 있을까. 공동체라는 말이나 삶을 선호해본적이 없는 철저한 개인주의 전형의 나로선 아직은 백지상태이다. 나의 사교생활을 정의하는 문제는 나와의 다름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일지 모른다. 역시나 또 어려운 문제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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