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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인간학 6강을 마치고

현옥 2023.04.24 13:16 조회 수 : 44

 

그동안 ‘장애인’의 문제를 어떻게 문제화해야 좋을지를 몰라서 혼란스러웠었다. 나는 ‘삶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기 위해’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장애인을 비롯한 타자들은 분명하게 그 삶 속에 공존하고 있으므로 나에게 당연히 긍정되어야만 할 존재들이었다. 마치 칸트의 도덕적인 명령처럼, 마땅히 긍정되어야 하고 받아들여져야만 한다는 것. 근데 딱 거기까지였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분명하고 타당하지만, 내 감각은 그 타당한 이유만큼 쉽게 변하질 않았다. 간혹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혼자 노래를 흥얼대며 나를 스쳐가는 친구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몸을 사리게 되고, 뇌성마비 장애인이 어눌한 발음으로 너무나 천천히 힘들게 얘기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이 감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내가 저들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고민이었고 풀어야 할 과제였다. 내 수동적인 감수성이 바뀌려면 좀 더 적극적이고 적합한 관념이 필요하다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그걸 찾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그 사안을 구체적으로 ‘문제화’하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지 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고나 해야 할까. 선생님의 문제는 선생님의 공부와 사유 안에서 구성된 맥락이 있을 테니 그걸 가져온다고 해서 내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칸트 역시 기초가 없는 나에게는 너무나 두루뭉술하고 큰 옷이라서 칸트를 통해서 내 방식의 문제화를 하는 것도 막연하게만 느껴졌었고..

그러던 차에 선생님이 권해주신 ‘혼종성 비판’이 나에게 북극성의 역할을 해준 듯하다. 내 주제에 매우 어려운 텍스트이긴 했지만, ‘학문이라는 것이 하는 역할이 바로 이런 거겠구나’ 감탄스러웠고, 무엇보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에서 배제된 타자성(하임 하잔의 표현에 의하면 비혼종들)을 제대로 이해해보기 위해 내가 어떤 위치에 어떤 태도로 자리해야 하는지를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 우리가 그런 치명적 타자들의 묵살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어떻게 들을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런 본질적 야만인들의 진짜 색깔을 볼 수 있는지, 어떻게 볼 수 있는지 말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조사 범위를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참된 혼종화는 상호변형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혼종성은 보통 시스템, 법인, 제도 등을 겸비한 자본주의 사회의 (정치적, 의료적, 자유주의적) 권위와 헤게모니 시선을 동반한다. 생명정치의 지배는 많은 경우 생명사회성의 전망을 가려 버린다.... 이는 우리의 제1원리에 대한 사유, 그리고 우리의 전제에 대한 검토를 요구한다. 우리는 우리 세계관을 뒤흔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혼종성 비판,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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