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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인간학 410-쪽글

한광주 2023.04.17 13:07 조회 수 : 35

칸트의 《실용적 인간학》에 나타난 ‘미성숙’의 개념과 그 대상자들

미성숙’(Unreife)이란 “다른 모든 점에서는 건전한 인간이 시민적 업무에 대한 자기 지성의 고유한 사용에서 (자연적으로 혹은 법률적으로) 무능력한 것”을 가리킨다. 만약 이 미성숙이 ‘연령’에 의한 것이라면 ‘미성년자’라고 불린다. 그런데 미성숙이 ‘법률적 제도’에 의한 것이라면 “법률적 혹은 시민적 미성숙”이라고 불린다. 아이들은 전자에 해당하고(자연적 미성숙), 여성은 후자에 해당한다(시민적 미성숙). 아이들은 일정 연령까지 권리가 유예되며 그동안 부모가 ‘자연적 후견인’이 된다. 결혼 여성의 경우에는 남편이 ‘자연적 후견인’이 된다(VII, 209)

미성숙의 대상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다루지 않고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다시 말해 미성숙자는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제한의 대상’인 것이다. ‘말하자면 심각한 지적장애를 가진 이들의 권리 제한은 아주 당연한 것으로 간주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마음의 박약’이 없어도, 실행과 관련해서 ‘박약’이 나타나면 권리 제한이 이루어진다고, 다시 말해 권리의 ‘유예’나 ‘대리’가 필요하다는 논의를 하는 것이다(발제문, 고병권)


여기서 궁금한 것은 칸트가 미성숙의 조건을 ‘변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가 그렇지 않은가?’이다. 어린아이의 경우 ‘연령’을 기준으로 본 미성숙이므로 ‘미성년’이 되며 이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경과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없어질 조건이다. 이와 달리 여성의 경우는 ‘모든 연령에서 시민적으로 미성숙’하다고 했다. 이는 결혼과 관련한 법에 의한 것으로, ‘칸트는 결혼을 남성이 여성에 대해 ‘대물적 대인권’(das auf dingliche Art persönliche Recht), 즉 “어떤 대상을 하나의 물건으로 점유하여 인격으로 사용하는 권리”를 얻은 것으로 본다(<윤리형이상학>, VI, 276).‘

법과 제도라는 것이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 한, 칸트도 ’미성숙의 조건‘은 변할 수 있다는 걸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칸트가 ’결혼하지 않는 여성, 설령 결혼했다고 하더라도 “별도로 재산을 갖는다면”(독자적 소유권) 사정이 달라진다(VII, 209))’고 언급한 점을 참고할 때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미성숙한 존재로 규정했다고 볼 수도 없다.

이러한 칸트의 ‘미성숙’ 언급은 “인간의 본성은 자기 분석을 통해 발견될 수 있는 하나의 감추어진 실재가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지 공적으로 규정하기 위해 선별된 형식의 집합체”라고 한 푸코의 언급과 연관하여 생각할 때, 미성숙을 ‘가변적인 것’으로 보는 데 큰 무리가 없다. 더우기 “존재하는 것은 오직 언어와 제도의 인공물일 뿐이다. 언어와 제도의 인공물은, 잇단 각 세대들이 각 세대 나름대로 인간의 상태를 지각하고, 매 세대마다 그 지각을 설명하기 위한 범주 창조의 임무를 새롭게 하는 과정에서 뒤에 남겨진 것이다.”(트릭 H. 허턴, 푸코, 프로이트, 자기의 테크놀로지, 1997)라는 푸코의 생각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

미성숙에 대한 칸트의 글이 ‘실용적 관점’에서 본 측면에서 인간에 대한 언급이니만큼 그 시대적 조건을 충실히 반영했다는 점을 감안하며 읽어야 할 것이다. 비판서 시리즈까지 써낸 칸트가 왜 이 부분에서는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은 ‘실용적 관점’이라는 개념에 다 녹여야 한다. 당시 인간학을 알게 해준다는 점만을 채취하는 것으로 만족하며 읽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오늘날 법적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발달장애인의 ‘미성숙’ 개념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칸트가 여성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았던 판단을, 오늘날 발달장애인에게 그대로 적용는 건 아닌지 하는 각성이 필요하다. 실제로 발달장애인의 자립에 부정적인 견해의 근거는, 생활에 필요한 일이나 판단을 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발달장애인은 모든 일을 스스로의 힘으로 다 해내고 늘 정확하고 올바른 판단만을 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의 경험을 통해 더 나은 판단을 배우고 실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익혀나간다.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실패할 기회와 경험이다.

결국은 그 시대가 진리처럼 끌어안고 있는 편견, 그것이 낳은 차별의 결과임을 확인한다.


아이 셋을 낳은 장애여성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아이 셋 낳는 동안 한 번도 축하를 받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 분과 이야기한 것이 ‘축하를 받을 권리’였다. 걱정하는 주변인에게 ‘걱정’ 대신 ‘축하’를, ‘동정’ 대신 ‘지원’을 부탁하는 연습을 했다.

“축하해 주세요!” 열 번 연습을 하고 나니 입에 좀 붙는다고 하셨다.

가정 내에서 비장애인 딸의 연애는 축하하면서 장애인 딸의 연애는 '성폭행'이 아닐까 의심하는가 하면,  비장애인 아들의 자립에는 '축하 + 지원'을 하면서 장애인 아들의 자립은 극구 말리는 예가 허다하다. 우리 모두에게는 ‘축하받을 권리’가 있다.      

권리는 일상에 녹아 있어야 하며 그래서 구체적이어야 한다.(예를 들면 '오줌권' -김원영,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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