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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인간학 5강을 마치고

현옥 2023.04.16 13:27 조회 수 : 43

칸트에게 가장 중요한 인간의 능력은 ‘지성’이며 ‘지성’은 ‘개념’의 능력이다. ‘개념’은 ‘하나의 사물을 나타내는 여러 관념 속에서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요소를 추출하고 종합하여 얻은 관념’이며, 최소한도로 보아도 어떤 사물에 대한 일반적인 의미를 전달해준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지칭할 때 ‘개념없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 철학자는 ‘개념을 발명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어떤 것에 대한 ‘개념’이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따라서 우리의 삶의 태도나 양식도 변화할 수밖에 없는데, ‘장애’나 ‘동물권’의 개념의 변화가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상성’을 기준으로 ‘장애’라는 개념을 정립했을 때는 지금처럼 ‘비장애인’이라는 개념은 따라나올 수가 없었고 ‘동물인간’이라는 개념 역시 마찬가지다.

이처럼 하나의 사물이 여타의 사물과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공통적인 규칙을 인식하여 개념을 구성하고(지성), 그 개념 안에 하위의 것들을 포섭하고(판단력), 나아가 그 개념의 원리에 따라 세부적인 하위의 준칙을 만들어 시행하는(이성) 인간의 모든 능력은 분명 소중하며, 그 능력이 ‘개념화할 수 있는 인간의식의 통일성으로서의 지성’에서 비롯된다는 건 분명한 것 같다. 칸트가 어째서 인간의 지성을 그토록 대단한 능력으로 보고 있는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하지만 이게 전부일까?

 

나로서는 두 가지의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선 개념화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걸 인정한다고 해도, 사물과 관계를 파악하는 이 개념화의 능력이 꼭 ‘음성언어’(를 통해서 그 이미지를 표상할 수 있는 능력)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일까 하는 것.

또 하나는 인간의 인간다움을 규정하고 표현하는 기준 내지 조건이 어째서 꼭 ‘개념의 능력’ 하나뿐이어야만 할까 하는 점이다. 우리는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이거나 간에 여하튼 경험해보지 않은 세계에 대해서는 그 어떤 상상도 할 수가 없다. 그런 세계에 관한 모든 생각이나 주장은 그야말로 편견이거나 막연한 추측이거나 자기 신체를 통해 그려진 이미지들일 뿐 아닌가? 알 수 없고 상상할 수 없는 경험 밖의 세계를 그냥 판단중지로 열어놓기만 해도 얼마나 숨통이 트일까 싶다.

 

또 하나. 선생님께서 예리하게 지적하셨듯이 정신이 박약한 자들의 권리를 제한하자마자, 여성과 하인 같은 시민적으로 미성숙한 자들에 대한 권리의 제한이 칸트선생의 머릿속에 자동적으로 떠올랐다는 것은, 그 대학자 역시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에 의해 결정되고 있었다는 증거일 텐데... 자신을 그렇게 결정한 기재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녕 조금도 눈을 돌릴 수가 없었던 것일까? 만약 그의 주장대로 이성의 개념으로서의 ‘이념’이 ‘더이상 조건지어진 것을 생각할 수 없는 무제약자에 이를 때까지, 경험을 넘어서 거슬러 올라가 얻을 수 있는 완전성의 개념’이라고 한다면, 칸트에게 ‘성숙’이라는 것의 이념은 어떤 이미지였던 것일까? 그는 정말 ‘조건지어진 것을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는 무제약자’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성숙’이라는 개념을 밀고나가 보긴 한 것일까... 당시의 시대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칸트가 ‘너무나 쉽게, 아무렇지도 않게’ 권리의 제한을 얘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푸코의 ‘인간학에 관하여’에는 쉬츠의 문제제기( 쉬츠는 결혼관계에서 여자가 남자의 소유물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며, 결혼과 결혼이 부여하는 권리는 사람을 대체가능한 사물로 만들지 않고, 하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에 대한 칸트의 냉정한 답변이 들어 있다.

‘성적 관계의 호혜성은 결혼의 법률상 필연적인 귀결이다. 즉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서 사물화는 권리를 정초하는 사건이 아니라, 권리 상황에서 결과로 도출된 사건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권리 상황 밖에서 발생할 경우에만, 법적 상황에 이의를 제기한다. 즉 인간을 사물화하는 법률적 관계는 인격의 본질을 사물로 바꾸지는 않지만, 사람과 사물 간의 관계로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수립한다’고.

이에 대해 푸코가 내린 결론이 ‘인간학’을 쓴 칸트의 의도와 인간에 대한 칸트의 렌즈를 상당히 이해하게 해주었다.

“‘인간학’은 인간을 영혼들의 도덕의 나라에 속하는 것으로도, 권리 주체들의 (법률적) 시민사회에 속하는 것으로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실용적이다. 인간학은 인간을 ‘세계시민’으로서, 즉 구체적인 보편의 영역에 속한 것으로서 고려한다. 이 영역에서 법률적 규정들과 이 규정들에 의해 결정되고 그것들에 예속되는 권리 추체는, 동시에 그의 자유 안에서 보편적 도덕 법칙을 지니는 인간의 인격이다. ‘세계시민’이 된다는 것은 명확한 법률적 규정들의 집합과 같이 구체적이면서도 도덕 원리와 같이 보편적인 분야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학을 실용적이라고 말하는 것과 인간학은 인간을 세계 시민으로 고려한다고 말하는 것은 동일하다. 이러한 조건하에, 소유의 질서에 관한 법률적 관계, 즉 소유권이 어떻게 사유의 주체로 여겨지는 인간의 도덕적 핵심을 보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인간학에 속하게 된다. 인격의 도덕적 핵심의 보존은 동시에 그것에 대한 손상을 수반한다.”

 

*‘소유권이 인간의 도덕적 핵심을 보존한다’ 는 측면에서 ‘인간학’을 생각해 보니, 선험적 통각의 소유 여부, 지성적 능력의 소유 여부, 의식적 통일성의 소유 여부, 더 나아가 시민으로서의 권리의 소유 여부까지... 소유가 ‘세계시민’의 전제였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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