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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성의 자연학 에세이 프로포절

창근 2021.05.26 21:13 조회 수 : 95

타자성의 사유: 타자를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

 

 

대상의 진리를 인식하는 것은 서양철학의 중심 문제였다. 중세까지 진리란 신이 보증해주는 것이었다면 신으로부터 독립한 근대부터 진리는 주체 스스로 찾아나서야 하는 것이 되었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는 사실로부터 주체를 철학의 출발점으로 만들었고, 대상은 그런 주체와 분리된 채 주체에 의해 올바로 인식되어야 하는 도착점이 된다. 데카르트 이후 주체에 의해 인식되어야만 하는 것에 머무르던 대상에 새로운 관점을 가져온 것은 레비나스였다. 레비나스는 타자라는 말을 통해 주체의 시선을 객관적 대상에서 고통 받는 이웃으로 돌렸다. 요컨대 타자라는 개념은 인식되어야 하는 대상을 윤리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푸코에게서 타자성의 사유는 더욱 급진화되는데 그는 주체를 동일자로 바꾸고 타자를 동일자에 의해 구성된 것으로 바라보았다. 동일자에 의해 구성된 타자는 역으로 동일자의 동일성을 정의해준다. 이에 따라 푸코에게 중요한 것은 타자의 입장에서 동일자와 타자의 구분을 문제시하는 것이고, 그 경계를 무너뜨리는 정치가 된다. 주체의 입장에서 타자의 입장으로, 타자성의 사유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더불어 푸코의 의도와 다르게 타자의 정치는 다른 의미에서 한 번 더 이해될 필요가 있다. 랑시에르는 정치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것을 따라 우리는 타자임에도 타자로 인식되지 못했던 것들까지로 타자의 사유를 확장해야 한다. 따라서 가까운 이웃에서부터 가장 먼 사물까지를 그들의 입장에서 다루고 그것을 통해 동일자를 정의하고 있는 것을 새롭게 이해할 때 우리는 진정으로 타자성을 사유했다고 말할 수 있다. 타자를 사유한다는 것은 타자에 ‘대한’ 사유에서 타자에 ‘의한’ 사유로의 전환을 말한다.

그렇다면 타자의 입장에서 타자를 사유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타자의 입장에 선다고 할 때에도 사실은 타자의 목소리를 빌린 동일자의 입장을 다시금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난점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동일자에 의해 불려나온 타자의 대상성을 버려야 한다. 가령 서구 이성에게 원주민은 야만으로, 인간에게 동물은 열등함으로, 생물에게 사물은 무생물로 이해되어 왔다. 이와 반대로 우리는 동일자에 의해 파악된 타자의 대상성을 버리고 타자를 타자 자신을 둘러싼 관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원주민을 원주민으로 만드는 것, 동물을 동물로 만드는 것은 서구이성이나 인간의 판단이 아닌 원주민과 동물을 둘러싼 구체적 관계 혹은 배치다. 그 관계 속으로 동일자 자신을 밀어 넣을 때 우리는 타자의 입장으로의 초험적 경험을 하게 된다. 초험적 경험 속에서 우리는 동일자인 우리 자신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

타자를 타자이게 하는 것을 통해 동일자를 다시 이해하는 것을 타자에 ‘의한’ 사유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동일자를 그것과 짝하는 타자를 통해 다시 구성하는 것이다. 이제 타자는 동일자에 의해 판단된 어떤 대상이 아니라 동일자를 구성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원주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 서구이성이란 무엇인가? 사물의 입장에서 봤을 때 생물이란 무엇인가? 이처럼 타자에 의한 사유는 현재의 동일자의 삶과 사유에 물음을 던지고 그것을 통해 동일자를 다른 것으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과 관계된 타자와의 관계 역시 다른 것으로 바꾼다.

타자를 통해 동일자를 다시 구성하는 것은 동일자와 타자가 연속적이기에 가능하다. 타자가 대상이 되는 것은 동일자와 타자는 절대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인식 속에서 나온다. 주체와 대상의 관계 속에서 대상을 이해하는 것은 주체와 근본적으로 다른 대상을 파악하는 것이다. 반면 타자를 통해 동일자를 다시 구성한다고 할 때 동일자와 타자는 연속선상에 있다. 타자를 타자이게 하는 것은 동일자에게서 반복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인간과 동물, 동물과 식물이나 생명과 사물의 경계마저 제거할 수 있다. 이처럼 인간부터 사물까지를 가르는 본성상의 차이를 제거할 때 모든 존재자를 하나의 평면에서 다룰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것은 타자에게 없는 것을 동일자에게서 찾거나 동일자에게 없는 것을 타자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그 반복 가능한 특이성들 혹은 각각의 존재자를 다른 것으로 만드는 특이성이 어떤 강도로 표현되느냐에 있다. 다시 말해 각각의 존재자가 처한 관계 속에서 그것이 어떤 행위자로 기능하는 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즉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동일자와 타자가 어떤 동일자와 타자로 기능하는 지를 묻는 것이다.

타자에 의한 사유의 핵심은 타자에 대한 사유와 달리 타자를 주어의 자리에 놓는다. 그리고 주어의 자리에 있는 타자를 통해 동일자를 바라본다. 이때 동일자는 동일자 자신의 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을 다시 이해할 수 있고 새롭게 구성할 수 있다. 동일자와 타자는 서로를 구성하는 관계 속에서 다른 것이 된다. 이러한 타자성의 사유는 내재성의 사유와 맞닿아 있다.

 

 

목차

1. 타자성의 사유의 출현

1.1) 대상에서 타자로

1.2) 타자에 ‘대한’ 사유에서 타자의 정치로

1.3) 타자의 정치-있으나 보이지 않는 타자

 

 

2. 철학에서 자연학까지, 인간에서 사물까지

2.1) 원주민 인류학부터 사물의 정치생태학까지-휘말림과 매혹의 감응

2.2) 타자의 물음-타자의 입장에서 본 동일자

2.3) 동일자와 타자의 경계를 지우기

 

 

3. 타자성의 사유, 내재성의 사유

3.1) 어떤 기계인가? 어떤 행위자인가?

3.2) 타자성과 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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