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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적인 연결들 미학 1-2

 

오서영

 

통상적으로 민속지는 현장연구자의 경험과 관찰에 근거한 기술이 중심이다. ‘그곳에 있었던’ 현장 연구자는 경험과 관찰에 근거해 특정 사회 및 문화를 기술한다. 현장 연구자는 한 사회에서 제보자들과 일대일 관계를 누리고,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 상호 관계를 대상으로 삼았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자는 개별 사실들을 종합하여 전체 시스템을 기술한다. 계급제를 상징하는 카스트, 증여 교환과 같은 특정 현상을 독립 변수로 삼아 고차원적인 통합을 이뤄 서술했다.

8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인류학자 스티븐 타일러 (Stephen A. Tyler)는 텍스트로서 민족지가 어떻게 동시대 포스트모던 세계의 담론으로 개념화할 수 있을지 제안한다. 기존의 민족지에서는 현장 연구자의 내레이션이 한 사회를 ‘보여주는’ 재현에 기반한다. 반면 타일러는 ‘환기로서의 민족지(ethonography as evocation)’라는 이미지를 가져와 인류학에서 재현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현의 관점에서 민족지 텍스트는 저자가 특정 대상을 일방향적으로 그려내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타일러의 환기라는 관점은 독자를 등장시키며 이와 연동된다. 재현을 거부함으로써 저자와 독자는 동일한 대상을 상정할 수 없으며, 상상을 통해 독자는 다른 사회나 문화와 연결된다. 이를 통해 저자-텍스트-독자는 위치지어지지 않고 창발한다.

타일러의 논고에서 재현은 불충분한 것으로 인식된다. 특히 ‘현장 연구자’라는 이미지, ‘단독의 저자’, ‘하나의 문화’는 연구 단위로서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스트래선은 재현을 탈구축하는 반-미학의 흐름과 타일러의 환기로서의 민족지라는 이미지를 나란히 살펴본다.

 

하나의 저자/현장연구자를 대신해서, 그렇게 우리는 무수한 목소리의 다성성을 손에 넣는다. (중략) 만일 예술의 모더니즘이 개인의 사적인 스타일에 입각했으며, 인류학에서 그 대응물이 명명백백한 스타일을 제각기 구비한 타자들의 진정성 있고 독특한 문화들에 대한 현장연구자의 표현이었다고 한다면, 그때 ‘현장연구자의 죽음’은 이 부서뜨림에 필수적이었다.

부분 1 반미학적인 단절 중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비평에서는 차용의 개념이 미학의 핵심이 된다. 각 문화의 유일성은 주체의 단독성과 같이 폐기되고, 문화 간 비교 분석은 이때문에 불가능해진다. 스트래선은 프레드릭 제임슨의 패스티쉬(pastiche)를 중심으로 “인류학적인 텍스트에 대한 또 다른 텍스트의 내적인 참조만이 존재할 뿐이다. 게다가 이 치환은 끝이 없다”고 설명한다.[1] 타일러의 위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반-미학과 이점에서 공명한다.

물론 타일러는 특정 형식이나 패스티쉬(pastiche)[1]를 거부한다고 밝힌다. 그에게 형식은 숨겨져 있으며 통합에 의존한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저자-독자는 환기로서 민족지의 장에서 ‘상식의 세계’로 되돌아와서 일상을 재구성한다. 저자-독자는 결국 떠남과 귀환이라는 과정을 거쳐 통합으로 수렴된다. 사건과 관찰은 저자/독자라는 단독의 자기가 경험하는 능력이라는 통일된 패스티쉬로 흡수된다. 흡수의 과정에서 다른 사회를 향한 경험은 자기의 신체의 일부로서만 존재한다. 통합의 과정은 그 자체의 이미지, 즉 단독의 인격이 다양한 경험들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달려 있다. 여기서 스트래선은 주체가 소비자라는 형상 속에서 재탄생한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현장연구자를 소거하고 관광객을 발견했을 뿐이다. 

 

타일러가 말한 상식적인 세계로의 귀환에서 저자/독자가 되돌아오는 곳은 어디인가? 스트래선은 타일러가 말하는 귀환으로 돌아가는 곳이 코즈모폴리턴이라고 적시한다. 이때의 코즈모폴리턴은 학제적인 기술들이나 그들이 속한 장소들(habitats)을 자의식적으로 크레올화[2]하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일종의 퍼스펙티브로서 의미론이자, 학문 상 다양한 학제의 차이가 담긴 일종의 콜라주의 경관을 담아내는 경향성과도 연관된다. 귀환하는 이 장소는 단일하지 않다. 장소는 자체로 다원적이며, 단일한 퍼스펙티브로 연구가 불가능하다. 타일러는 이 코스모폴리탄의 경향을 ‘현장 속 삶’이 파편적인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한편으로 프리드먼의 ‘세계 체제의 파편화’에 세계가 속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은 ‘집으로 귀환했을 때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전달하지 못한다.’

 

스트래선은 귀환의 장소에 대한 논의를 확장시키면서 연결의 가능성을 엿본다. 인격(the person)은 사회 구조, 자아 중심의 네트워크 등 다양한 역할의 성좌의 중심으로 사고할 수 있다. 개인은 전체가 되거나 파편이 될 수 있다. 네트워크에 내적인 일관성을 부여하는 개인은 동시에 자신의 위치를 규정하는 구조의 입자이기도 하다.  타지에서 인류학자는 완전한 사회를 연구하는 완전한 인류학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있다. 반면 서구 사회는 되려 더욱 복잡하고 다루기 힘든 요소들이 존재한다. 이때문에 귀환한 장소에서 이 환상은 유효하지 않다.

하지만 타일러의 미학 형식에서 통합을 배제할 수 있다면, ‘여행’은 장소는 연결에 관해 숙고할 수 있는 상상적인 장치로 거듭날 수 있다. 장소는 동일한 내적 구조를 갖고 있지 않으며 각기 다른 종류의 실체들이다. 개인과 장소에 대한 어느 누구의 인식도 그와 유사한 인식의 실현 가능한 모든 상황과 동일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조건 속에서 각각의 거주자들이 겉으로 보기에 유사한 생각들을 한다면, 이 둘 사이에는 어떤 연결이 있다. 그들은 그들의 ‘마을(이라는 관념)들’을 공유하며 연결이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이 된다.

저자-텍스트-독자라는 타일러의 창발적인 정신은 개별적인 소재지가 없고 무한대의 처소를 가진다. 여기에는 외부의 구체적인 이미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독자와 저자의 주체성과 연결되지 못하는 이미지일 뿐이다. 부분적으로 타일러의 창발 관념을 활용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외부성이 필요하다고 스트래선은 피력한다. “다른 존재들에 대한 지각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사라지지도 않으며 자기 속에 융합되지도 않을 구체적이고 특정한 타자들로서, 당신을 밀어내고 압박하는 저들에 대한 지각 말이다.” 인류학의 전통적인 비교분석이 관찰자 신체 바깥에 존재하는 통합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제시하며 순기능했던 지점은 이를 통해 회복 가능하다. 이때 이 ‘누군가’는 타자를 완전히 자신의 경험으로 흡수하지 않으면서도,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는 관념을 담는 이미지여야 한다. 그 모델은 반은 인간이고 반은 기계인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의 이미지이다.

 


[1] 패스티쉬는 패러디와 마찬가지로 특정한 혹은 독특한 스타일의 모방이고, 양식상의 가면을 쓰는 것이며, 죽은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패스티쉬는 그러한 모방의 중성적인 수행으로서, 패러디가 갖는 이면의 동기나 풍자적 충동 및 웃음을 찾아볼 수 없으며, 심지어 모방의 대상이 희극적인 것으로 되는 데 비교되는 어떤 정상적인 것이 존재한다는 잠재적인 느낌조차 없다. 프레드릭 제임슨, <포스트모더니즘과 소비 사회>,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 윤난지 엮음 (눈빛, 2017): p.69

[2]  크레올화(creolization): 타국을 지배하고 통치하는 과정에서 각 국의 언어가 만나 기존의 언어들과 다른 새로운 언어가 생겨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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