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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변적 우화 : 새로운 동맹을 위하여>  제7강 발제

<숲은 생각한다> 3장 혼맹

김철

 

이 장은 자기들이 처할 수 있는 삶과 죽음에 있는 모호한 공간과 변신, 반전과 곤경, 역설을 다룬다. 이것은 자기성이 소멸될 수 있는 다양한 방식들과 그것이 자기들의 생태학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부과하는 시련에 관한 것이다.

그러한 소멸에는 많은 형식이 있다; 유기체적 죽음, 탈신체화, 대상화, 상호작용의 능력상실.

그리고 자기들과 대상들 그리고 그것들의 상호구성을 다루며 특히 자기들이 어떻게 대상을 창출하고 또 어떻게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이것은 삶 자체가 우리에게 제기하는 곤경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우주의 모든 것들은 살아있는 사고들을 통해서만 대상 혹은 자기로서 또는 자기와의 관계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장은 삶이 창출하는 자기의 다양한 소멸에 관한 것이다.

 

피부 너머의 삶

생명은 신체화된 어느 특정한 자기성의 처소가 갖는 제약을 넘어서 확장한다. 자기들이 그 다음의 자기들에게 중요해지는 방식으로 다른 자기들에 의해 표상되는 방식덕분에 생명은 잠재적으로 어떤 기호적인 계통속에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개별자의 죽음 너머에도 일종의 삶이 존재한다. 자기는 신체화되어 있는 동시에 신체를 넘어서 존재한다. 자기는 국지화되어 있으면서도 개별적인 것, 심지어 인간적인 것까지도 초과한다. 자기가 신체를 넘어서 확장하는 방식을 파악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자기가 혼soul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혼은 존재들 사이의 경계들을 흐리게 만드는 방식으로 혼을 가진 다른 자기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관계적으로 창발한다. 동물들은 자신에 대해 포식자 혹은 먹잇감의 관계에 놓인 존재들을 “알아차리는” 능력 덕택에 혼을 소유한다.

혼이 있어서 포식자나 먹잇감을 알아차리는 것이 아니라 그런 관계를 인식하기 때문에 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죽음을 완결시키다

아야aya는 사람이 죽은 후에 남겨진 사체이고, 또 다른 의미로는 신체와 혼을 모두 잃고 방황하는 유령이기도 하다. 혼은 다른 자기들을 알아차리고 공감하는 능력을 준다. 아야는 혼을 가지지 않는다는 사실로 인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의식과 혼을 결여함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산자의 세계의 일원이 되고자 노력한다. 아빌라 사람들은 아야 피츠카aya pichca라는 의례적인 향연을 통해, 아야의 위험을 산 자에게서 제거하고 생명없는 영역으로부터 살아있는 자기의 영역을 확실히 분리한다. 함께 공식共食을 하다가 밤이 끝나갈 무렵 아야는 공식의 영역에서 배제되어 죽은 자의 사회적 관계적 영역으로 영원히 보내진다.

아빌라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서는 자기들간의 관계(포식과 피식 관계)에 대한 정밀하고 철저한 의식이 필요하고 그것을 혼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강조한다.

 

배분되는 자기성

탈주체화는 죽음을 통해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살아있는 자기지만 다른 자기들에 의해 자기로서 다뤄지지 않게 되는 방식들이 있다. 아빌라 사람들은 개를 그들의 자신의 권리를 가진 자기로 인정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도구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들은 때로는 개를 총과 비교하는데, 이것은 개가 “무기”처럼 인간의 사냥능력의 확장 부분임을 시사한다. 같은 맥락에서 사람도 총처럼 다른 사람의 의도나 동기를 확장할 수 있는 대상이자 도구이자 부품이 되기도 한다.

나르시사와 남편인 알레한드루가 사슴을 사냥을 발견했을 때, 이들 두 자기는 사슴 사냥을 위해 각각 행위자와 대상이 되고, “존재의 연속성”을 통해 단일한 자기가 됨으로써 각각의 개별자 보다 더 높은 서열의 존재가 될 수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사슴을 놓치게 된다.

 

자기 자신의 너머를 보다

자기들의 생태학에서 모든 자기들은 자기로 살아남기 위해 이 우주에서 서식하는 혼이 있는 다른 자기들의 혼-질soul-stuff을 인식해야 한다.

이 자기들의 생태학에서 혼을 가진 다른 자기들을 알아볼 수 없고 또 그것들과 관계할 수 없는 무능력에 이르는 혼의 상실, 자기들을 쇠약하게 만드는 이 혼의 상실을 에두아르도 콘은 혼맹 soul blindness이라한다(스탠리 카벨 Cavell 2008;93).

아빌라 사람들은 혼맹은 모나드적인 유아론이라는 고립된 상태 – 자기 자신 혹은 자신의 부류 너머를 보지 못하는 무능력–로 나타난다고 본다.

가령 사냥꾼은 사냥의 혼이 있기에 먹잇감을 인식하며, 먹잇감이 혼을 잃으면 사냥감이 되기 쉽다. 꿈속에서 동물의 혼을 죽인 남자는 그 다음날 동물을 쉽게 포획할 수 있다. 아빌라 사람들이 다른 자기들의 동기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사냥을 할 수도 없고 죽음으로까지 몰릴 수 있기에 숲의 모든 존재들을 “자신과 같은 활기에 넘치는” 자기로서 혼을 가진 존재로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식

포식은 자기들의 생태학 안에서 자기들이 대상이 될 때 혹은 다른 자기들을 대상으로 취급할 때 생기는 곤경을 보여준다.

로살리나는 아들의 처가 임신했기 때문에 아들이 완전히 게으름뱅이가 되어 사냥할 수 없는 혼맹이 되었다고 불평한다. 혼을 상실한 아들은 숲의 다른 자기들에 대해 혼맹이 되어 사냥감들이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런 탈주체화된 남자를 숲에 데려다 놓고 동물을 유혹하는 주물로 이용하면 포식자로 변한 동물들이 돌격하여 오고 이때 매복하고 있던 동료들이 뛰쳐나와 동물들을 죽인다(분산된 자기). 그는 멧돼지에게 고기이며 동료들에게는 도구, 즉 주물이다. 포식자-먹잇감 관계는 항상 내포되어 있으며, 이것은 이 주술이 작동하기 위해서라도 중요하다. 반전된 자기-대상관계는 포식의 방향을 재조정하는 더 높은 수준의 관계성 안에 내포되어 있다.

 

인간적인 것을 낯설게 만들기

아빌라의 자기성찰적인 낯설게 보기의 기법과 루나족의 인류학적인 방황의 형식은 다른 문화로의 여행이 아닌 다른 부류의 신체를 받아들이는 것에 기초한다. 신체들은 다중적이고 가변적이며, 인간의 신체는 자기가 머무는 다양한 부류의 신체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p.218

곤충을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본다거나 부패한 과일을 콘도르가 좋아하는 단맛으로 느낀다는 것은 다른 부류의 신체들이 행하는 어떤 것으로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신체에서 벗어나 다른 존재들의 신체에 올라탄다. 이런 방식으로 주격인 ‘나’로부터 다른 세계를 본다. 다른 존재의 퍼스팩티브를 갖는 것은 “선禪과 매우 흡사한 것으로서 언제라도 주어진 순간에 존재의 정확한 상태에 마음을 다하게 만든다”.

또한 재규의 퍼스팩티브를 통해 무방비로 노출된 여성 자신들을 돌아보게 하는 것도 낯설게 보기의 한 형식이다. 이 경우 자기는 고립되었고, 즉 타자에게서 단절되고 강력한 포식자의 시선 속에서 혼맹이 되었기 때문에 큰 불안감을 준다.

 

혼맹

자신의 혼에 눈이 멀게 되는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본다‘는 것 –신화 예화 :

악마인 아내가 남편의 등뒤에서 머리의 피를 빨리는 상황에서 남편은 어떤 감정과도 거리를 두고 사무적인 태도로 담담하게 말한다. 평이한 목소리로 또 일체의 감각도 없이 그는 말 한다 “너는 나를 먹고 있구나”

이 남자는 산 채로 먹히고 있으나 주체의 퍼스팩티브에서 이를 경험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의 등 뒤에 앉아 자신을 먹고 있는 아내를 진정한 의미에서 결코 “볼” 수 없다. 외부적인 탈신체화의 입장에서 자신의 종말을 경험할 수 있을 뿐이다. 그는 자신이 산 채로 먹히고 있지만 그것을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효과를 통해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밖에 없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고통도 없다. 그는 신체 밖에서 죽음을 경험한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대상이 된다. 이것은 감정과 목적을 가지고 생각하고 신체화되며 국지화되어 있는 자기로부터 행위주체성이 떨어져 나가는 과정이다. 그것은 근본적인 혼맹이자 생명의 주술력을 결여한 세계, 자기도 혼도 미래도 없는 그저 효과뿐인 세계에 대한 암시다.

 

- 자기들의 생태학에서 자기들의 기호작용과 사고의 논리에 기초한 ‘인간적인 것을 너머선 인류학’이 우리 전통사회에 있었던 풍류사상을 떠올린다. 신라 최치원의 난랑비문. 國有玄妙之道 曰風流 設敎之源 實乃包含三敎 接化群生

우리나라에는 헤아릴 수 없이 미묘한 도가 있는데, 그것을 풍류라 한다. 그 가르침의 바탕에는 유불선의 가르침이 모두 담겨있으며,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과 더불어 변화하며 살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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