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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 해러웨이 옆에서 생각하기

- 크리터캠의 카메라에 대하여

/채승우

 

최유미 선생님 덕분에 <종과 종이 만날 때>를 즐겁게 읽었습니다. 크리터캠 이야기를 읽으며 제가 했던 생각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해러웨이는 크리터캠을 설명하면서 ‘17세기의 카메라 옵스큐라에 관한 과열된 논의’를 언급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카메라 옵스큐라 논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카메라 옵스큐라(어두운 방)는 (나중에는 작아지지만) 말 그대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어두컴컴한 상자처럼 생긴 장치였습니다. 한쪽 벽에 바늘구멍을 뚫어 다른 쪽 벽에 바깥 풍경이 비치는 것을 따라 그리는 장치였지요. 이 장치는 원근법을 기계적으로 구현하는 것이었기에, 세상을 ‘객관적’으로 재현할 수 있다고 믿어졌습니다. ‘객관성’의 개념은 이 장치와 함께 발전합니다. 미디어학자 조나단 크래리는 <관찰자의 기술>에서 17세기 데카르트와 뉴턴이 자신들의 이론을 설명하면서 카메라 옵스큐라를 예로 든 점을 지적합니다. 어두운 방 안에서 바깥을 관찰한다는 설정에서 시작하는데, 이때 관찰자는 육체, 감각을 무시한, 순수한 정신으로 이루어진 주체라는 것입니다.

19세기 초에 우리가 아는 ‘사진’이 발명됩니다.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카메라가 함께 등장합니다. 이 카메라는 카메라 옵스큐라와 다른 종류의 시각 모델이 됩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다른 시간에 다른 각도를 찍어냅니다. 사진가는 카메라를 들고 부단히 움직이며 세상을 관찰합니다. 객관성은 사라지고 주관적인 것이 되며, 그 과정에 신체성이 강조됩니다. 조나단 크래리는 19세기 시각의 연구에 생리학의 발전이 크게 관여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이 시기 연구 하나는, 관찰자가 빛을 느낄 때 반드시 실제 빛을 접할 필요가 없이, 눈에 가하는 진동이나 타격, 전기, 화학약품으로도 빛을 느낄 수 있음을 밝혀냅니다. ‘순수한 시각’이라는 생각 대신, 생리적 광학 혹은 ‘촉각적인’ 시각에 대한 개념이 등장했다고 크래리는 말합니다.

이후 시각에 관한 담론들에서 카메라옵스큐라와 19세기 사진은 양립하는 개념으로 다루어집니다. 해러웨이가 “카메라는 한편으로 철학의 허세와 자기 확신의 중심 대상인 것 같고,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적 회의주의와 인공물에 의한 진본 파괴력”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 양립을 말하는 것일 듯합니다. <종과 종이 만날 때> 6장에서 아버지를 이야기하며 “문화이론에서 통상 연구 대상이 되는 응시/시선과는 정반대의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때 ‘응시/시선’ 역시 카메라 옵스큐라 모델에 속합니다. 카메라의 응시에 보는 이의 시선을 ‘동일시’한다는 정신분석학의 개념입니다. 정신분석학은 거짓 ‘객관성’이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설명합니다. 여성운동이 스스로 사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말하는 것은 이 ‘동일시’를 깨고, 시선의 주인이 되겠다는 의미이지요.

 

저는 크리터캠이, 카메라 옵스큐라도 19세기적 사진도 아닌 제3의 위치에 있는 카메라임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카메라 옵스큐라가 객관적 관찰자를 상정하였고, 사진이 신체를 가진 관찰자를 상정하였더라도 두 모델 모두 ‘관찰자’와 관찰 ‘대상’인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크리터캠은 관찰자와 관찰 대상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고 보입니다. 앞의 두 모델을 포함하는 새로운 모델일 수 있는 듯합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해러웨이의 여러가지 표현을 다시 이해할 수 있는 듯합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지요.

크리터캠은 “이질적인 육신의 접힘 속에서 우리를 동원하고 복합적으로 만든다.”

“ 크리터 그 자체의 감각을 완전하게 경험하는 것을 약속받는다. 인간인 채로 있어야 한다는 저주는 이제 없다.”

“ 우리는 자기 동일성의 정원을 뒤로해 왔고, 대리물과 대체물 그리고 조수의 갈망과 관점을 실현하는 데 감히 발을 들여놓아...”

“ 배율과 축척의 춤이 어떻게 촉각과 시각의 결합상태를 형성해서 헤이워드의 ‘손가락 눈’을 형성하는지를 알게 되면...”

해러웨이는 “크리터캠의 해석이라는 노동에서 동물의 기호론적 행위자성이란 어떤 것일까?”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에 대한 해러웨이의 설명은 ‘카메라 옵스큐라’와 ‘사진’의 대립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도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 이 구체적인 테크노-유기적 세계의 육신의 가차 없는 얽힘 바깥에서는 이 문제(해석 노동)를 생각조차 할 수 없다.”

“ 누가 해석자의 행위자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 함께 살아간다는 물질-기호론적 요청 때문에 해석이라는 노동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들은 접촉한다, 고로 그들은 존재한다. 그것은 접촉지대에서의 행위에 관한 것이다.”

“ 다감각적 복합 언어에 기초해서 우리가 대화해야...”

마지막 구절은 앞으로 등장해야 할 사진과 카메라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 겹눈은 상이한 굴절률, 상이한 물질, 상이한 유체를 사용해서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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