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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는 아니고, 제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책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앞사 작성한 쪽글과 많이 중복됩니다.

 

예전에 ‘사피엔스’라는 책을 읽었을 때 인간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일들에 책임을 지고 멸종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 해러웨이를 읽으면서 자본주의와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 낸 전 지구적 진흙탕 속에 사는 답답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목적을 위해 동물이 종속되고 가축화되는 것을 단지 불행한 일이라고만 보는 입장, 오로지 인간을 위해서 동물들이 가축으로 희생되었다고 보는 입장,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아마도 자본주의는 더 촘촘히 삶에 새겨질 것이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질 텐데 그렇다면 사태는 더 나빠지기만 할 거라는 입장, 이러한 입장에 서서 날선 비판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문명에 의한 자연의 파괴에 대해 주로 제기되는 비판은 이렇다. 인간이란 본래 자연의 일부였는데 인간이 스스로를 자연으로부터 분리시킨 후 자연을 이용하고 착취하기 시작하였다. 가축화에서부터 시작된 인간 중심주의적인 문제들은, 자본주의의 탐욕을 만나면서 공장식 식육산업, 반려동물 상품화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이런 비판에 대해 ‘로지스텍스’의 저자는 해러웨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렇게 질문하였다. 인간이 돌아가야 할 그 ‘자연’은 과연 어느 시기에, 어디에, 어떠한 형태로 있는가? 해러웨이는 이렇게 묻는다. 인간은 동물을 도구로 사용할 수 있지만 동물은 과연 그럴 수 없는 것인가?

여기에는 문명 너머의 원시적인 자연, 인간에게 이용만 당하는 대상으로서의 자연은 관념일 뿐이라는 문제제기가 있다.

 

자본주의의 폭력, 인간 중심주의의 폭력에서 비인간 존재들은 가차 없이 착취당하는 피해자임이 분명하다. 같은 맥락에서 자본주의는 인간의 노동력도 자비 없이 착취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주의적인 해결책들, 체제를 전복시키자는 혁명적 주장들은 지금 시대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마찬가지로 착취당하고 죽임당하는 비인간 존재들에게 갖는 근본주의적인 해결책(실제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들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지금의 상황에서 죄책감과 분노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에서 일어나는 당연한 감정이다. 또한 체제에 대한 비판, 근본주의적인 문제제기는 언제나 제기되어야 하고 꼭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들을 치워버리려는 해결책들, 혁명으로 인해 도래할 것이라고 믿는 평화를 기다리는 것, 이런 사유들은 우리를 더 냉소적으로, 그래서 무력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어쩌면 현실에 대한 날선 비판 뒤에 가려진 무책임함은 아닐까? 우리는 오히려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일상에서 비인간 존재들과 함께 가기 위한 책임감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먹어야 산다. 다른 존재들의 죽음이 없으면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식사 메뉴에 올라와 있는 존재들과 우리는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 먹는 문제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실험실의 동물들은 어떤가? 그들의 존재가 없으면 우리는 흔한 감기약 하나도 먹을 수 없다. 죽이지 않고 먹는 방법은 없으며, 평화를 가장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여기에는 관계의 비대칭성이 있다. 그리고 인간이 가진 권력은 압도적이다. 레비나스와 같은 철학자는 고통 받는 타자의 얼굴에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죽이지 말라’와 같은 결론에 이른다. 비인간 존재들을 희생자의 위치에 놓고 타자화 하면서 연민에 머무르는 일, 인간 중심주의를 비판하면서 죽이지 않는 삶이 가능할 것처럼 주장하는 것, 이 또한 생명 중심주의와 인간 중심주의의 틀 안에서의 비판이다. 즉 지금의 환경 문제를 비롯한 공장식 축산업 등에 가해지는 비판도 결국 인간들만이 동물이나 비인간 존재들을 사용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 아래에서 행해지는 비판이듯이 말이다.

 

가축화의 역사를 다시 살펴본 ‘뱅시안 데프레’는 동물과 인간이 상호 관계성 속에서 쌍방을 구축하는 역사적 상황들을 제시하였다. 물론 관계는 늘 비대칭적이다. 필멸이 생의 조건이듯 관계의 비대칭성을 면할 길은 없다. 어떤 공동체에서도 위계 없음은 일종의 환상이다. 

해러웨이는 개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한다. 개와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훈련 또한 무언가 흥미롭거나 새로운 일에 대해 서로 물음을 던지고 물음을 받는 과정이다. 그들은 공동으로 형성되는 파트너이다. 해러웨이는 이렇게 서로 구성되는 파트너(비인간, 비생명 모두 포함)들을 반려종이라고 부른다. 개들은 단순히 인간의 행위를 수용하는 위치에 있지만은 않다. 그들 또한 행위자이다. 

 

인간 중심주의, 인간 예외주의는 인간이 비인간들을 일방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념에서 인간에 의한 자연의 지배와 파괴를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인간이라는 존재는 다양한 종들 간의 상호의존이라는 얽히고 설킨 그물망과 함께 역사적으로 변천해 왔다. 인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비인간 존재들에 의해 인간은 변화되어 왔다. 이렇게 복수종으로 존재하는 우리에게 반려종과의 관계는 아름답게 공존하는 사랑과 평화의 관계가 아니다. 늘 비대칭적인 살기와 죽기, 기르기와 죽이기의 관계이다. 서로 먹고 먹어야 살 수 있지만, 서로 이용하고 돌보지 않으면 함께 살아갈 수 없는, 동시에 진실이면서도 조화 불가능한 그런 종류의 아픔이 있는 관계이다. 복수종의 우리는 서로 묻고 응답하는 속에서 동시에 함께 구성되는 자들이다. 여기에서 응답할 수 있는 능력, 책임질 수 있는 능력 또한 대칭적일 수 없다. 

해러웨이는 인간 예외주의의 근거가 되는 ‘그대, 죽이지 말지어다.’라는 명령이 아니라, 필멸과 얽힘을 대면하게 하는 명령인 ‘그대, 죽여도 되는 존재로 만들지 말지어다.’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을 이야기한다. 죽여도 되는 존재로 만든다는 건 죽인다는 행위를 무구하게 만들거나 면피하기 위한 말이다.

응답하고 응답을 인지할 능력을 열망하면서, 그리고 언제나 이유를 가지지만 충분한 이유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점도 알면서, 책임 있는 방식으로 죽임을 당하는 것도 배워야 한다. 우리는 기술 없이, 계산 없이, 이유 없이는 결코 뭔가를 할 수 없지만, 이런 것들은 우리를 더 나은 가능성으로 데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해결책이나 최종의 정치가 아니라 우리가 더 나은 모습으로 죽이기를 마주하는 것, 그리고 죽이는 대신 죽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한 다른 이야기들을 열어가는 사유다.

 

해러웨이의 사유는 들뢰즈의 경계 허물기, 되기와 유사하게 느껴졌으나, 방향성이 다른 것 같다. 들뢰즈의 사유는 근대적 틀에서 허우적대었던 나에게 큰 힘이 되었지만, 일종의 도달해야할 목표이자 이상향으로 기능하였던 것 같다. 해러웨이는 들뢰즈와 같은 철학 개념들이 이미 현실에 진흙탕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말한다. 우리가 도달하면 문제들이 해결될 것 같은 그런 사유가 아니라, 늘 소화불량의 상태, 어느 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 그러면서도 존중을 필요로 하고 그에 따라 나는 행동해야 하는 상태이다. 그리고 이것은 일상적인 보통의 것으로부터 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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