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지 않아도 쓰는) 벤야민 온라인 수업 후기 겸 질문들
첫 시간은 벤야민에 관한 전반적인 사실들과 인상들이 소개되었다.
(정리하면서, 임의대로 핵심이라 생각되는 것을 간추려 보았습니다.
아직, 벤야민 책을 읽지 않은 상태의 입문자라는 점에서 요약과 질문입니다.)
1. 벤야민의 시대와 벤야민의 대중화
: 벤야민은 아감벤, 데리다, 지젝, 테리 이글턴에 의해서 대중화되었다.
2. 벤야민의 문제의식, 탈근대성
: 벤야민은 탈근대적 문제의식과 맞닿아있다.
(Q 벤야민의 초심자 입장에서 반근대라고 하면 안되는지 궁금합니다.)
3. 비주류 사상가 (문화 철학자? 역사 철학자?)
: 벤야민은 당대 환영받지 못했던 비주류 사상가였다.
: 부유하게 태어났지만, 말년에는 경제난으로 고생했다.
(Q 전통 맑시즘파가 아니었던 이유 외에도, 혹시 유대인이라는 인종의 장벽은 없었는지?)
4. 벤야민의 역사관 (Q 니체적인 역사관과 유사하다.)
: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에 의문/의심/회의를 갖는다.
: 역사가 하나의 실체로 이해되었던 19세기식 역사관(헤겔의 역사관)을 뒤집는다. (?)
: 헤겔에게서 플라톤과 같이 변하지 않는 것이 실체고 우월한 것이라면,
변하는 것, 변화무쌍한 것은 실체가 아니고 허상이다.
: 벤야민은 이와 반대로, 변화무쌍한 것, 그래서 허무한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변하지 않는 것, 절대불변의 역사관, 진화하는 역사관, 목적론적 역사(세계관)를 부정한다.
(Q 니체식, 아감벤식으로 말하면, 직선적인 시간관, 기독교적 시간관과 매칭되는 것 같다.)
: 변화를 일으키는 원리/순환이 중요하다.
(Q 들뢰즈가 말한 “순환으로서의 무의식”을 연상시킨다. “오직 순환의 관점만이 정언적이고 절대적이다.”)
: 역사 자체가 내적인 의미를 가진다. 보편적인 역사의 실체 속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 맑시즘의 함정.
맑시즘도 가다 보면 만민평등이라는 유토피아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다.
: 진화론을 역행하는 것이 혁명이다.
(Q 진화론은 예컨대 단세포 생물과 같은 생물 그 자체의 개체성이나 단일성을 배제하고 있다.)
: 벤야민은 많은 맑스주의자가 파시즘과 제국주의를 지지했던 것에 실망하고, 이와 같은 동일한 양상,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백전백패하고 만다는 위기감을 표명했다.
: 역사 의식과 논의, 근대 역사 유물론은 가능한가? 정초할 수 있는가?
(Q 벤야민은 맑스주의자를 비판하거나, 혹은 비주류의 위치에서, 어떻게 맑시즘을 읽었을까? 왜 새로운 역사관을 제시하면서, 굳이 유물론을 결합시켰는가? ‘역사 유물론’은 무엇인가? )
: 역사 유물론은 역사의 연속성을 중단시키고, 그 시간을 거꾸로 되돌린 혁명 자체를 상징하는 용어인가?
: 역사의 연속성이 파괴된 순간/“단속(단절되면서 연속된)”된 순간이 “메시아적 시간”이고 “진정한 예외상태”다.
(Q “예외상태”는 아감벤에게서 계엄상태와 같이 부정적으로 쓰였던 것 같아서, 이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것인지요, 없어야 말이 되겠지요?)
(Q 시간을 중단(“세계의 기관차의 비상 브레이크”)시킨다는 것은 ‘일종의 사건’ / 도래한 시간 / 도래할 미래 / 아감벤의 “유아기의 역사”를 상기시킨다. 어떤 상관성이 있을까요?)
: 벤야민은 니체와 같이, 단일한 역사의 상정을 거부하고, 역사 자체가 변화한다고 보았다.
5. 벤야민이 바로크 시대/예술에 심취하다?
: 르네상스(고전 회귀, 복원)를 벗어나 바로크 예술은 전형적 유형의 답습을 거부한다.
: 바로크의 비애극을 보면, 인생무상을 다룬다.
자연 만물은 모두 “변하기”에 무상하다. 하지만 벤야민은 여기서 “고유한” 의미에 주목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한다. (대표적으로 아이들의 사례, 그들의 유년기)
관계/맥락 속에서 어떤 의미를 드러내는가?
: 인생무상 / 고유성 / 변화무쌍 / 소멸 ↔ 전형성 / 영원불멸
: 이러한 역사의 문제의식이 사물에 영향을 미친다.
: 인생무상에서 멜랑꼴리가 발생한다.
(벤야민은 일반적인 멜랑꼴리의 기의를 비튼다. “멜랑꼴리”는 우울이 아니다. “혁명적 니힐리즘”이다.
Q 혁명적 니힐리즘으로 명명되기 전에, 벤야민에게 멜랑꼴리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알레고리(알레고리는 비유가 아니다.)는 무엇인지요?
마지막으로, 벤야민에게 예외상태는 무엇인지요? (카를 슈미트의 말 “주권자란 예외상태를 결정하는 자다”를 비틀었다면/변형했다면, 어떻게 활용(예외적인 상태를 무화시키기)?
앞에 나온 “진정한 예외상태”로서 “메시아적 시간” (앞으로 도래할 시간?)인가요? )
: 벤야민은 기존 역사를 멈추고 진단하여 새로운 역사의 도래를 지향했고, 근대 정치와 국가를 비판하여 자기식으로 변형했다. 카를 슈미트의 예외상태를 일반화하여 더 이상 예외적이지 않도록 했다.
: 소렐(생디칼리스트-국가폐지, 노동조합주의)은 근대국가론을 비판하여 파시즘론을 만들어낸 슈미트와 이를 비판한 벤야민을 둘 다 수용했다. “어떻게 근대 정치, 국가를 넘어설 것인가”의 답으로 특히 벤야민을 주목했다. “역사는 어떻게 극단/파국을 맞이하는가?”
(Q 갑자기 여기서 역사의 파국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궁금합니다. 파시즘? 국가주의?)
: 매번 이기는 파시즘의 장기판에서 승리를 거두는 법은 맑시즘이 메시아적 사유를 하는 것이다. (Q 그런 의미에서 창안된 것이 (정지된/단속적) 역사-유물론인가요? )
6. 벤야민을 위한, 벤야민에 의한 메시아
: 메시아는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신이 아니다. 절대자나 대속자, 예수와 상관없다. (?)
: 기존 역사의 연속성을 깨고 새로운 역사를 사유한다. (Q 非신적인가?)
: 메시아적 시간 구조는 역사가 단절, 중단, 도약, 비약하는 것이다.
7. 벤야민과 혁명
: 벤야민에게 혁명은 근대적인 역사관/시간관/세계관의 ‘정지된 지속’이다(?)
: 혁명은 낯선 것이고, 잡동사니, 소수적 존재와 연계된 것이다.
Q. 벤야민에게 아우라란?
: 벤야민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물신성이 만들어지는가다.
(벤야민-아케이드, 보들레르-산책자가 연상된다.)
: 채무 관계의 반복 속에서 자본주의가 부과하는 삶의 방식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를 고민했다.
: 맑스주의자(에티엔 발리바르, 루이 알튀세르)가 말한 제도 개혁과 별개로, 다르게 사는 삶의 방식의 고안이 중요했다.
: 기술 문명의 양면성을 지닌 것이다.
끌리는 판타스마고리아(주마등)가 있으며, 유토피아마저 상품 판매 수단으로 써먹는 자본의 민낯이 있다?
: (Q 기술복제의 시대에서 복제품/가짜에게서 볼 수 없는, 진품에게서만 발견되는 가치가 아우라가 아닌지요? )
*** 손기태 선생님의 강의와 설명은 알기 쉽고, 전달이 잘 되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벤야민의 역사 유물론이 어떤 배경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시사점을 갖는지,
앞으로 읽어나갈 내용에 대한 소개를 잘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다만, 지방에 머물러야 할지도 모르는 등, 줌으로 마음 놓고 수강하고 싶은데요,
(지방이나 해외에서도 강의실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이,
줌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시간의 문제일 수 있겠지만, 청중들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아서 답답했습니다.
(같이 하실 분들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발제도 제대로 고르지 못했습니다. ㅠㅠ)
청중들의 발언이나 모습이 들리고,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의 장벽이 무너지려면,
중간 중간에 1~2대라도 노트북이 앞에 가까이 놓여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 발제와 관련해서, 카톡방에도 올렸지만,
(무조건 3편이 아니라) 서로 다른 책을 3편씩 발제하면 좋겠습니다.
같은 책을 연속해서 하면 힘들 것 같다는 예상이 듭니다.
하지만 안되면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노을님의 후기 잘 읽었습니다. 첫 수업의 내용을 빠짐 없이 담으셨네요.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그리고 노을님께서 날카롭게 던진 많은 질문들에 대해 저의 짧은 지식으로 간단히 몇 문장으로 답하기란 결코 쉽지 않네요 ;; 그리고 함께 텍스트를 읽으며 그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더 좋을 듯한 질문들이 있기도 해서, 일단 간략하게 답변드릴 수 있는 것만 먼저 적었습니다. 미처 답변하지 못한 질문들은 인사원 수업에서 천천히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Q 벤야민의 초심자 입장에서 반근대라고 하면 안되는지 궁금합니다.
-> 근대에 단순히 반대하는 입장이라면 근대가 설정한 문제의식에서 온전히 벗어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벤야민은 근대에 반대했다기보다 근대를 넘어설 수 있는 길을추구했기에 ‘탈’근대적이라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Q 전통 맑시즘파가 아니었던 이유 외에도, 혹시 유대인이라는 인종의 장벽은 없었는지?
-> 적어도 당시 비판적인 담론을 펼치던 지식인 사회 내에서는 그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벤야민 역시 서구의 반유대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지만, 그렇다고 시온주의 흐름에 동조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평생의 친구였던 숄렘과 다소 거리가 멀어지기도 했습니다.
Q 벤야민은 맑스주의자를 비판하거나, 혹은 비주류의 위치에서, 어떻게 맑시즘을 읽었을까? 왜 새로운 역사관을 제시하면서, 굳이 유물론을 결합시켰는가? ‘역사 유물론’은 무엇인가?
-> 벤야민 스스로 자신을 마르크스주의자, 즉 유물론자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류 마르크스주의가 지녔던 근대적 역사주의 개념은 마르크스주의의 유물론과 전혀 걸맞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벤야민 자신이 역사유물론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유물론적 관점에서 바라본 역사 개념을 ‘역사유물론’이라고 지칭한다면, 여러 유형의 역사유물론이 존재할 수 있겠습니다. 정통 마르크스주의의 공식화된 역사유물론도 있고, 벤야민의 역사유물론도 있을 것입니다.
Q 혁명적 니힐리즘으로 명명되기 전에, 벤야민에게 멜랑꼴리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알레고리(알레고리는 비유가 아니다.)는 무엇인지요?
-> 앞으로 함께 읽어갈 텍스트에서 집중적으로 다룰 내용이라서요. 그때 심도 깊게 실펴보기로 하지요.
Q 갑자기 여기서 역사의 파국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궁금합니다. 파시즘? 국가주의?
-> 역사의 파국이라는 용어는 일종의 말세론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벤야민에게서 파국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는데요. 기존의 역사가 더이상 진전될 수 없고 단절되며 해체되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야말로 역사의 이음매가 어긋나는 순간이 그것입니다.
Q 기술복제의 시대에서 복제품/가짜에게서 볼 수 없는, 진품에게서만 발견되는 가치가 아우라가 아닌지요?
-> 벤야민은 아우라를 다의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기술복제의 시대에서는 진품의 권위가 만들어내는 아우라를 말하면서도, 다른 글에서는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갖게 되는 아우라도 함께 말합니다. 즉, 일종의 권력관계를 만들지 않는 아우라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아우라의 해체와 함께 또다른 아우라의 가능성도 함께 언급하고 있는 것이라고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