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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박소영입니다.

‘함께 공부하는 분위기 활성화’를 위해 부끄러움을 감수하며 쪽글을 올렸노라고 유택 님이 말씀하셨습니다(바타유 클래스에서는 서로를 향한 공식 명칭이 ‘님’입니다). 사람이 의리가 있어야지요. 그 맥락에서,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2강 후기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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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 문학을 까먹으면 안 되지>

2강에서, 우리는 바타유의 글을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저주의 몫』에서 바타유는 모스의 증여론을 배경으로 삼아 일반 경제론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바타유의 일반 경제 개념에서 초점은 생산이 아니라 소비에 맞춰져 있습니다. 소비도 그냥 소비가 아닙니다. 소진하고 태워버리고 날려 버리고 아낌없이 주어버리는 낭비이며 탕진이고 소모로서의 소비입니다. 바타유는 잉여 가치의 개념을 협소한 인간사 경제 구조 내의 자잘한 이윤으로 보기를 거부합니다. 바타유가 거론하는 잉여 가치는 거시적입니다. 태양 에너지를 이용함으로써 만들어낼 수 있는 온갖 유무형의 파생 에너지들을 포괄합니다. 인간들이 세상 모든 잉여 가치를 남김없이 꼭꼭 씹어 먹어 소화할 순 없지 않겠습니까.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지요. 다 차지하려고 했다가는 화를 입기 마련입니다. 자연은, 지구는, 인간과 비인간을 모두 품고 있는 이 거대한 세계는, 사용하고도 남아도는 부, 넘치는 잉여 가치의 처리에 관해 생태적 규모의 법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법칙의 구조를 바타유는 일반 경제라 칭합니다. 먹고 살며 생명 활동을 유지하는 투입과 산출과 유통의 경제로서 일반 경제입니다. 이 일반 경제에 따르면, 쓰지 않고 축적된 부가 무용하게 탕진되어야 에너지(부)가 돌고 돌고 돕니다. 그리고 일반 경제의 증거를 바타유는 아즈텍의 인신공희와 인디언의 포틀래치에서 찾고자 합니다.

2강은 윌리엄 블레이크의 「호랑이」감상과 함께 출발하였습니다. 바타유의 경제론 수업에서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라니요. 이 후기를 보시는 분들은 이게 무슨 기적의 논리인가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문학 작품을 읽는 심미안을 가지고 바타유의 『저주의 몫』에 다가가 보는 건 바타유를 읽어낼 통찰 획득에 유효하였습니다. (물론, 『저주의 몫』에서 바타유가 「호랑이」의 일부를 언급하기는 합니다) 어리고 순결하고 죄 없으며 무해한 양이 있는 이 세상에는 무섭고 잔인하며 다른 생명체를 먹어 치우는 호랑이도 있습니다. 조물주는 양의 세상을 만든 것이 아닙니다. 호랑이도 섞여 있는 세상을 만들었지요. 호랑이를 만들고 신은 흡족해하며 미소 지었답니다. 자비 없는 호랑이를 미워해야 할까요? 힘센 호랑이를 두려워하며 벌벌 떨어야 할까요? 아니요. 바타유와 더불어 우리는 호랑이에게서 양가성을 보고자 애썼습니다. 그리고 “균형”, 타오르는 “불”, “힘줄”, 고동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저 너머의 “망치”와 “쇠사슬” 등에 주목하며 자연의 '일반 경제'가 인간의 '제한 경제'적 시각으로는 함부로 가치 판단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자’ 하였습니다. (그간 블레이크의 「호랑이」가 이러저러하다는 학계의 관점과 상관없이요.)

2강에서 문학적-감수성으로-바타유를-더-잘-이해하기 활동은 수미상관을 이루었는데요. 바타유는 『저주의 몫』 2부를 “조용한 경멸”과 “어두운 무관심”으로 “부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자며 끝냅니다. 저는 그 대목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 채 수업에 참석했었답니다. 그런데, 송승환 선생님께서 문학적 상상력의 도입을 권하셨습니다. 분석적 시각으로 날을 세우는 정신 대신, 중의적이기도, 암시적이기도, 함축적이기도 한 표현 사이를 넘나들며 일상적 공감대를 엮어내는 상상력 말입니다. 그제서야, 『저주의 몫』 2부의 결어가 현현하듯 제 모습을 드러내더군요. 송승환 선생님이 빙글빙글 웃으면서 온화하게, 매서운 한 수를 보여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뒤통수가 얼얼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메시지가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봐라, 인마! 문학을 까먹으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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