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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원동력, 동맹

 어느 시대에서나 생명의 기원, 특히 인간의 기원에 대한 물음과 연구는 끊이지 않았다. 고대 철학의 시작도 그 문제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서구 사회의 사상사에서는 1859년 다윈이 진화라는 개념을 세상에 소개하기 이전에도 진화 이론들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서구 사람들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다만 일부 지질학자, 생물학자, 문학가, 철학자들 사이에서 부분적으로 진화론의 사상이 퍼져나가기는 했지만 오랜 세월 동안 서구 사회는 창세기 1장에 쓰여있는 기독교 창조론에 근거한 생각들이 지배적인 사상이 되었다. 그런데 다윈 이 후 이제 겨우 16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진화라는 개념은 인류가 생각해 낸 어떤 개념보다도 강력하다. 초기 진화 이론은 생명체가 공동 조상을 가진다는 충격적이고도 놀라운 내용이었지만 분자 생물학의 발전에 힘입은 현대 진화론은 더욱 구체적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유전 암호가 동일하다는 것을, 39억년의 역사를 가진 현존하는 생명체 모두가 하나의 기원으로부터 파생되었다는 것을 분자적으로도 증명해내었다.
진화 개념은 다윈의 발표 이 후로도 80년이 지나도록 자리를 잡지 못하고 연구자들의 철학적 배경에 따라 다양하고도 많은 이론의 저항에 시달리다가 1940년대가 되어 유전학과 자연 선택론을 주요 골조로 하는 “진화의 종합(evolutionary synthesis)”이라는 합의에 이르러 안정적인 개념이 된다. 그렇다고 진화를 모두가 제대로 또는 동일하게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진화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일부 개념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기도하다. 
다윈은 19세기 중반까지 당시의 지배적인 과학 철학에서 결여되어있던 개념들인 “개체군적 사고,기회, 시간”등의 새로운 개념들을 도입했다. ‘다윈주의 이론’이라고 불리는 다윈의 견해 중 진화의 기초 정의인 ‘종의 비균일성’과 ‘공통 유래 이론’은 첫번째 다윈주의 혁명이라고 불리는 사건을 통해 널리 받아들여졌지만 진화의 점진주의, 종 분화, 자연선택이론은 두번째 다윈주의 혁명이라는 진화의 종합에 이르러 받아들여졌다. 
모든 진화론자들이 동의하듯이 진화적 세계관은 항구적이고 불변하는 세계관과는 정반대인 역동적이고 항시적으로 변화하는 세계관이다.  모든 과학 이론이 새로운 발견과 증거로 인해 폐기되거나 거부 당할 수 있듯이 다윈주의 이론 역시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그런데 분자 생물학의 발달과  이 후 이어지는 유전자의 발견, 그리고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이 단백질이 아니라 핵산이라는 유전적 변이의 본질에 대한 이해는 획득 형질의 유전이 불가능하다는 유전학자들의 발견을 강화시켜 줌으로써 다윈주의의 패러다임에 변화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다윈주의를 강화하는 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일부 진화 이론들, 예를 들어 유전자가 진화의 직접적 대상이라는 믿음은 반박되어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과 진화 역사에서 진핵 생물이 출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 린 마굴리스가 주장했던 “공생”개념도 초기에는 주류 학계에서  무시당하다가 뒤 늦게 인정을  받게 된 사실 등등은 진화론 자체가 지속적인 변화 그 자체 임을 보여준다. 

 진화의 필수 불가결한 선결 조건은 생명체의 변이 가능성이다. 진화는 수 많은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변이들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변이 발생에 결정적인 역할에는 유전자 변형과 자연선택(적응)의 과정들이 있다. 유전적 변이에 돌연변이,유전자 확산, 유전자 부동, 편향 변이, 전이 인자, 비임의 교배 등의 작용이 중요하고 자연선택은 외부 환경에 적응한 개체들의 점진적 증가에 따라 개체군 전체가 달라지는 진화를 말한다. 또한 다윈의 생전에 그 의미를 알수 없었던 유성생식 과정 역시 변이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감수 분열 과정에서 일어나는 재조합(염색체의 재편성과 재배치)이 자연선택의 재료를 제공하여 표현형의 변이가 일어나게 해주는 것이다. 유전자 풀에 변이성을 공급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일부 진화론자들은 ‘돌연변이압’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존재하지않는 것으로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감수분열 시 복제과정에서 일어나는 오류가 복구 기작으로 제대로 복구되지 못해 일어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한 개체군 안에서 선택의 대상이 되는 유전자형 변이의 대부분은 새로운 돌연변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유전자 재조합에 의한 것으로 오늘날 생물학자들은 이해하고 있다.

 진화적 과정을 이해하는 것에 대한 또 하나의 오해는 공생이다. 공생은 어쩌면 자연선택 또는 환경적 적응이라는 틀에 비틀어서 포함시킬 수도 있는 개념이다. 존경하는 저명한 생물학자 Ernst Myer가 이소성 종분화 즉 번식적 격리와 자연 선택 과정 없이 발생하는 “유전적 혁명”에 의한 종 분화로 나누어서 종 분화를 설명했을 때는 어쩌면 이 두 과정 모두에 공생 개념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공생이라는 카테고리를 추가해서 그는 종분화를 설명했다. (그러나 Myer는 적어도 공생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공생이 그 분화 과정의 핵심으로 모든 분화에 관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화의 주된 동력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다윈이 자신의 진화론이 자신의 진화 개념이 서로 경쟁하고 제거해서 생존한 결과(etc.적자생존)로 설명되는 것을 내버려 둔 것은 그 시대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거스르면서 자신의 혁명적인 이론을 유지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것이 진화를 협력과 결합의 관계에 의한 새로운 종 분화 발생이라는 관점에 가지는데 소극적이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생명의 나무로 가시화된 진화에 대한 인식 또한 한 생명체가 또 다른 생명체와의 결합을 통한 창발적 인과 과정이라기 보다는 분기라는 사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진화를 오해하기 쉽게 만든다. 오히려 진화는 분기하고 분기하는 다양한 종들의 발생이라는 관점보다는 외부 환경 -인접해 있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과의 선택적인 결합을 통해 분기하는 창발적 과정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진화라는 사건은 기나긴 시간이 그냥 흘러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생명체가 외부와의 관계 속에서 먹고 먹히는 전투의 형태를 가지기도 하지만 그 것보다는 결합하고 협력하는 동맹의 관계로 이어지면서 더욱 역동적이고도 지속적인 변이의 창출 과정을 가질 수 있었다.  39억년의 기나긴 진화 역사가 이루어진 방식은 투쟁의 짧은 역사에서 결합과 협력으로의 전환이 이룬 동맹의 역사이다.
이 역사의 증인으로 생명체 출현 이 후 한번도 멸종되지 않고 생존해있는 박테리아 그리고 척삭동물 주변을 맴돌던 인(P), 마그네슘(Mg), 아연(Zn)등을 증언대에 세워 그 들로부터 동맹의 역사를 들어보고자 한다. 
이들이 우리 주변에 차고 넘치는 동맹의 증거에 대하여 증언 해 줄 것이다.

 <목차>
    1.    진화에 대한 오해
    2.    진화의 주체는 누구 일까?
    3.    우리의 선조, 박테리아
    4.    뼈의 탄생- 환경의 노골적인 개입
    5.    진화론의 실천


<참고도서>
    1.    린 마굴리스, 슈뢰딩거 - 생명이란 무엇인가?
    2.    린 마굴리스- 공생자 행성
    3.    에른스트 마이어 -진화란 무엇인가?
    4.    베르그송-창조적 진화
    5.    알튀세르- 레닌과 철학
    6.    이진경-철학의 외부, 외부 사유의 정치학
    7.    도킨스-조상 이야기, 확장된 표현형
    8.    프랜시스- 후성 유전학
    9.    인사원 타자성의 자연학의 교재들 : 생동하는 물질 , 공생,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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