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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_발제_10주차_<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올리비아 2020.12.06 11:08 조회 수 : 189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발터 벤야민 (1940)

10주차 발제

           1

역사적 유물론과 신학의 만남

‘역사적 유물론’으로 불리는 인형이 늘 이기도록 되어 있다. 그 인형은 오늘날 주지하다시피 왜소하고 흉측해졌으며 어차피 모습을 드러내어서는 안 되는 신학을 자기 편으로 고용한다면 어떤 상대와도 겨루어볼 수 있다.

           2

과거와 현재의 관계 속의 구원과 행복

헤르만 로체는 “인간의 심성이 지니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들 중에는 […] 미래에 대해 아무런 부러움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속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서 부러움을 일깨울 수 있을 행복은 우리가 숨 쉬었던 공기 속에 존재하고, 우리가 말을 걸 수 있었을 사람들, 우리 품에 여인들과 함께 존재한다. 과거는 그것을 구원으로 지시하는 어떤 은밀한 지침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귀를 기울여 듣는 목소리들 속에는 이제는 침묵해버린 목소리들의 메아리가 울리고 있지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과거 세대의 사람들과 우리 사이에는 은밀한 약속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우리 이전에

           3

살아있는 과거의 매 순간들

살았던 순간들 하나하나가 최후의 심판일이 될 날의 의사 일정에 인용 대상이 될 것이다.

           4

해바라기와 같은 과거

꽃들이 머리를 태양 쪽으로 향하듯이 은밀한 종류의 향일성에 힘입어 과거는 바로 역사의 하늘에 떠오르고 있는 태양을 향하려고 애쓴다. 모든 변화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이 변화를 역사적 유물론자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5

섬광 같은 과거의 이미지

과거의 진정한 이미지는 획 지나간다. 과거는 인식 가능한 순간에 인식되지 않으면 영영 다시 볼 수 없게 사라지는 섬광 같은 이미지에서만 붙잡을 수 있다.

           6

스쳐가는 과거의 이미지를 구원하는 유물론적 역사가

과거를 역사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 위험의 순간에 섬광처럼 스치는 어떤 기억을 붙잡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역사적 유물론의 중요한 과제이다.

메시아는 적그리스도를 극복하는 자로서 온다. 죽은 자들도 적이 승리한다면 그 적 앞에서 안전하지 못하다는 점을 투철하게 인식하고 있는 역사가에게만 오로지 과거 속에서 희망의 불꽃을 점화할 재능이 주어져 있다.

           7

승리자의 역사에 감정 이입하지 않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가

역사 유물론이 파기했던 방식[은] […] 감정이입의 방식이다. […]역사주의적 역사가는 승리자에게 감정이입을 한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늘 승리를 거둔 사람은 오늘날 바닥에 누워 있는 자들을 짓밟고 가는 지배자들의 개선 행렬에 함께 동참하는 셈이다.

사람들은 [승리의] 전리품을 문화재라고 칭한다. 그것들은 그것들을 만들어낸 위대한 천재들의 노고에 뿐만 아니라 그 천재들과 함께 살았던 무명의 동시대인들의 노역에도 힘입고 있다. 동시에 야만의 기록이 아닌 문화의 기록이란 결코 없다. 따라서 역사적 유물론자는 […] [감정 이입을 통한 과거의 전승이 아닌] 결을 거슬러서 역사를 솔질하는 것을 자신의 과제로 본다.

           8

진정한 비상사태의 도래

억압받는 자들의 전통은 우리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비상사태’가 상례임을 가르쳐준다. 우리는 이에 상응하는 역사의 개념에 도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되면 진정한 비상사태를 도래시키는 것이 우리의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그로써 파시즘에 대항한 투쟁에서 우리의 입지가 개선될 것이다.

           9

천사의 날개를 꺾는 진보라는 폭풍

파울 클레가 그린 <새로운 천사(Angelus Novus)>라는 그림이 있다. 천사는 머물고 싶어 하고 죽은 자들을 불러일으키고 또 산산이 부서진 것을 모아서 다시 결합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천국에서 폭풍이 불어오고 있고 이 폭풍은 그의 날개를 꼼짝달싹 못하게 할 정도로 세차게 불어오기 때문에 천사는 날개를 접을 수도 없다. 우리가 진보라고 일컫는 것은 바로 이러한 폭풍을 두고 하는 말이다.      

           10

익숙한 진보 개념으로부터 벗어나기

[…] 파시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자신의 대의를 스스로 저버리고 있는 […] 정치가들[은] 진보에 대한 완고한 믿음, 그들의 ‘대중 기반’에 대한 믿음, 그리고 통제 불가능한 기구에 노예처럼 종속되어 있[다]. 이 정치가들이 계속 고수하는 역사 관념과의 어떤 공모관계도 피하는 역사 관념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의 익숙한 사고가 […]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11

노동 개념에 관한 두 가지 해석

자신들이 시대의 물결을 타고 간다는 견해만큼 독일 노동자 계급을 타락시킨 것은 없다. 여기서부터, 기술의 진보 과정 속에 있는 공장 노동이 정치적 업적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환상에 이르는 것은 단 한 걸음이면 족하다. 해묵은 프로테스탄트적 노동 윤리가 세속화된 형태로 독일 노동자들에게서 부활을 맞았던 것이다. 그러한 노동 개념은 자연 지배의 진보만을 보고 사회의 퇴보는 보려고 하지 않는다.

[푸리에는] 자연을 착취하는 것과는 동떨어진 노동, 그 자연의 품속에 가능성으로 잠들어 있는 산물들을 출산 시킬 능력이 있는 노동의 모습을 보여준다.

           12

구원의 기회는 후대가 아닌 선대에 있다?!

[독일 사회민주주의는] 노동자 계급에게 미래 세대들의 구원자 역할을 부여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들은 그로써 노동자 계급이 지닌 가장 강력한 힘에서 힘줄을 잘라버리고 있다. 노동자 계급은 이 훈련 과정에서 증오와 희생정신을 모두 망각하였다. 왜냐하면 그 둘은 해방된 자손의 이상에서가 아니라 억압받은 선조의 이미지에서 그 자양을 취하기 때문이다.

           13

진보, 천편일률적인 순간들의 나열

사회민주주의 이론은 […] 진보 개념에 의해 규정되었다. 역사에서의 인류의 진보라는 생각은 역사가 균질하고 공허한 시간을 관통하여 진행해나간다는 생각과 분리될 수 없다. 이러한 진행에 대한 비판이 진보에 대한 생각 일반에 대한 비판의 토대를 형성해야 한다.

           14

충만한 시간으로서의 지금시간

역사는 구성 대상이며, 이때 구성의 장소는 균질하고 공허한 시간이 아니라 지금시간(Jeztzeit)으로 충만된 시간이다. 유행은 현재적인 것을, 그것이 과거의 덤불 속 어디에서 움직이고 있든지, 알아채는 감각을 갖고 있다. 유행은 과거 속으로 뛰어드는 호랑이의 도약이다. 역사의 자유로운 하늘 아래에서 펼쳐질 그와 같은 도약이 마르크스가 혁명을 파악했던 변증법적 도약이다.

           15

혁명적 계급이 도입한 달력의 시간

역사의 연속체를 폭파한다는 의식은 행동을 하는 순간에 있는 혁명적 계급들에게서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대혁명은 새로운 달력을 도입하였다. 달력이 시작하는 날은 역사적 저속촬영기로서 기능을 한다. 그리고 회상의 날들인, 공휴일의 형태로 늘 다시 돌아오는 날도 근본적으로 그와 똑같은 날이다.

※ 공휴일 도는 일요일에 대하여 (p. 367, 주석 17)

독일의 민담 전통에서는 일요일에, 특히 초승달에 태어난 아이들은 특수한 능력, 즉 영들을 본다든지 죽은 자들과 소통한다든지 소원을 성취하며 보통 사람들이 풀지 못하는 것들을 쉽게 풀어내는 능력을 타고난다고 전해진다.

           16

진보의 중단, 정지의 시간

경과하는 시간이 아니라 그 속에서 시간이 멈춰서 정지해버린 현재라는 개념을 역사적 유물론자는 포기할 수 없다. 역사주의가 과거에 대한 ‘영원한’ 이미지를 제시한다면, 역사적 유물론자는 과거와의 유일무이한 경험을 제시한다.

           17

역사 전체가 응축되어 있는 지금시간

보편사의 방법론은 가산적이다. 그것은 균질하고 공허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사실의 더미를 모으는 데 급급하다. 유물론적 역사서술은 […] 균질하고 공허한 역사의 진행 과정을 폭파하여 그로부터 하나의 특정한 시대를 끄집어내기 위해 그 기회를 포착한다. 이런 식으로 그는 한 시대에서 한 특정한 삶을, 필생의 업적에서 한 특정한 작품을 캐낸다. 이러한 방법론에서 얻어지는 수확은, 한 작품 속에 필생의 업적이, 필생의 업적 속에 한 시대가, 그리고 한 시대 속에 전체 역사의 진행 과정이 보존되고 지양되는 것이다.

           18

전 인류의 역사를 담은 지금시간

메시아적 시간의 모델로서 전 인류의 역사를 엄청난 축소판으로 요약하고 있는 지금시간은 우주 속에서 인류의 역사가 이루는 앞의 모습과 엄밀하게 일치한다.

           부기

            A

인과율을 비켜가는 지금시간

역사주의는 역사의 여러 계기들 사이에 인과적 결합을 세우는 데 만족한다. [유물론적] 역사가는 사건들의 순서를 염주처럼 손가락으로 헤아리는 일을 중단한다. 그는 그 자신의 시대가 과거의 특정한 시대와 함께 등장하는 성좌구조(Konstellation)를 포착한다. 그는 그렇게 해서 메시아적 시간의 파편들이 박혀 있는 ‘지금시간’으로서의 현재의 개념을 정립한다.

            B

미래는 곧 과거와 현재 사이에 놓인 작은 문?!

알려져 있다시피 유대인들에게는 미래를 연구하는 일이 금지되었었다. 그에 반해 토라와 기도는 그 미래를 회상 속에서 가르친다. […] 유대인들에게 미래 속의 매초는 메시아가 들어올 수 있는 작은 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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