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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0 송선미 발제

5장 형식의 노고 없는 효력

 

5장 "형식의 노고 없는 효력"에서는 생명의 영역을 넘어서 인간과 비인간의 생명 모두를 지탱하는 형식의 기묘한 작동 방식을 탐색한다. 벤투라의 집에 머물던 밤 내가 꾼 꿈; 특정한 인간적인 사회성을 야생의 그것과 병치시킨다는 점에서 후아니쿠의 아들인 아델모의 꿈(신발 한 켤레를 사는 꿈)과, 두 아이의 젊은 아버지인 파비안이 꾼 꿈(젊은 사제가 운영하는 잡화점의 꿈)과 흡사한. 

 

숲과 길들여짐―생태학과 경제학― 사이의 평행관계가 그렇게 많은 장소에 나타나는 이유는, 또 키토 같은 장소가 숲 속 깊은 곳에 자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위해선 형식form(규칙성, 습관, 패턴의 기이한 성격; 가능성을 제약하는 특정한 배치들이 창발하는 방식과 그러한 배치들이 일종의 패턴으로 귀결되어 세계 속에서 확산되는 특정한 방식. 일반적인 것의 특정한 현현)을 이해해야 한다. 이들을 동렬로 놓이게끔 하는 것은 각각의 체계가 공유하는 패턴 혹은 형식이다. 형식은 이 체계들에 부과되는 인간의 인지적 도식이나 문화적 범주와는 다르다. 

인간의 사고에서 형식은 핵심적이다. 상징적 지시의 연합 논리는 (정규적이고 잉여적이며 단순, 추상적, 패턴화되어 있는) 일반 개념(‘타입’type)의 창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271) 상징적 표상과 마찬가지로 아이콘과 인덱스로 구성된 기호적 양식들 또한 일정한 패턴으로 귀결되는 가능성의 제약을 보여준다.(272) 동물의 ”놀이”에서 가시화되는 비인간적인 의사소통의 패턴(253쪽, “장난스럽게 무는 행동”으로 물어 뜯는 행동은 표시하지만, 물어뜯는 행동에 의해 표시되는 것을 표시하지 않는 것: 인덱스적인 것을 아이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인간적인 것 너머의 세계에서 형식이 창발하고 순환하는 것의 본보기이다. 

기호작용은 인간 및 인간적인 것 너머의 살아있는 세계에 속해 있으며, “일반적인 것” 즉 실재한다(세계에 결과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반면, 형식은 살아있지 않은 세계로부터 창발하며, 살아있지 않음에도 (사고의 일종이 아님에도) 일반적인 실재의 일종이다.(273) 5장에서는 생명 너머의 세계 속에서 일반적인 것의 특정한 현현(“형식form”)이 존재하는 방식을 탐구함으로써, 형식이 우리를 통과하는 기묘한 방식(살아있는 것이 형식을 통해 행하는 것과 영향을 받는 것)을 알아보겠다. 이는 생각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관념을 재고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5-1. 고무

마누엘라 카르네이루 다 쿠냐의 어느 샤먼 견습생의 원정 탐구. 샤먼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가 거치는 항구도시들의 경로는 아마존 역사에서 극히 중대한 시기에 일어난 어떤 것과 동형적 상응관계를 이룬다. 그것은 19세기 후반에 시작되어 20여년 동안 지속되어 왔던 고무 붐, 이를 가능하게 만든 아마존 경관을 같은 방식으로 탐사한 두 패턴을 보여준다.(병원균과 고무나무의 분포, 수로의 분포, 이 두 패턴의 연결. 그리고 규모를 가로지르는 자기유사성.) 

고무 붐 경제는 포식적 연쇄, 식물과 동물의 공간적 배치, 수계 지리학적 네트워크 등의 부분적으로 중첩되는 일련의 형식들이 공유하는 유사성들을 연결함으로써 이 형식들을 통합했기 때문에 존재·성장할 수 있었다. 결과 기본적인 규칙 패턴들은 패턴들을 뒤덮은 형식인 착취적인 정치-경제적 구조의 일부가 되었다.(282-283) 우주적인 포식이라는 다자연주의적 퍼스펙티브 체계 내에서 지배적인 시야로의 진입에 능통한 자, 즉 샤먼은 이 형식을 힘의 획득에 활용했다. 하류의 자미나우아로 수행을 떠남으로써 샤먼은 상류의 사회적 행위자들의 시야를 아우르면서도 그것을 능가하는 퍼스펙티브를 장착할 수 있었다.(284) 그는 하류로 향함으로써 자신이 원정을 출발한 특정 하천이 더 넓고 일반적인 패턴의 하나의 예시(토큰)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305. 수양_프레이밍_상향.)

 

 

5-2. 창발하는 형식들

고무나무, 하천, 경제를 서로의 관계로 끌어들이는 패턴과 같은 형식은 “창발적”(형식을 일으키는 더욱 기본적인 그 어떤 구성요소로도 환원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관계적 속성의 출현)이다. 창발성의 관곌를 소용돌이로 설명해 보겠다. 소용돌이의 순환형식은 강물에서 창발하며, 이것은 강물에 특수한 성격을 부여하는 우연한 역사들(가령 특정한 하천으로 흘러가는 강물이 빈영양의 백사토층을 통과했다면 탄닌이 풍부하여 어둡고 반투명한 산성의 물이 되었을 것이다)로 환원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한 역사들이 강물이 취하게 될 소용돌이 형식을 설명하지도 예측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소용돌이의 창발에 이르는 조건에 강물의 연속적인 흐름이 포함된다는 점으로, 소용돌이가 취하는 형식은 소용돌이가 창발한 강물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용돌이는 연속적 흐름 그 이상의 어떤 것(=“그 이하의 어떤 것”)이다. 이 (덜 자유로운 방식으로 움직이는) 잉여성redundancy이 우리가 소용돌이와 결부시키는 순환적 흐름 패턴, 형식을 설명해 준다.(286) 소용돌이와 함께 나타나는 분리되어-있음에도-불구하고-연속적인 특징은 고무경제에서 가시화되는 창발적인 패턴에도 적용된다. 고무 붐 경제는 하천들처럼 내포되어 있었고, 열대의 먹이사슬의 일부처럼 포식적이었다. 창발 현상들은 그 자신이 발생한 더 낮은 수준의 과정으로부터 분리된 수준을 누린다. 그러면서도 이 현상들의 존재는 더 낮은 수준의 조건들에 의존한다. 이것은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형식들(내포와 포식을 포함하는)은 도덕적이지 않으면서 위계적이다. 위계는 너무나 인간적인 세계에서만 도덕적인 국면에 들어서는데, 왜냐하면 도덕성은 인간 특유의 상징적인 기호작용에서 비롯하는 창발적인 속성이기 때문이다.(288, 4장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계적 패턴들은 너무나 인간적인 창발적 속성을 수반하는 체계(고무 채취에 기초한 고도로 수탈적인 경제 체계. 그것이 의존하는 더 기본적인 형식적 배열들로 환원되지 않는 도덕적 가치의 체계.)에 사로잡히고 만다.

 

5-3. 숲의 주재자들  

위계는 부분적으로 중첩된다. 예를 들어 아빌라를 에워싼 각각의 산들은 각기 다른 영적인 주재자들이 소유하고 관리하는데, 이 중 가장 강력한 주재자가 살고 있는 살고 있는 이 지역 가장 높은 화산(내부에 지하의 “키토”가 위치한)의 이름은 16세기 초반 이 지역을 관할한 수마코 교규의 유래이기도 하며, 이 지역이 식민통치에 굴복하고 스페인어 이름인 아빌라로 알려지기 전에 곳곳의 모든 추장들이 충성을 맹세했던 최고 위 추장에 대한 칭송을 담고 있다. 

영적인 주재자들의 영역은 종족적 위계, 스페인 점령 이전의 위계, 식민지적 위계, 탈식민지적 위계를 경관 위로 겹겹이 쌓는다. 각기 다른 이 모든 사회정치적 배치는 특정한 생물자원이 공간을 가로질러 이동될 수 있는 방식과 관련된 동일한 제약에 속박되기 때문이다. 경제가 숲에 저장된 살아 있는 부의 일부를 얻고자 한다면, 이 부가 얽혀 있는 물리적 및 생물적 패턴화의 결합에 접근해야만 한다. 착취의 패턴은 군집의 분포를 창출한다. 동물을 유혹하는 과일나무의 패턴처럼 아시엔다(대농장)는 산림자원과 그에 상응하는 도시자원이 결집되는 분기점이 되었다. 키토와 같은 도시들이 교역 물품의 보고이자 숲의 생산물의 종착지인 한, 그러한 도시들은 부의 축적이라는 집약적인 패턴을 보여준다.

숲의 영적인 주재자들이 속하는 더 높은 수준의 창발적인 영역에서는 사냥, 대농장들, 도시들이 서로 동렬에 놓인다. 위계는 이처럼 서로 다른 영역들을 넘나드는 형식의 확산에서 결정적이다. 영의 영역은 “더 높은” 창발적인 수준에서 다양하게 중첩되어 있는 형식들을 통합한다. 

 

5-4. 기호적 위계

종을 횡단하는 의사소통에 내포된 위계는 분명 식민지적으로 굴절되어 있다(피진). 그러나 식민지적 위계는 그 어던 도덕적인 가치를 전혀 가지지 않는 더 근본적인 비인간적인 위계들을 창발적으로 증폭시키면서 거기에 도덕적인 무게를 부여한다.

세 가지 표상 양식들은 위계적으로 내포되어 있으면서 서로 연결된다. 생물학적인 세계에서의사소통의 기초를 형성하는 인덱스는 아이콘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더 높은 수준의 관계들의 산물이며, 아이콘에 대해 참신하고 창발적인 지시적 속성을 가진다. (마찬가지로 상징은 인덱스들 사이에서….) 이것은 오직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시쿠우아(다람쥐뻐꾸기) “시쿠악” 울음소리는 듣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 일어나지 않을 징조(그러므로 새는 “거짓말 하고” 있다고 말한다는 것임)다. 뻐꾸기의 울음소리인 시쿠악 그리고 이 세가 이 소리를 통해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고 말하는 시쿠우아, 이 둘의 차이는 중요하다. 루이사는 울음소리를 “시쿠악”이라고 흉내내었다. 아메리가는 “‘시쿠우아’라고 그것이 말한다”라고 인용하였다. 루이사는 들은 것을 흉내냈고 자신의 발화를 하나의 예시로 제약한 반면, 아메리가는 새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파악하고자 했다. 아메리가는 새의 메시지를 “인간의 언어” 내에서 해석하고 있다(동물이 발화한 “토큰”을 인간적인 “타입”으로 의미화. 토큰과 타입의 구별). 이 구별은 인덱스로부터 상징을 구별해내는 형식의 위계적인 속성들에 의지하는 것이다. 단순히 인덱스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토큰(동물의 울음소리인 시쿠악)은 그것을 타입으로서 표상하는 인간적인 단어 시쿠우아의 예시로 해석될 때 부가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5-5. 형식의 놀이

위계적 종-횡단적 피진에서도 나타나는 또 다른 종류의 형식, 리좀적 방식의 형식 확산이 있다. 아빌라 사람들에 따르면 개미잡이새는 재규어에게 위협을 당할 대 “치리킥”이라고 운다(지표: 재규어가 가까이 있음). “치리킥”은 이 새의 이름인 치리키우아의 의성어적 유래이기도 하다. 

아메리가는 새의 이름을 말하며 그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반면 루이사는 들렸던 것을 단지 흉내내고 다른 소리 이미지로 반향시켰다(”치리킥 치리킥“=개미잡이새가 재규어에게 겁을 먹고 덤불속 헬리코니아 잎의 이곳저곳을 신경질적으로 날아다니는 이미지. 이 새가 왔다 갔다 하는 이미지). 울음소리의 의미를 고정시키려는 해석적 충동에서 자유로운 루이사는 음향 형식의 아이콘적인 확산에 내재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일종의 놀이를 통해 새의 생태학적인 삽입 과정을 추적할 수 있었다. “치리킥”은 반드시 어떤 것을 의미하지 않고서도 의미가 있다. 그것은 다른 종류의 의미작용을 실어 나른다. 즉 상대적으로 보면, 논리적으로 더 아이콘적인 것이다. 이와 달리 아메리가는 울음소리에서 정보를 추출하려고 했다. (루이사의 반응이 알려주듯이) 표상 체계가 차이를 운반하는 방식에만 초점을 맞추면 기호작용이 형식의 노고 없는 확산에 의존하는 근본적인 방식을 놓칠 수 있다. 아이콘성이 바로 이 중심에 있다(301).

※301.“막대기벌레”(대벌레)의  아이콘성은 잠재적인 포식자들의 선조들이 대벌레의 선조와 살제 나뭇가지 간의 차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사실의 산물이다.  이렇게 해서 어떤 형식(나뭇가지와 벌레 간의 ”들어맞음“)이 노고 없이 미래로 확산되었다. 이때 형식이란 위로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퍼져나가는 것이다. 잡아 먹힌 벌레들은 나뭇가지로 보이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혼동 혹은 무분별(2장)에 대한 아이콘성의 관계는 형식의 기묘한 논리와 그 노고 없는 확산의 어떤 측면에 도달한다(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 프로이트의 무의식의 양상, 실언, 전염되듯 순환되는 ”잘못된“ 발화들, 착오행위). 환경과 공명하며 그에 따라 환경을 탐색하는 자기-조직적인 사고에 깃들인 연약하지만 노고 없는 아이콘적인 증식, 사고의 아이콘적 연합의 연쇄는 정신분석의 치료 목적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속의 사고(특정한 인간의 정신과 그 특정한 목적에 의한 순치에서 잠시 벗어난, 일종의 세계 내적인 사고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듣기의 형식으로 도래하는 일종의 창조성(304). 그리고 그 논리는 인간적인 것을 넘어서는 인류학이 우리를 에워싼 세계를 더 잘 경청할 수 있는 방법(숲의 사고가 자신을 통과하면서 조금 더 자유롭게 반향되도록 숲의 사고 놓아주기. 부분적인 음향적 상동성의 연쇄)에 핵심적이다. 

 

5-6. 수양

하류로 수련을 떠나는 자미나우아 샤먼의 원정 탐구. 그는 하류로 향함으로써 자신이 원정을 출발한 특정 하천이 더 넓고 더 일반적인 패턴의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수양”: 프레이밍upframing, 상향). 하나의 생태계로 예시되는 이러한 논리적인 위계의 속성 덕분에 이 샤먼은 사회정치적인 위계 내부에서 그 자신의 위치를 변경할 수 있게 된다. 인간들과 영들의 관계가 인간들과 동물들의 관계처럼 기호작용에 고유한 위계적인 속성들에 의해 구조화된다. 위계가 상승할수록 해석의 능력이 내포적으로 점차 증가한다. 

퍼스의 주장에 의하면 기호적인 해석의 연쇄가 언제나 아이콘 작용으로 끝나는 것은, (디콘이 강조한 바,) 더 해석되어야 하는 차이가 있는데도 더는 인지되지 못할 때 남는 것이 아이콘 작용이기 때문이다. 숲의 새들을 그 진짜 모습(가축인 닭)으로 보는 주재자들은 아주 조금의 해석적인 노력만을 필요할 것이다. 이와 달리 우리 인간들은 이 특권을 누리기 위해선 독한 담배(환각제, 길몽 등) 등이 필요하다.

 

5-7. 내부

아빌라 사람들은 하우아만(표면)이라 불리는 일상적인 인간의 영역과는 반대로, 영적인 주재자의 영역이라는 현실을 우쿠타(내부)라 부른다. 영적인 주재자의 영역은 항상 형식의 내부에 있기 때문에 (주재자들이 허락하지 않아 우리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다 해도) 그곳에는 항상 동물들로 넘쳐난다. 주재자들의 영역은 사후세계(마르셀리노의 낙원)이기도 하다(“그저 그녀의 피부―아비투스, 일종의 의복―를 묻었을 뿐”). 주재자들의 영역(내부)에서는 역사의 선형성이 형식에 의해 교란되고, 형식은 잠시 어떤 의미에서 시간을 “동결한다”.(310) 규칙성이 존재론적인 영역들과 시간적인 예시들을 잠재적으로 초과할 수 있듯이, 형식은 “언제나 이미”라는 창발적인 영역, 그 체계들이 순환의 인과율이 작동하는 영역을 창출하며, 이 영역에서는 이미 일어난 일들이 결코 일어나지 않은 일이 된다. 아빌라 사람들에 따르면 “죽은 자들”은 우쿠타(자유)를 얻는다(“죽은 자들은 자유롭다”). 장소를 뜻하는 스페인어(루가르)에서 유래하는 루우아르(자유)는 케추아어에서 현실세계의 시공간적인 제약이 완화된 영역을 가리킨다. 숲의 주재자들의 이 영속적인, 언제나 이미라는 영역 내부에서, 죽은 자들은 계속 살아간다. 자유롭게. 

아마존 사회에 “차가운”(레비-스트로스) 성격을 부여하는 것은 형식들이다. 형식들은 인간적인 영역 내부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넘어서 존재하는 수많은 경계선들을 넘나들기 때문에 “차가운” 것이다. 

 

5-8.역사의 파편

숲의 창발적인 형식들이 자신을 발생시킨 역사들로부터 부분적으로 이탈된다는 사실은 숲의 영적인 주재자들의 영역에서 역사를 소거한다는 것이 아니다. 역사의 조각, 선행하는 형식적 배열의 파편은 숲의 형식 내부에서 동결되며 그 잔해는 그곳에 남는다. 아빌라의 식물 우알카 무유가 19세기 베네치아 상인의 베인테미야 구슬과 연결된다는 것은 시간을 동결하는 형식의 기이한 속성의 산물이다. 숲을 배회하는 악마 수파이의 몇몇 부류는 현지 수도사가 검은 로브를 두르는 것을 그만둔 이후로도 여전히 수도사 복장을 입고 있다.

“언제나 이미”라는 공간에는 부가 집적되어 있으므로, 루나족의 과제는 숲의 형식에 어떻게 진입할 것인가다. 방식은 동물들을 주재자들의 특권화된(그리고 대상화하는) 퍼스펙티브에서 보기(자신만의 관점 단독적 자기 아니라 자원으로서, 덧없는 주체 아니라 안정된 객체로서, 더 강력하며 창발적인 자기인 주재자에게 소유되고 관리되는 대상으로서 보기) 위한 수양의 과정을 포함한다. 힘 있는 자들의 축적된 부를 손에 넣기 위한 각각의 전략에는 개개의 인과적인 역사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제 그 역사들은 모두 일반적인 어떤 것, 숲의 주재자들의 형식의 일부를 이룬다. 그러나 전략들이 약속하는 것은 풍부한 사냥고기만이 아니며, 숲 속에 쌓인 부를 활용하려는 지연된 욕망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켜켜이 퇴적된 역사에 접근할 어떤 가능성을 드러낸다.

 

5-9. 형식의 노고 없는 효력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내부”에 있기 때문에 비가시적인 것에 대해서는 연구할 자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형식은 전통적인 민족지적 대상의 감지 가능한 타자성(이차성)을 크게 결여하고 있는데, 그것은 자기-유사성이 확산되는 과정 속에서만 형식으로 현현하기 때문이다.(“승당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승당 밖의 사람들이다. 승당에서 수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인덱스성(차이를 알아차리는 것)의 기호적 중요성을 이해하는 것이 아이콘성(그 특유의 제약된 무차별성을 통해 규칙적인 패턴을 확산시키는 아이콘)을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형식은 우리가 “실재”라고 할 때에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보라고 요구한다. 일반적인 것―즉 습관, 규칙성, 잠재적 회귀, 패턴-은 실재한다. 그러나 현존하는 대상의 실재성과 관련되는 성질 같은 것들을 일반적인 것에 귀속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주재자들의 퍼스펙티브에서 사냥감 새는 진짜 닭이라고 내가 말할 때, 나는 일반적인 것이 실재하는 바로 이 방식을 가리키고 있다. 실재성은 가능한 최종적인 효력(=인덱스. 일종의 타입으로 특수한 만남을 인덱스로 지시; 가령 비 오는 어느 날의 나와 페커리의 만남)을 가진다. 

사냥감 새들과 루나족이 매일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면, 주재자들의 영역에 닭 또한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주재자들의 영역은 숲의 상호작용이 지닌 이러한 일상적인 순간들로부터 부분적으로 이탈되는 안정성의 차원에 있다. 

형식과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형식의 인과적 논리에 전염될 필요가 있다. 이 논리는 푸시풀 메커니즘이라는 효율적인 인과성과 연합되는 것, 즉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주는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형식과 함께 일하는 것은 그 노고 없는 효력에 굴복하기를 요구한다.[※“유익하고 정돈된 방향(good, orderly direction)”]

이는 형식의 독특한 속성들을 예의주시할 뿐만 아니라 비가시적인 “내부”를 보다 명료하게 만드는 방법을 시도함으로써(라일즈, 형식을 증폭시키는 민족지적 방법로 통해 형식을 가시화) 인류학을 재현의 위기에서 구출할 가능성을 결코 시야에서 놓지 않는 것이다. 우리와 형식과의 불연속성을 보여줌으로써 외부의 관점으로부터 형식을 명료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관료적인 문서가 증식하는 그 고유한 패턴화와 그에 관한 우리 연구자의 논문이 생산하는 패턴화를, 이 둘 간의 유사성이 명증해질 때까지 동시에 작동시키는 것이다.

형식의 기이한 속성들의 관점에서 이해되는 꿈의 기호학은, 내부와 외부 간의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어떤 경계들을 소멸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아이콘적 연합의 자발적이며 자기-조직적인 통각작용 및 확산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즉 차이를 분간하는 의식적이며 목적지향적인 주간 작업이 완화될 때에, 더 이상 “효율”을 위한 사고를 요구하지 않을 때에, 우리는 자기-유사성의 반복(즉 닮음이 우리를 관통하여 노고 없이 확산되는 방식)에 내맡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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