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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박소영입니다.

발제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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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과 종이 만날 때』, 1장 서문

내용 정리

이 책의 핵심 질문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내가 나의 개를 만질 때 나는 도대체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만지는 것일까?” 둘째, “함께 되기는 어떤 의미에서 세속적이게 되는 실천”인가?(12)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은 오르트-몽디알리자숑(Autre-mondialisation)과 다르지 않다.

어려서 나는 소꿉놀이를 좋아했다. 장난감의 유무가 소꿉놀이 가능 여부를 제한하지 않았다. 상상에서든, 실제에서든, 오밀조밀한 소꿉들과 함께, 난 미소한 세계에 푹 빠져 지냈다. 시공간의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그런 놀이가 무척 좋았다. 내 전매특허였던 그 놀이가 오늘날 내 반려종, 내 조물자와의 만남을 예비하는 과정이었을 줄이야. 그 작은 피규어들, 그 형상(물)들은 “신체들과 의미들이 서로를 형성하는 물질-기호론적인 결절점 내지는 매듭”을 암시한다(13). 생물학적인 것, 문학적인 것, 예술적인 것, 할 것 없이 모두 한데 모여, 살아있는 현실의 온갖 작용력들이 되는 곳에 항상 형상들이 있다.

난 긴 시간, 생동하는 형상들에 관해 글을 써온 것이나 다름없다. 그 형상체들에 여러 차원이 뒤얽혀 응답을 요구한다. 이 책은 실뜨기 놀이에 관한 것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이 세계에 있고자 하는 존재들을 서로 걸고 잇고 겹치고 접어 넣는 실뜨기 놀이 말이다. “모든 종은, 살아있든 죽었든 관계없이 주체와 대상을 형성하는 만남의 춤을 춘 결과 생기는 존재이다.”(14)

산타크루스의 녹지대에는 짐의 개가 있다. 19세기 벌채 산업은 나무 그루터기들을 남겼고, 의도적 방화나 건기의 벼락으로 인해 그루터기는 검게 탔다. 시간이 지나며 그중 하나에 이끼와 고사리가 끼고, 지의류가 들러붙고, 월계수 새순이 자라고, 침염수가 엉겨 붙어 개처럼 보이는 형상이 되었다. 짐의 개를 만질 때 “우리는 도대체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만지고 있는 것일까?”(15) “짐의 개는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진짜 개, 잡다한 선조로부터 탄생한 결코 복제할 수 없지만 우연히 만날 수밖에 없는 유일한 잡종 개다.”(17) 짐의 개는 생태적이고 정치적인 역사를 형상한다. 짐의 개만 잡종적일까? 손으로 만지든, 영장류의 시각계를 모방한 디지털 장치를 통해 눈으로 만지든, 짐의 개와 접촉하는 순간 나는 잡종성을 육신으로 이어받는다(18). 나는 “자기 주인의 형상으로 변형된 완벽한 비율”의 반려종, “정화와 초월의 반려종”인 레오나르도의 개보다 잡동사니 무리 그 자체인 짐의 개와 함께 걷고 싶다.

적을 선명하게 지목할 수 있는가? 병적인 편애와 병적인 혐오는 공포로 이어진다. 랩독, 아니면 랩톱인 건 아니다. 목적론과 인간예외주의를 벗어 던지면, 랩독과 랩톱을 다 무릎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 “세속성과 차이를 횡단하는 상호접촉”은 친족 그룹이긴 하지만 어딘지 애매한 어떤 존재가 무리에 편입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으로도 개요될 수 있다(25). 정중하게 접근하고 관대하게 받아들이고, 새롭게 사귀면서 서로에 대해 배우고, 그러면서 동료가 되어 한솥밥을 먹고, “반려종이 되고, 서로에게 중요한 타자가” 되는 것을 상상하자. 이런 만남은 어떤 결말도 약속하지 않는다. 확실한 결과 대신 “다만 약간의 기품을 가지고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가” 마련된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함께 “낳고 존중과 응답을 요구하는 차이”가 즐거이 경험될 수 있을 것이다(27).

나의 “미즈 카옌 페퍼는 내 세포들을 모조리 식민지화하고 있다.”(27) 미즈 카옌 페퍼와 나는 별별 이름으로 불리는 “인종주의적 담론을 표시하고” “그 결과를 육신에 이어받고” 있다(27). 그러나 “역사적, 생물학적, 그리고 자연문화적 층위들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복잡성이다.” 우리의 게놈은 생각보다 서로 많이 닯아 있을 것이다. “생명의 코드에 우리가 접촉했다는 분자상의 기록”이 이 세상에 흔적을 남길 것이고, 거듭된 교섭과 대화—인간의 언어 체계를 넘어서는—를 통해 서로가 훈련되고 있으니까. 종적 차이의 관점에선 서로에게 타자이겠으나, 우리는 “사랑이라 불리는 고약한 발달성의 감염을 육신에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이 사랑은 역사적 일탈인 동시에 자연문화적 유산이다. 즉 “우리들은 본질적으로 반려종이고 서로의 육신을 형성하고 있다.”(28)

반려종은 비대칭적인 미완의 카테고리로, “진행중에 있는 ‘함께 되기’의 포인터”이며 “서식하기 쉬운 풍요로운 그물망”이라 생각된다. 반려종이라는 카테고리의 관계성 패턴에서는 관계 이전의 개별체 존재가 상정되지 않는다(29). 반려종의 구성원들은 종과 종이 만나면서 (인)종과 성에 묶여 있던 종의 전통적 의미가 풀려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교차하고 뒤엉켜 사는 것을 배우게 된다(31). 종(species)의 어원 중 하나인 스페체레(specere; 보다, 응시하다)를 다시하고 되돌려하는 레스페체레(respecere; 존중)가 필요하다. “만남을 통해 관심과 존중으로 반려와 종을 함께 묶는 것은, 함께 되기의 세계, 누구이고 무엇이냐가 중요한 문제가 되는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 위 종간 상호의존성의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 “친척과 종류를 형성하면서, 카테고리를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가운데 응답하기와 존중하기가 기본 원칙으로 작동하는 반려종의 놀이 말이다(32).

「그러면, 동물은 응답했는가?」를 보면, 데리다는 반려종의 놀이에 다가가다 멈춰 선 것으로 보인다. 벌거벗은 본인에게 향한 고양이의 시선으로 계기가 촉발된 듯 했지만, 데리다는 결국 “글쓰기 기술 외부에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실천”을 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35). 그의 성찰을 폄훼하고 싶진 않다. 다만, 아쉽다. 그의 벤담식 귀결은 고통에 마음 아파하는 인도주의적 연민으로 흘러, 결국 오르트-몽디알리자숑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36). 그에 반하는 사례로, 개코원숭이 연구로 논문을 쓴 바버라 스머츠가 있다. 그녀의 자기 인식은 처음에는 지배적 인식론 범주 내에서의 과학자에 머물러 있었다. 중립적이고 투명한 존재이자 관찰의 확고한 주체, 그 이상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점차로 자신을 “개코원숭이들의 사회 기호론에 따라 조정”하기 시작하면서, 개코원숭이들과의 관계로 들어가게 된다. 커뮤니케이션이 체현되면서 관계성이 형성되고 스머츠와 개코원숭이들은 각각 재형성되었다(38-40). “진실과 정직은 중요한 타자에 대한 뒤돌아보기와 인사하기에 기초”한다(41).

반려종이라는 과제에, 들뢰즈와 가타리의 ‘되기’는 별로 조응하지 않는다. 반려종은 진흙과 점액의 철학, 육신과 형상을 돌아보고 그에 인사하며 존중하는 철학, “숭고하지 않은 일상적 존재, 보통의 존재, 감정을 가진 존재”들과 관계하며 복수 파트너들과 춤을 추고 얽히는 철학이다(45). 양을 스물두마리 키우면서 항상 스물세 번째 그릇을 내놓는 것처럼, 반려종의 과제와 오르트-몽디알리자숑은 일어날 지도 모를 어떤 알 수 없는 사건을 위해 문을 열어두는 것과도 같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이종혼효적 진흙 속에 싫든 좋든 존재하고 있다.”(52) 우리는 “어떤 역사들을 살아야 할까?”(54) “살기에 더 적합한 다른 세계들(오르트-몽디알리자숑)을 세속적인 복잡성 내부에서 찾는 작업에 참가하기 위한 결합 부위들은, 처음 자신의 개에게 손을 뻗쳤을 때 상상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있다.”(59) 중요한 것은 “복잡성을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으로 되고 응답하는 것이다.”(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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