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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글은 아니지만 예전에 "사진의 작은 역사" 읽고 정리해두었던 것을 올립니다.

 

발터 벤야민의 사진의 작은 역사」 

 

 

 

 

 

 

 벤야민은 사진의 작은 역사에서 제목 그대로 사진의 창시자 니에프스와 다게르부터 당대 초현실주의자 나흘리-모기의 사진까지(이글은 1931년도에 출간되었다), 90년에 가까운 사진의 역사를 스케치한다. 1세기에 가까운 역사를 50페이지 남짓한 글로 기술하면서 벤야민이 사진의 역사에 대해서 던지는 질문은 바로 사진의 역량(사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다. 벤야민은 당시의 널리 퍼져 있었던 사진에 대한 두 관념, 즉 예술로서의 사진과 산업으로서의 사진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사진의 역사를 더듬는 작업을 시작한다.

 

 

 

 

1.

 벤야민이 처음 주목하는 것은 아라고가 1839년 프랑스 국회에서 발표한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니엡스의 아들로부터 소유권을 획득한) 다게르가 프랑스가 정부로부터 자신의 사진술의 특허를 인정받기 위했던 것인데, 당시 의원이었던 아라고가 다게르의 요청을 받아 작성한 것이었다. 벤야민이 이 의회 보고서에 주목하는 지점은 사진의 가능성에 대한 아라고의 생각이다. 아라고는 당시 초상술의 최신기술 정도로만 여겨졌던 사진을 천체물리학에서부터 문헌학, 이집트의 상형문자 기록, 예술의 복제에까지도 사용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벤야민의 흥미를 끌었던 지점은 아라고의 보고서가 사진의 탄생부터 벤야민의 당대까지 널리 유통되던 담론, 심지어 보들레르까지 가세했던 진정한 예술을 타락시키는 기술로서의 사진에 대한 담론과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서있었다는데 있었다. 또한 아라고의 관점은 산업으로서의 사진과도 다른 곳에 있었다.

 

당대의 사진담론과 대결하기 위해 끌고 오는 다른 지점은 사진이 산업화되기 이전의(벤야민이 대목장의 예술이라고 불렀던) 일련의 사진가들(, 케머런, 위고, 나다르)에 주목한다. 그중에서도 19세기 중반에 활동했던 데이비드 옥타비우스 힐의 사진을 예로 들면서 이른바 예술로서의 사진을 주장하는 담론에서 말하는 사진의 미학이 아니라, 사진이 드러내는 시각적 무의식을 바탕으로 사진의 역량에 대해서 말한다. 벤야민이 보기에 아라고와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사진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지점이 바로 사진이 시각적 무의식의 세계를 연다는 것이었다. 카메라는 인간의 눈과는 다르기 때문에 인간이 의식적으로 포착하지 못하는 지점까지 시각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이브릿지의 연속사진과 같은 기술적인 사진에서 무엇보다 잘 드러나지만, 벤야민은 힐의 평범한 인물사진을 통해서도 시각적 무의식을 설명한다(159p). 사진가가 화가와는 달리 자신의 작품(사진)을 완전히 의도하거나 통제할 수가 없다. 때문에 한 장의 사진은 사진가가 담고자 하는 혹은 지점보다 훨씬 더 초과적인 세계가 늘 담겨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이런 점에서 단지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사진을 찍었던 옥타비우스 힐을 작품들을 예로 든 것은 흥미롭다. 사진이 의도성이 가장 적게 들어갈수록, 즉 예술이라는 틀을 가장 적게 의식할수록 가장 사진이 보여줄 수 있는 것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2.

 벤야민이 보기에 복제가 불가능하고 한번 사진을 찍는데 8시간 가까이 걸렸던 초창기의 사진에는 어떤 아우라가 있었다. 노출 시간이 긴데서 연유하는 빛을 집중시키는 방식”(180p), 바로 이러한 초기 사진의 지속성이야말로 (사진에서) 아우라적 현상을 규정하는 기술적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벤야민은 초기 사진에서 아우라를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어떤 찬반의 평가도 하지 않는다. 문제는 사진이 복제가 가능해지고 지속시간이 짧아지게 되는 기술적 혁신을 이루었음에도, 즉 아우라적 현상을 규정하는 기술적 조건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1880년 이후) 계속해서 덧칠과 색체 조작으로 기존의 사진과 닮으려는 낡은 시도에 있다. 벤야민이 보기에 이는 기술의 진보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이 세대의 무력함을 드러내는 것이다(181P).

 

이러한 상황에서 벤야민이 주목하는 사진가는 아제와 잔더다. 아제와 잔더는 아우라적 현상을 규정하는 기술적 조건이 사라진 시대에서 대상을 아우라로부터 해방시키는 작업(183p)을 개시한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의 작업은 상이하다. 먼저 아제는 파리의 골목골목을 찍었는데 이러한 풍경 사진으로부터 예컨대 쓸쓸함과 같은 어떤 분위기도 지워버리면서 마치 범죄현장 사진처럼 어떠한 정취도 없는 사진을 찍었다. 반면 잔더는 인물사진만을 찍었는데 초상사진처럼 그 인물의 특정한 분위기를 담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마치 식물표본처럼 당대 사회의 각 계 각층의 얼굴을 마치 수집이라도 한 것처럼 찍었다. 두 사람 모두 예술로서의 사진이 추구하려던 어떤 분위기의 창출을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사진이 야기한 새로운 시각적 특징에 주목하여 작업을 했던 것이다. 벤야민이 보기에 이 두 사진가의 사진들은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각성을 훈련할 수 있는 일종의 훈련용 지리부도(188p).

 

 

3.

 마지막으로 벤야민은 예술로서의 사진이라는 미학의 문제에서 벗어나, “사진으로서의 예술이라는 사회적 정황에 대해서 주목할 때에만 사진연구의 진척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다름 아니라 복제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예술작품에 대한 이해가 변했다는 사실로부터 사진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사진이 야기한 복제기술이 예술작품에 대한 사회적 접근을 완전히 뒤바꾸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으로 예술작품의 관점에서 사진에 접근하는 것은 그 이해의 폭을 좁히는 것이니 말이다. 사진이 야기한 복제기술이 보들레르 같은 사람의 관점에서는 미학을 재현의 수준으로, 예술의 소유물의 수준으로 타락시키는 것일 수 있는데(벤야민도 이에 대해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벤야민이 언급한 것처럼 사진을 통해서 새로운 시각적 이미지의 세계가 열렸음을 부정할 수 없다. 여기서 벤야민은 마지막으로 사진의 표제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이는 단지 사진에 캡션을 달자는 말로 끝나는 것 같지 않다. 그보다는 사진 이미지와 문자 텍스트의 결합을 통해 일종의 사진에 대한 리터러시를 만들자는 주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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