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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시간에는 식물성을 사유한다는 것과 생물을 동맹 속에서 다루는 것 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식물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나 동물에 대해 사유하는 것과 같은 자연학의 목적에는 그들과 새로운 종류의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의지가 있습니다. 식물이나 동물을 일방적인 대상, 도구와 같은 타자로 대하는 기존의 관계에서 벗어나 그들과 새로운 종류의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실천적인 목적이 있습니다. 다른 의미에서 자연학적 지식은 모두 인간을 위해 쓰입니다. 침팬지의 행동에 관한 글이나 식물의 지각능력에 대한 글들은 모두 침팬지나 식물이 보라고 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보라고 쓰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글들은 단순히 침팬지나 식물과 같은 대상에 대한 지식을 추가하기 위해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침팬지나 식물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의 지식을 다시 이해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적절합니다.

인간이 동물과 식물 혹은 사물들과 본성상 다른 것이 아니라 그저 정도상의 차이밖에 없다고 한다면 따라서 모든 존재자들을 강도의 연속성 속에서 본다고 한다면, 자연학적 지식들은 인간적 통념을 변환시키는 지대를 형성합니다. 인간과 가까이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부터 가장 멀다고 여겨지는 것들까지 이들에 대한 지식은 인간적 통념과 지식들에 대해 ‘정말 그런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물음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 우리는 들뢰즈가 말한 초험적 경험으로 우리 자신을 밀어 넣게 됩니다. 물음 속에서 우리는 자연학적 지식을 통해 우리의 지식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인간 아닌 것들을 통해 인간을 다시 보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식물에 대한 지식은 인간중심적이거나 동물중심적으로 형성된 개념들을 다시 보게 해줍니다. 니체가 지적한 것처럼 우리의 몸은 유기체라는 통일체로 이해되기 이전에 그것을 이루는 수많은 미시적 자아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유기체 이하에서 신체를 사고하는 니체의 지적은 분할될 수 없다는 의미에서 개체를 가리키는 individual을 분할될 수 있는 multi-dividual로 바꾸고 유기체라는 말 속에 가려진 것들을 드러내주었습니다. ‘하나의’유기체는 수많은 분할 가능한 것들이 종합된 집합체입니다. 그러나 인간에게 분할 가능하다는 것은 미시적 신체가 유기체라는 통일체로 환원 불가능하다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지 실제로 분할해도 살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잘려나간 것이나 붙어있는 것 둘 중 하나는 죽게 됩니다.

반면 식물은 유기체가 아닙니다. 『매혹하는 식물의 뇌』에서 강조된 식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모듈성입니다. 식물은 분할 가능한 모듈로 이루어져 있기에 통합된 유기체로 이해되지 않고, 몸의 일부 혹은 대다수가 잘려 나가도 생존이 가능합니다. 잘려 나가지 않은 것만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잘려 나간 것 역시 번식을 하며 살아남습니다. 또한 모듈성 덕분에 식물은 특정 기능을 담당하는 하나의 기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거의 모든 역할을 수행합니다. 움직일 수 없다는 치명적 결함을 분할 가능한 몸으로 대응하는 것입니다.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내주는 방식으로 생존하는 식물은 나아가 이런 무능력을 능력으로 돌려냅니다. 식물은 피식을 통해 생존하는 것과 더불어 그것을 번식의 기회로 삼습니다. 자신의 몸을 내주는 것을 통해 생존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먹는 포식자들의 운동성을 이용해서 자신의 씨까지 퍼트리는 것입니다. 움직일 수 없다는 무능력을 능력으로 돌려내는 식물의 능력은 강함과 능동에 대한 인간적이고 동물적인 개념을 다시 보게 만들어줍니다.

우리는 흔히 강함을 타인에 대한 공격성, 정복, 지배와 같은 개념으로 생각합니다. 타인을 제압하고 내 뜻대로 두는 것을 강함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종류의 강함은 동물성의 표상으로써의 강함입니다. 그러나 어떤 것에 대한 공격성은 대개 두려움의 표현이고, 두려움은 어떤 것에 대한 반동적인 감정입니다. 두려움을 유발한 어떤 것에 대한 반응입니다. 이는 능동적인 능력으로서의 강함보다는 반동적인 반응으로서의 강함에 가깝습니다.

반면 식물을 통해 이와는 반대되는 강함에 대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식물은 몸의 일부 혹은 대부분을 내주고도 살 수 있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몸을 해치는 것들을 그만큼 더 수용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식물은 외부의 이질성을 동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이는 수용력capacity으로서의 능력capacity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줍니다. 식물은 동물처럼 외부에 대한 공격적 반응으로서의 강함이 아니라 그것을 포함하는 수용력으로서의 강함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피식을 통해 생존하는 것이 강함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면 나아가 피식을 통한 번식은 능동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흔히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식물을 수동적인 존재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식물은 동물의 운동성을 이용해 자신의 무능력을 극복합니다. 이동할 수 없지만 동물을 번식의 대리자로 삼음으로써 어디에서도 번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습니다. 이때에도 번식은 식물의 능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동물에 의해 이뤄지는 수동적 행위가 아니냐라는 반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척점에 있는 피식과 번식을 하나로 결합해낸 것은 분명 식물의 능동적인 능력입니다. 더불어 피식의 효과가 번식이라면 번식이라는 효과를 통해서 피식을 다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먹는 동물과 먹히는 식물의 일차적 관계만 본다면 그것은 포식행위에 지나지 않지만 그 효과가 먹히는 식물의 번식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먹고 먹히는 관계 그 이상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식물이 단순한 수동적 존재 이상임을 의미합니다. 번식이라는 효과를 통해 피식을 다시 정의하는 이런 방식은 결과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는 스피노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피식을 통한 번식은 포식과 동맹을 함께 사유할 수 있게 해줍니다. 식물-동물의 관계는 포식이 동맹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역으로 동맹조차 포식의 형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동맹조차 포식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동맹관계일 때조차도 포식을 피할 수 없음을 드러냅니다. 이는 포식이 세포 수준에서 새로운 동맹관계를 형성하는 것과 별개로 개체 수준에서 그 적대성이 쉽게 해소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포식이 동맹 속에서 이뤄지고, 동맹이 포식으로 이어진다면 중요한 것은 그 관계가 어떤 포식-동맹 관계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나아가 어떤 동맹을 맺을 것인가를 새롭게 물어야 합니다.

포식을 위한 동맹관계를 맺을 때에도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떤’ 동맹인가를 보는 것입니다. 포식-동맹의 관계가 착취-동맹의 관계로 변환되는 지점은 다른 동맹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의 상실에 있습니다. 동물이 식물을 포식하는 것이 착취의 문턱을 넘지 않는 것은 식물이 다른 것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식물의 생존이 한 동물과의 특정한 관계 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착취가 아닌 포식의 관계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옥수수 품종을 육종해내는 것은 옥수수의 다른 동맹관계(벌레를 불러들이는)를 끊어내고 오직 인간에 의존해서만 생존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포식 아닌 착취라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떻게 먹을 것인가라는 물음은 어떤 관계 속에서 먹는가라는 질문 속에서 다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에 대해 훌륭한 동맹자인가를 끊임없이 다시 물어야 합니다.

다음 주에는  네 번째 책 『식물혁명』입니다.

발제는 장정아 선생님과 이재훈 선생님입니다.

책을 읽다 궁금한 점이나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으신 내용은 댓글이나 쪽글로 남겨주세요

목요일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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