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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시간에는 근친상간 금기를 통한 동맹의 일차성과 동맹을 유기체 너머로 확장하는 것, 그리고 모방에 대한 두 가지의 서로 다른 관점 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먼저 근친상간 금기를 통해 바라본 동맹의 일차성입니다. 이미 살펴본 것처럼 레비스트로스는 일의적인 호칭에 의한 친족체계를 근친상간 금기라는 문화의 보편규칙 위에서 정의합니다. 레비스트로스는 근친상간 금기를 친족체계라는 혈연관계를 정의해주는 것으로 봤기 때문에 근친상간 금기는 동맹에 대한 혈연의 일차성을 보증해주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한다면 근친상간 금기란 혈연관계 밖에서 배우자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혈연관계 내에서 배우자를 찾을 수 없으니 새로운 혈연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반드시 혈연 밖의 외부자를 끌어들여야 합니다. 배우자를 찾아 새로운 결연관계를 맺는 것이 생식이라는 혈연관계에 앞서는 것입니다. 즉 근친상간 금기는 혈연에 우선하는 동맹을 설명하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근친상간 금기는 레비스트로스가 말한 것처럼 인간만의(문화) 고유한 규칙도 아닙니다. 가령 늑대 역시 동족혼을 하지 않습니다. 늑대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근친상간 금기라는 규칙!을 가지고 있기에 혈연관계 밖에서 배우자를 찾습니다. 이는 근친상간 금기가 동물적 자연과 인간적 문화를 가르는 분기선으로 기능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른바 언어적 전회라는 구조주의 언어학에 강한 영향을 받아 친족체계 역시 일의적 호칭이라는 기호체계 속에서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근친상간 금기 역시 일의적 호칭을 정의하는 문제의식 속에서 찾아낸 규칙이었습니다. 그러나 근친상간 금기가 일의적 호칭을 정의하기 이전에 외부자와의 결연을 먼저 요구하고 있고, 더불어 인간만의 고유한 것을 설명해주지 못한다면 근친상간 금기는 다른 방식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근친상간 금기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언어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생식 규칙 속에서 이해된다면 이는 동맹의 일차성을 설명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인간과 동물, 자연과 문화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동맹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동맹의 일차성은 생식이라는 혈연관계의 목적론적 행위 속에서도 외부적 관계가 일차적인 것임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생식이라는 어떤 내부적 행위는 언제나 그것에 끼어드는 외부적 관계를 일차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내부적 혈연관계와 그것에 끼어드는 외부적 동맹관계는 더 확장해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가령 드 발도 언급하고 있는 유전과 환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유전은 특정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의미에서 외부의 것과 대비되는 내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전의 발현은 언제나 특정한 외부적 환경 속에서 이뤄지고, 언제나 외부적 환경과의 뒤섞임, 관계 속에서만 적절히 이해될 수 있습니다. 생물학에서 유전형과 표현형을 구별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동맹의 일차성이란 어떤 것을 구성해내는 관계의 일차성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때의 관계란 혈연적인 수직적 관계가 아닌 그것을 횡단하고 가로지르는 수평적 관계입니다. 특정한 형태의 수직적 혈연관계(생식)는 언제나 그것에 선행하고 그것을 가로지르는 수평적 동맹관계(결연) 속에서 이해됩니다. 이처럼 어떠한 내부적 특징도 그것과 만나는 외부성 속에서 이해하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내재성의 사유라고 합니다.

내재성의 사유는 어떤 것을 내부적 특징, 속성으로 파악하는 실체적 접근에서 벗어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사유는 자연스럽게 유기체, 개체 너머로 확장됩니다. 지난 시간에 이야기한 것처럼 관계를 통해 하나의 개체를 파악하는 것에는 개체 이하로 들어가는 미시적 접근 방식과 이와 반대로 개체 이상으로 넘어가는 거시적 접근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의 개체, 통상 유기체라고 부르는 것을 이루는 수많은 박테리아 군체의 집합은 개체를 이루는 미시적 동맹관계들입니다. 반면 움벨트 혹은 배치라고 부르는 것은 개체를 둘러싼 개체 외부의 동맹관계를 가리킵니다. 박테리아 군체들의 동맹관계가 개체 이하 수준에서 모든 생물에 공통된 동맹의 일반성을 설명한다면, 반대로 특정한 움벨트, 배치를 넘어선 동맹관계의 최대치는 생태계 전체 혹은 자연 전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스피노자가 말한 양태들의 무한한 연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시적인 접근 방식과 거시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파악한 동맹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모든 존재자를 하나의 평면 위에 세웁니다. 내부적 본성에 따른 실체적 위계 없이 파악하는 동맹관계는 모든 것을 본성상의 차이가 아닌 정도상의 차이로 만들어내고, 이때의 평면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강도적인 평면입니다.

다음으로 모방에 대한 두 가지 서로 다른 관점입니다. 통상 서양에서 모방mimesis은 대상의 모방이었습니다. 주체-대상의 이분법 속에서 주체는 대상을 최대한 객관적인 것으로, 즉 대상 그 자체로 리얼하게 모방하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주체와 대상은 모방을 통한 재현에 의해 매개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주체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주체에 의한 대상의 모방과 달리 동물행동학의 실험과 관찰은 전혀 다른 모방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인간의 모방을 다르게 보게 만들어줍니다.

동물행동학에서 보여준 동물의 모방은 대상의 인식과 관계없는 동료에 대한 모방이었습니다. 동물들은 동료를 모방함으로써 취향과 성향을 집단적으로 형성하고 이를 통해 무리에 속하게 됩니다. 동물들이 동료를 모방하는 것은 무리라는 다수성에 속하고자 하는 욕망과 결부되어 있고, 이는 모방이 대상과의 관계 이전에 동료들과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더불어 모방을 통해 특정한 가치를 선택한다는 것은 좋음과 나쁨에 대한 감각을 집단적으로 형성함을 의미합니다. 좋음과 나쁨에 대한 감각의 분할은 심지어는 보상이나 이득과 관계없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동물들은 똑같은 결과를 내는 것이라면 동료들이 하는 방식으로만 그것을 수행하고 아무 이득도 없는 행동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합니다. 동물들의 모방은 동물에게도 마찬가지로 감각을 분할하는 감각의 체제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동료에 대한 모방은 다수성과 결부되어 있습니다. 동료에 대한 모방은 무리적이고 다수적인 가치에 동조한다는 것이고, 그러한 동조 속에서 대상을 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료에 대한 모방 속에서 다수적인 감각의 분할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대상을 감각합니다. 바꿔 말하면 대상에 대한 특정한 판단은 언제나 무리 속에서 형성된 감각의 분할 속에서 이뤄지고 감각의 체제가 바뀌면 대상에 대한 판단 역시 바뀌게 됩니다.

인간의 모방 역시 같은 방식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대상에 대한 재현은 감각을 분할하는 감각의 체제에 따른 것이고, 감각을 분할하는 방식이 바뀌면 대상에 대한 재현 방식 역시 바뀌게 됩니다. 다시 말해 실체적 대상에 대한 객관적인 묘사란 없으며 대상은 언제나 특정한 감각의 체제(배치) 속에서 그때그때 다른 대상으로 주체에게 인식되는 것입니다. 가령 르네상스의 그림과 바로크의 그림이 같은 대상을 그렸다고 해도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대상을 바라보는 감각이 바뀌었기 때문이고, 그것을 르네상스의 것, 혹은 바로크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 감각이 집단적으로 모방되면서 시대의 감각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대상의 객관적 묘사라는 대상에 대한 실체적 접근이 아니라 대상을 둘러싼 감각의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대상에 대한 재현의 관점에서 모방이 다수성과 결부된다면 이와 반대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표현의 관점에서 모방을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무리의 다수적 가치에 대해 동조하면서 그것을 모방하는 것은 무리에 속하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무리의 다른 동료들이 하는 것과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모방을 반복, 즉 차이 없는 반복으로 행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방은 또한 새로운 창안을 낳기도 합니다. 타르드가 지적한 것처럼 많은 새로움과 창안은 모방의 반복 속에서 이뤄집니다. 동료를 모방하는 반복은 언제나 다른 이들로 확장되고 이 속에서 반복은 미세한 차이, 다름을 만들어냅니다. 반복이 언제나 차이나는 반복일 수밖에 없다면 반복을 통한 모방 역시 언제나 차이나는 모방이 됩니다. 모방의 확장 속에서 미세한 차이는 더욱 커지고 이를 통해 새로운 것이 창안됩니다. 모든 모방이 그저 남들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이라면 새로운 감각이란 있을 수 없고,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이어지는 새로운 감각의 체제 역시 있을 수 없습니다. 다수적 감각으로 환원되지 않는 새로운 감각의 분할, 감각의 체제는 그 미묘한 차이를 더욱 밀고 나갈 때 표현될 수 있습니다.

다음 주는 세 번째 책 『매혹하는 식물의 뇌』입니다. 

발제는 우주 선생님과 신정수 선생님입니다.

책을 읽다 궁금한 점이나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으신 내용은 댓글이나 새글로 남겨주세요.

그럼 목요일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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