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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나는 6살 이전의 기억이 없다. 태어나자마자 하게 된 최초의 경험들이라 매 순간 강렬한 인상을 받았을 텐데, 그중 어느 것도 기억이 되지 못한 것이다. 왜 그럴까? 나의 기억은 주로 언어로, 서사 형식에 따라 저장된다. 소설처럼 시간의 흐름과 인과로 장면들을 연결해 기억을 구성하는 것이다. 서사는 매우 효과적인 기억의 형식이다. 내가 오늘 아침에 뭘 먹었는지는 기억 못 하면서 수 십년 전에 읽은 소설을 기억할 수 있는 건 그래서다. 지나가는 매 순간이 구슬이라면 서사는 그 순간을 꿰는 실이다. 그런데 6세 이전은 언어와 서사 형식이 학습되기 전이다. 구슬만 있지 구슬을 꿸 실이 없는 것이다. 실이 없다고 구슬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것들도 몸 어딘가에 저장되겠지만, 머리로 떠올릴 수 있는 기억으로 저장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서사가 기억의 유일한 형식은 아니다. 간혹 유아기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기억은 앞뒤 맥락을 알 수 없는 이미지로 되어 있는데, 그들은 나중에 부모에게 물어보고서야 그 이미지의 의미를 이해한다. 줄기차게 이어지는 나레이션을 제외하면 나의 기억에서도 이미지가 가장 주요한 요소다. 우리 기억이 이미지로 되어있는 건 우리가 주로 시각을 통해 세계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만약 후각을 통해 세계를 경험한다면 기억은 냄새로 돼 있을 것이다. 개의 기억이 그럴 것이다. 그런데 서사가 없는 개의 기억은 유아기의 기억처럼 파편적일까? 아니면 곤충이 새와 다른 경로로 날개를 가지게 된 것처럼 또 다른 기억의 형식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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