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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사치가 아니다.

 

 

미국 대법원이 모든 주에서 동성결혼을 합법이라고 판결한 것은 2015년 6월 26일의 일이다.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고, 대중문화에서 레지비언과 게이는 “쉬크”로 재현되는 추세는 말의 변천에도 나타나는데, 메리엄 웹스터 온라인 사전은 퀴어(Queer)의 형용사적인 의미가 최근 20년간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한다. 퀴어의 긍정적인 용법이 상당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흑인의생명도소중하다(#blacklivesmatter)는 해시태그 운동은 평등하지 않은 평등의 상황을 증거 한다.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2015년 미국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트랜스 여성의 살해가 많이 일어났고, 그중 유색인의 살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동성애가 주목받을수록 트랜스 유색여성의 살해위험은 높아졌다. 이것은 법의 사각지대가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미미 마리누치는 그의 책 『페미니즘을 퀴어링!』의 서문에서 대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이 공권력과 혐오에 의해 살해된 사람들의 인종적인 불균형을 가린다고 지적했다. 인종차별과 성차별, 섹슈얼리티의 차별은 긴밀하게 엮여있다.

1934년에 미국 뉴욕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오드리 로드는 인종차별과 성차별, 섹슈얼리티의 차별을 한 몸으로 겪어낸, “흑인, 레지비언, 여성, 페미니스트, 시인, 엄마, 교사, 암 투병 생존자, 활동가”였고, 차별과 맞장 뜬 전사였다. 그는 시를 쓰고 글을 쓸 때 뿐 아니라, “삶의 매순간, 그러니까 꿈을 꾸고 일어나 양치질을 하고 강의실로 들어갈 때까지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서” 전사였다. 그의 산문집 『시스터 아웃사이더』는 치열한 전사의 연설이다.

 

 

「시는 사치가 아니다」는 『시스터 아웃사이더』의 첫 번째 글이다. 그는 여기서 백인 아버지의 사유와 흑인 어머니의 감정을 대립시킨다.

 

 

백인 아버지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우리 안의 흑인 어머니-시인-는 우리의 꿈속에서 이렇게 속삭인다. 나는 느낀다. 그러므로 나는 자유롭다. (43)

 

 

백인 아버지들은 자신들이 몸을 벗어날 수 있기에 우월한 자들이라 여겼다. 단계를 밟아 진행되는 그들의 추론은 몸에 구애됨이 없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감정은 몸과 결부된 것이고, 매번 자유로운 의식의 흐름을 막아선다. 그들은 사유 앞에 감정을 무릎 꿇리지 않는다면, 좋은 인간이 될 수 없다고 여겼다.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기 일쑤인 여성들은 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좋은 인간이 될 수 없다. 좋은 인간이 되고 싶은 여성들은 필사적으로 몸을 벗어버리고 백인 아버지처럼 자유를 얻고자 했다.

하지만 로드는 꿈속에서 속삭이는 검은 어머니의 말을 듣는다. 우리는 몸으로 느끼기에 이미 자유롭다고. 몸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어떻게 자유로운가? 백인 아버지처럼 몸을 풀어야 할 숙제로 여기고 그것을 풀기 위해 안간힘을 써도 어려운 판에. 그런데 진실을 말하자면 백인 아버지들의 사유는 몸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신이 아니고, 우리처럼, 유한한 생명을 가진, 피부에 멜라닌 색소가 조금 적은 그저 평범한 호모 사피엔스라 불리는 이족보행 포유류 수컷일 뿐이다. 그들은 그 몸으로서 사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한사코 그것을 부인한다. 그래서 그 몸을 다른 방식으로 느낄 수 없다. 그들은 오직 백인으로서만 존재한다. 말하자면, 그들은 그 자신의 몸에 속박된 자다. 반면에 검은 어머니는 몸을 느끼라고, 새롭게 느끼라고 속삭인다. 그 새로운 느낌. 그것이 자유라고 말이다.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의 대비는, 추론과 시, 사유와 감정, 밝음과 어둠, 남성과 여성의 뚜렷한 대비를 나타내는 수사다. 역사적으로 후자는 전자에게 늘 무릎꿇림을 강요당했지만 어쨌든 살아남았다. 로드는 도저히 살 가망이 없던 조건에서도 어쨌든 살아남았다는 사실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발견한다.

 

 

그러나 여성들은 살아남았다. 시인으로서. 이제 우리에게 새로운 고통이란 없다. 우리는 이미 모든 고통을 다 겪었다. (44)

 

 

여성들은 시 덕분에 시인으로 살아남은 자다. 로드는 여성을 억압당하는 불쌍한 피해자로 그리지 않는다. 그들은 삶을 겪어내는 자들이고, 시는 그 삶 속에서 터져 나오는 무언가가 언어로 응축된 것이다. 그러나 시는 새로운 언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시는 여태까지 이름붙일 수 없는 것에 이름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름을 통해 친구를 모을 수 있고, 함께 행동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는 사치가 아니다.” 시는 다른 세상을 꿈꾸는 힘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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