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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시간에는 과학 특히 생물학 역사에서 미생물과 공생이 어떻게 이해되어 왔는지와 다양한 스케일에서의 공생과 이것을 통한 진화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서구 유럽에서는 페스트나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들이 반복적으로 재발했는데 19세기 말 전까지는 그 원인을 ‘미아스마’라는 독기로 보았습니다. 미아스마는 오염, 오염된 공기라는 뜻으로 유럽에서는 이것의 독성이 수증기형태로 사람들에게 유입된다고 믿었습니다. 19세기 초 콜레라가 유행하고 위생개혁의 중요성이 대두되자 에드윈 채드윅은 미아스마를 빼내기 위해 공중위생법을 만들어 시행하게 됩니다. 상하수도시스템을 정비하여 배수가 원활하게 만들고 일직선 도로를 통해 통풍이 잘 되게 만드는 등의 노력은 잘못된 원인 파악과는 별개로 콜레라 감소에 큰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미아스마 학설은 코흐가 탄저병을 일으키는 탄저균을 발견하고, 파스퇴르가 세균과 질병 간의 관계를 밝혀내자 폐기되었습니다. 하지만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을 제거하는 조치가 미아스마를 빼내는 위생개혁가들의 조치와 같았기 때문에 위생개혁가들은 파스퇴르를 자신들의 개혁정치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게 됩니다. 파스퇴르가 생명정치의 장에서 정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다른 한편 파스퇴르는 병원균을 찾던 도중 미생물을 발견했기 때문에 모든 미생물을 병원균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미생물과 병원균을 등치하는 이런 생각은 신체에 침입하는 적대적인 세균과 이를 방어하는 면역체계라는 인식으로 이어집니다. 세균에 대한 파스퇴르의 적대적 관념을 프란시스코 바렐라는 군사주의 모델이라고 말합니다. 면역을 이해하는 파스퇴르의 군사주의적 관념은 당시의 시대정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서구사회는 홉스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고 말한 이래 사회를 적대적이고 경쟁적인 모델로 설명하려 했습니다. 사회 정치 경제에서의 적대적이고 경쟁적인 모델은 과학에까지 이어져 생명 현상을 설명하는데 적대, 경쟁의 모델이 사용되었습니다. 면역에 대한 파스퇴르의 군사주의적 관념은 이러한 시대 분위기에 부합하는 것이었고, 이에 따라 군사주의 모델은 생물학의 주류적인 견해로 받아들여집니다. 공생에 대한 개념은 19세기 후반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경쟁모델과 결합한 파스퇴르적 관념에 의해 전혀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주류 생물학계가 보기에 공생은 순진한 생각이거나 이데올로기를 과학에 투영한 것으로 보았고 20세기 들어 공산주의가 대두되자 이런 생각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다윈 역시 당시의 주류적인 모델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다윈은 생물에게는 이기적인 투쟁과 경쟁뿐만 아니라 공생 역시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당시 사회의 주류적인 이해에 따라 경쟁과 투쟁을 강조하였습니다. 학계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었지만 이는 역으로 사회의 경쟁모델을 설명하는 근거로 이용됩니다. 다윈조차 피해갈 수 없었던 적대와 경쟁의 모델은 그만큼 강한 힘을 행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기적, 적대, 경쟁’등과 같은 개념은 지금도 우리의 통념적 이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는 과학 역시 이데올로기 혹은 지배적 언표 속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구별됨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여기에 파스퇴르가 어떤 정치적 역할을 하는 지를 생명정치의 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과학이라는 장(field) 혹은 배치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파스퇴르와 다윈의 경우는 과학에 얼마나 이데올로기 혹은 지배적 언표(언표적 배치)가 중요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객관적 실재의 발견이라는 과학 스스로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과학담론을 지배하는 언표의 힘은 과학담론 속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구별합니다. 생명의 이기심을 바탕으로 하는 적대와 경쟁의 집합적 언표는 공생과 관련된 다른 언표들을 지우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실험적 증거라는 물질적인 것(기계적 배치)마저 보이지 않게 만듭니다. 과학담론의 지배적 언표는 공생의 실험적 증거의 참/거짓을 따지기 전에 이미 공생을 비과학적인 것으로 만들어 지워버립니다. 즉 어떤 것이 과학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지를 미리 판단하는 선-판단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과학은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그것이 과학적으로 참인지 아닌지를 따질 수 있기 위해선 먼저 그것이 과학으로 받아들여지는 자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러나 또한 과학은 언표적 배치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험적 증거라는 기계적 배치 속에서 다른 과학이 되기도 합니다. 집합적 언표의 힘이 강할 때에는 실험적 증거가 무시되기도 하지만(19세기 공생의 개념들) 도저히 그것을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실험적 증거(전광우 박사의 실험) 앞에서 지배적 언표는 바뀌기도 합니다. 기존의 지배적 언표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또한 무시할 수도 없는 실험적 증거가 그것을 설명하는 새로운 언표(마굴리스의 주장)와 결합될 때 기존의 배치는 새로운 배치로 넘어가게 됩니다. 적대와 경쟁이라는 생물학의 배치는 그것을 포괄하는 공생의 배치로 넘어가게 됩니다.

다음으로 공생을 통해 진화를 보는 것입니다. 다윈주의 진화모델에 따르면 진화란 유전적으로 분화된 돌연변이가 변화된 환경에서 더 잘 살아남아 그 변이가 축적되어 다른 생물로 진화된 것을 의미합니다. 변화된 환경에서 살아남은 돌연변이는 수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고,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남았기 때문에 진화는 곧 진보라는 등식과 적자생존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게 됩니다. 다윈의 생각과 별개로 이 같은 다윈주의 모델은 이기심과 적대, 경쟁으로 생명을 설명하는 앞선 과학, 특히 생물학의 집합적 언표를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분화된 돌연변이는 기존의 개체에서 먼 것으로 분화되기가 힘들다는 난점이 있습니다. 날개가 없는 것에서 갑자기 날개가 생기는 분화는 유전적인 분화에선 쉽게 상상하기 힘든 비약입니다. 이는 유전적 분화가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의 다양성을 설명하는데 근본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지점을 만듭니다. 또한 돌연변이는 수적으로 매우 적은 개체가 나오기 때문에 이들이 자신의 변화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에는 일반적 개체보다 더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대개의 돌연변이는 일반적 개체보다 유리함을 가지기보다는 불리함을 가질 확률이 더 큽니다. 이 같은 다윈주의 진화모델은 유전 안에서의 분화를 이야기하는 유전적 혈연주의를 보여줍니다.

주류적인 다윈주의 진화모델은 유전적 분화를 통해 생물의 유형이 갈라지는 수형도의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미생물부터 유기체, 환경까지 고려하는 공생의 스케일은 진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보여줍니다. 이마니시 킨지가 진화에 대한 다윈주의 모델을 비판하면서 주장한 서식지 분리에 따른 진화는 공생의 스케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마니시 킨지는 같은 종이 서식지가 달라지면 다른 종이 된다고 말합니다. 서식지 분리에 따라 다른 종으로의 진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환경의 변화에 따른 미생물 개체군의 변화에 따릅니다.

개체의 신체는 미생물 개체군의 집합입니다. 신체 안에 있는 미생물 개체군은 매우 가변적인데 신체의 상태에 따라 매 순간 계속해서 변화합니다. 신체가 운동할 때 비만의 상태가 될 때마다 신체의 미생물 개체군은 다른 개체군으로 변화합니다. 또한 서로 다른 신체들이 같은 환경에 접촉하면 비슷한 미생물 개체군을 가지게 됩니다. 신체에 주어진 환경조건이 변하면 그에 따라 미생물 개체군 역시 달라지고 그것이 다시 신체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즉 서식지 분리에 따른 환경의 변화는 변화된 환경과 상관적인 미생물 개체군을 형성하게 만들고 이것이 개체를 새로운 종으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 개체가 변화된 미생물 개체군과 새로운 공생관계를 만든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개체 너머의 환경조건과 개체, 그리고 개체 이하의 미생물이 만들어낸 새로운 관계에 따른 변화입니다.

예를 들어 곤충의 종적다양성은 새로운 미생물 덕분에 가능해집니다. 곤충이 식물을 먹을 수 있게 된 건 셀룰로스를 소화할 수 있는 미생물이 곤충 신체 안에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이후 식물을 먹을 수 있는 곤충 애벌레가 생겨나고 곤충의 종적 다양성은 새로운 비약을 이뤄냅니다. 서식지 분리에 따른 공생관계를 통한 진화는 다윈주의 진화모델과는 달리 진화를 위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유전적인 분화가 매우 다른 종적다양성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그 변이가 축적되기 위한 엄청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서식지 분리에 따른 진화는 매우 가변적인 미생물 개체군과의 동맹에 따르기 때문에 진화의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또한 세포 소기관들의 상이한 결합방식에 따른 복잡한 기관으로의 분화 역시 다윈주의에 따른 작은 변이의 누적보다 기관의 발생을 더욱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다음 시간에는 『존재의 지도』입니다. 발제는 노연숙 선생님과 이미정 선생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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