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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가축은 자기와 다른 종인 사람에 의존해 살면서 먹이와 안전을 제공받는다. 나는 가축의 그러한 생존 방식을 특이하다고 여겨왔는데, 미생물의 세계에는 그런 일이 흔하다. 뿌리혹박테리아는 콩과식물의 뿌리에 살고 비브리오 박테리아는 꼴뚜기의 피부구멍에 살며 먹이와 안전을 제공받는다. 나는 가축이 사람과 살며 이전에 가졌던 습성을 포기한 채 좁은 공간에 갇혀 번식을 못하거나 번식만 하며 사는 걸 가엾게 여겼다. 그런데 뿌리혹박테리아는 콩과식물의 뿌리에 살며 불필요해진 번식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비브리오 박테리아는 유영장치를 잃어버린다. 나는 가축이 야생에서 하던 습성을 그들의 본성이라 믿었다. 그러나 습성이란 그때그때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생식 능력이나 움직이는 능력은 처음에 그것들이 생존에 유리해 선택됐던 것처럼 필요 없어지면 퇴화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위의 미생물과 가축 사이엔 차이점이 있다. 미생물은 움직이고 번식하는 데 쓰던 기관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가축은 쓰지 못할 뿐 다리와 생식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당연히 이로 인한 욕구도 그대로다. 게다가 가축에겐 감정이 있다. 가축은 기본적인 욕구조차 해소할 수 없는 조건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공생관계가 주는 이익과 해악의 경계가 유동적이라고 한다. 여기서 이익과 해악을 가르는 기준은 생존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다. 그 기준으로 보면 인간과 가축의 공생은 매우 성공적이다. 오늘날 지구를 뒤덮고 있는 가축의 숫자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가축 하나하나의 삶은 참혹하다. 이 책에 다뤄진 성공적인 공생의 사례도 가까이서 보면 그런 것은 아닐지. 길들여진다는 건 힘든 일이다. 미생물이 번식이나 유영능력을 잃어버리기까지 그 과정이 오죽 힘들었을까 싶다. 거기에 비하면 공장식 축산도 견딜만하게 느껴질 정도.

 

인간과 가축의 관계와 미생물들의 관계가 유사해 둘을 비교하게 되는데, 둘을 비교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비교에 관한 문제가 나와서 한 가지 더 질문하겠습니다. 흔히 공장식 축산과 아우슈비츠를 비교합니다. 그런데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과 동물에게 가하는 폭력을 같은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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