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너머104 2020 인사원과정
발터 벤야민의 <역사유물론>
강사 : 손기태 선생님 수유너머 104
- 안녕하세요 선생님^^ 많은 철학자중에 발터 벤야민의 사상을 강의하시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발터 벤야민은 그가 살았던 1900년대 초반 당시보다 오늘날에 더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는 사상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혁명, 예술, 문학, 매체 등에 대한 오늘날의 탈근대적인 문제의식을 앞서서 선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벤야민이 타우베스, 아감벤, 데리다, 지젝, 이글턴 등의 현대 정치철학자들에게 끼친 영향은 매우 큽니다.
사실 정통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보자면 벤야민은 비주류에 해당하는, 일종의 아웃사이더 사상가였습니다. 벤야민은 역사에 대한 섣부른 낙관이 가져다주는 안이한 태도로부터 벗어날 것을 요구했구요. 그러면서도 마르크스주의가 추구했던 유토피아적 사고의 중요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벤야민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읽어내는 하나의 관점 또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벤야민의 예술 비평은 예술이라는 분야에 얽매어있지 않고, 역사, 정치 등 근대성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확장되어 갑니다. 또한, 역사에 대한 벤야민의 글을 읽어보면, 어느덧 그의 논의는 상품과 신학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가구요. 이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심층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안목’을 얻을 수 있습니다. 벤야민의 이러한 논의들을 함께 나누고픈 마음에서 이번 강좌를 마련했습니다.
- 이번 ‘벤야민의 역사유물론’ 강좌에서 독일비애극의 원천, 아케이드 프로젝트1,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인생은 꿈입니다. 벤야민의 사상을 보여주는데 있어서 4개의 교재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각각 어떤 연계가 있는지 교재 선정이유를 간략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벤야민의 『독일 비애극의 원천』과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은 그의 전기와 후기를 대표하는 두 저서인데요. 여기서 공통적으로 다뤄지는 중요한 주제는 바로 ‘역사’입니다. 이번 강좌의 주제이기도 하지요. 『독일 비애극의 원천』은 독일 바로크 문학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에 대해 비판하면서 비애극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예술 비평의 한계, 그리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통해 역사의 파국과 불연속성에 대해 말하고 있지요. 『인생은 꿈입니다』는 벤야민이 독일 바로크 문학보다 더 훌륭하다고 평한 스페인 작가 칼데론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후기 저서인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는 정통 마르크스주의가 지녀왔던 근대적 역사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역사와 혁명에 대한 진정한 인식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려고 합니다. 『아케이드 프로젝트1』에서 읽을 두 편의 글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으로, 꿈이 갖는 유토피아적 의미와 진보에 대한 단상을 담고 있습니다.
-(추가)벤야민의 철학사상은 독특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미묘한 텍스트의 의미를 파악하며 읽기도 어렵고요. 수강생들에게 도움이 될 말씀을 해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각 도서별로 참고할만한 도서를 추천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벤야민의 글은 읽기 어렵기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특히 『독일 비애극의 원천』의 경우에 악명이 높지요. 이는 그가 어려운 논리나 용어를 많이 사용해서라기보다는, 대중적인 상식이나 통념으로부터 벗어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독자들이 기존에 자신이 갖던 상식에 바탕을 두고 읽으면 어려움을 겪습니다. 물론 벤야민이 워낙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벤야민의 논의를 따라가면서 찬찬히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지점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벤야민의 생애와 사상 전반에 관해 알고 싶으시다면, 『벤야민 평전』(글항아리)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독일 비애극의 원천』에 대해서는 참고할 책을 찾기가 쉽지 않구요. 관련 논문들을 검색하셔서 활용하실 수는 있겠습니다.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에 대해서는 미카엘 뢰비의 『발터 벤야민: 비상경보』(난장)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아케이트 프로젝트1』는 수잔 벅 모스의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라는 책에서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인사원 강좌진행 방식은 어떻게 되나요?
인사원에서는 매주 읽어와야 할 텍스트가 있고 발제도 있습니다. 텍스트 발제 후에는 질의와 토론, 강의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텍스트를 충실하게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벤야민의 문제의식에 충분히 접근하여 그것을 자신의 문제의식과 연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셔서 그동안 궁금했거나 함께 나누고 싶은 주제들을 충분히 풀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해서 마지막에는 에세이를 한편씩 작성하여 한 학기 수업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인사원의 특징이자 장점이기도 하구요. 이미 절판이 된 책들은 미리 제본을 할 예정입니다. 개강하는 날에 다시 안내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수강생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벤야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궁금하셨던 분들께 우선 이 강좌를 추천합니다. 벤야민의 주된 문제의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텍스트를 중심으로 읽기 때문이지요. 혼자서 읽기에는 엄두를 내기 어려웠던 책들이니만큼 이번 강좌가 벤야민과 만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벤야민의 관심사가 워낙 광범위하고 예술, 철학, 문학, 매체, 정치, 신학 등 전방위로 펼쳐지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벤야민과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현대 정치철학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에게 벤야민은 필독해야할 사상가이기도 하구요. 벤야민과 함께 15주 동안 공부의 즐거움을 만끽해보기로 하지요!
아... 진짜 진짜 듣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