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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읽기

 

강사: 권용선

인터뷰: 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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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권용선 선생님 안녕하세요? 문학을 공부해오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요, 강사로서 선생님은 어떤 분이신지 그리고 인사원의 택스트를 프루스트의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정하신 이유를 알려주세요.

 

 

A1.공식적으로 저는 한국문학전공자입니다. 1910년대에 ‘문학’이라는 개념이 출현하고 자리 잡는 과정을 정리하는 글로 박사학위를 받았고요. 이후로 BK이나 포닥 같은 학술제도권 내에서 한국문학을 조금 더 공부할 기회를 갖기도 했지만,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후로 지금까지 제 관심은 주로 한국문학 바깥이었습니다. 주로 동아시아와 서구의 ‘근대성’에 관한 것이었어요.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여러 물적 조건과 인식의 근거 같은 것이 궁금했던 거지요. 2000년 이후로 수유너머에서 공부하면서 공동체라든가, 몇몇 서구 철학자들에 관한 관심이 더해졌습니다. 푸코나 들뢰즈, 아도르노, 벤야민 같은.

프루스트는 벤야민을 공부하다가 관심을 갖게 된 작가인데, 이번 강좌에서 이 작가를 읽는 의미는 두 가지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첫 번 째로 문학작품이 주는 보편적 의미인데요. 소설은 특정한 시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사건을 통해 인간사의 다양한 양태 혹은 운명을 다뤄 왔고, 우리는 그것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약 2000 여명의 인물이 등장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제가 일일이 세어 본 건 아니지만) 그 각각의 인물들이 서로 어떤 방식으로 관계맺고 그것을 통해 자기 삶에 어떤 색깔을 부여하는지를 보면서 우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다양한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되는 셈이니까요. 또 하나는 프루스트의 소설이 갖는 철학적 의미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들뢰즈나 벤야민은 프루스트를 통해 자신들의 개념을 발견했고, 지라르나 하우저, 모레티 등의 책에서도 중요하게 취급되지요. 베르그송의 ‘기억’이 프루스트의 소설과 같이 연관되어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러한 사유들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그것의 근거가 되는 작품을 읽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2. 선생님께 프루스트는 어떤 의미인가요?

 

 

A2.프루스트는 벤야민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주목한 작가인데요. 벤야민이 프루스트 소설의 어떤 부분으로부터 자기 개념을 발견해 가는지를 따라 가려다 보니 그의 작품을 읽지 않을 수 없었어요. 물론, 제가 문학 전공자이다 보니 곧 프루스트의 작품 자체에 매료되었지요. 소설은 대략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프랑스의 정치 사회 문화 예술의 변동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어요. 위에서 이야기한 서구적 의미에서의 ‘근대성’에 관한 그림을 그리는 데에도 유의미한 자료가 되고요. 특권 신분이었던 귀족이 몰락하고 부르주아 계급이 부상하게 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관계의 양태들, 그들이 어떻게 서로를 선망하고 질투하고 모방하고 다투는지 매우 복잡하고 치밀하게 보여주죠. 역사적 진술로는 간단하게 처리될 수 있는 부분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문서로 증명할 수 있는 사실관계 바깥에, 때로는 잉여적인 표현들을 통해서 역사의 진실 같은 게 더 잘 드러나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루스트는 매우 매력적인 인물이에요. 당대의 사교계에서도 사랑받는 존재였고, 사후에 여러 작가, 철학자, 연구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이야기될 정도로 이야깃거리를 풍부하게 지니고 있는 사람이죠. 일생을 통틀어 단 하나의 소설을 남겼을 따름이지만(번역과 몇몇 에세이는 제외하고요) 왜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할까요?

 

 

Q3. 프루스트는 왜 기억에 관심을 가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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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그 자신의 우연한 경험(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홍차와 마들렌을 경유한)이 그를 기억 혹은 과거로 안내했고, 그것들에 대해 ‘쓰도록’ 추동했으며, 그 결과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인 셈이지요. 그 자신도 어디선가 처음엔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 나중엔 엄청난 일이 되어버렸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해요.

 

 

Q4. 그런데 이번 인사원에서 읽어야 할 텍스트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역본은 11권이나 되고, 여러 출판사에서 아직 번역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또 함께 읽기로 되어 있는 벤야민이나 들뢰즈의 글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이 모든 걸 한 학기에 다 공부할 수 있을까요?

 

 

A4.그래서 함께 모여서 공부하는 거지요. 프루스트의 동생은 “형의 소설은 다리라도 부러져서 침대에 눕지 않는 한 읽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읽는 데 시간이 많이 들고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미겠지요. 약간의 안내와 규칙, 상호 독려가 이 소설을 읽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강의 초반 약 3주 동안은 제가 강의를 할 예정입니다. 프루스트라는 작가와 그의 소설에 대한 간단한 안내, 그리고 들뢰즈와 벤야민이 그의 작품으로부터 만들어낸 개념들과 활용에 관해 이야기 할 거예요. 나머지 시간들은 여러분들과 함께 소설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거고요. 프루스트의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것. 사실 이것이 이 강좌의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Q5. 이번 인사원 과정은 어떤 분들에게 적합할까요? 그리고 수강생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A5.평소에 프루스트에 관심이 있었으나 작품을 끝까지 읽는데 매번 실패하신 분, 문학작품을 읽고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 위에서 거론한 철학자들이나 예술의 세계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 그리고 작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등의 주제를 고민하시는 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가을은 소설을 읽기에 매우 적당한 계절이고,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쓰는 과정 전체를 통해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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