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학기 수유너머 N  인문사회과학연구원

 

     

 

<해체와 파괴: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 읽기>

강사 최진석 인터뷰 PART1

 

                                                                                                                                                            인터뷰 및 정리 : 조지훈&박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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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먼저 인사원(인문사회과학연구원)과정을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A.  인사원은 수동적으로 듣는 강의에서 벗어나, 학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공부한 내용이 자기 것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고자 준비된 프로그램입니다. 이를 위해 5~6회짜리 단기강좌보다는 긴 호흡으로 14~15주 동안 주제에 따라 여러 개의 텍스트를 함께 읽거나, 특정한 책을 깊이 있게 읽어보는 과정을 만들게 된 거죠. 또한 하나의 수업으로 과정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2년 동안 8개의 과목을 끝마치고 졸업 에세이를 쓰게 되면 과정을 수료할 수 있게 만든 일종의 대안적인 대학() 내지는 학교인 셈입니다. 인사원은 강도 있는 공부를 해 보고, 생산적인 사고의 결실을 맺어 보자는 의도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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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학기에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가 인사원의 과목으로 선정된 이유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현대철학에 있어서 중요한 저작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그래도 왜 우리가 데리다를 인사원이라는 강도 높은 과정을 통해 공부를 해야하는지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A. 우리가 <그라마톨로지>를 읽는 이유는, 그것이 현대철학의 주요 흐름의 하나로서 해체론의 한 사례를 잘 보여주는 텍스트이기 때문이죠. , 물론 전제가 있습니다. 스피노자를 읽지 않고서도 스피노자주의자가 될 수 있고 니체를 읽지 않고서도 니체주의자가 될 수 있단 말이 있듯, 해체라는 사상적 작업도 반드시 데리다를 거쳐야만 알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말이에요. 해체는 어떤 특권화된 방법론은 아니랍니다. 실제로 데리다도 해체라는 말을 둘러싼 오해들에 대해 늘 설명해야 하는 곤혹을 겪었다고 해요. 가령 학술대회에 가서, 현수막에 붙은 ‘Deconstruction’을 가리키며, 해체는 대문자 ‘D-’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소문자 ‘d-’와 복수형 접미사 ‘-s’를 붙여서 쓰여져야 한다고, ‘deconstructions’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해요. 해체는 포지티브한 의미에서의 형이상학이 아니란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해체는 불가피하게 쓸 수밖에 없는 용어에 불과합니다. 해체는 이것이다, 저것이다, 라고 말할 만한 포지티브한 것을 갖고 있지 않아요. , 해체라는 말에 복수형 접미사 ‘-s’를 붙이는 것은, 해체는 항상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탓이랍니다. 이런 지점에서 해체와 친화성을 가진 것은 문학비평입니다. , 어떤 대상(문학작품)이 있으면 대상을 파고들어가서 그 연결부위와 분리지점들을 찾아내 분해하거나 이어붙이는 일종의 기생적인 작업이란 말이에요. 해체는 실체가 아니라, 실체화 되어 있는 것을 찾아가 그것이 구성된 경계선을 발견하고 파고들어가 균열을 내는 사유의 논리인 셈이죠.

 

 

 

 

예를 들면 푸코, 들뢰즈와 같은 철학자들을 공부했을 테, 보통 이런 공부들은 구성적이어서, 그들의 문제설정을 공유하는 한편으로, 그 사상의 내용을 실체적인 것으로 삼아 체계화하는 데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식의 공부는 어느새 우리의 사유를 옭아매는 족쇄가 되기도 하는데, 거기에 맞으면 옳고 아니면 그르다는 식으로 배제하는 게 그렇죠. 즉 푸코와 들뢰즈라는 사상의 프리즘이 우리의 사유를 촉발시키기는커녕, 정해진 것만 보고 말하게 만드는 획일적인 틀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죠. 우리는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프리즘의 틈새와 그 외부를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해체라고 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체계의 틈새를 발견하고 깨뜨리는 논리입니다. , 해체론은 구성된 것의 경계와 그 외부, 그것이 안고 있는 타자성을 방법론적으로 드러내는 사유라 할 수 있어요. 이런 점에서 해체론은 실천적입니다.

 

 

 

 

Q. 흥미로운 얘기인데요, 이미 인사원에서 두 번이나 과목으로 선정되었던 들뢰즈의 작업과 이번에 처음으로 인사원의 과목으로 선정된 데리다의 작업이 어떻게 다른지 좀 더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A. 살짝 비교를 해본다면, 일단 들뢰즈는 굉장히 존재론적입니다. 질료들의 흐름이라든가 알, 기관 없는 신체 등등... ‘비유가 아닌 실제라고 불리는 이런 개념들은 초월론적 차원에서 전개되는데, 그 존재론적 실재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정말 알 수 없는 비유에 빠질 말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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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다는 자기의 해체론적 개념들이 존재론화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어요. 가령 전기에 자주 쓰인 차연이나 흔적 등은 존재의 흔적은 비운 채, 해체의 기능만을 앞세운 용어들이었죠. 또한, 후기의 정의’, ‘환대같은 개념들의 경우, 데리다는 항상 이 단어들을 쓰고 그 위에 가위표를 치곤 했습니다. ‘정의란 말을 어쩔 수 없이 쓰긴 쓰는데, “그것이 있다라고 하기 보다는 필요로 한다는 의미로요. 만약 정의있다는 식으로 제시한다면 그것은 일종의 형이상학적 실체의 기표가 되어 우리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한에서 정의는 요청되고 요구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가시화되고 실체화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데리다는 자신의 작업을 존재론이 아닌 유령론이라 부릅니다. 영어로 존재론은 ‘ontology’인데, 대신에 ‘hauntology’라고 쓰는 식이죠. ‘haunt’는 유령 따위가 배회한다는 뜻인데, onthaunt의 비슷한 발음을 두고 한, 일종의 말장난 같은 거에요. 이런 농담 아닌 농담을 하는 이유는, 존재론을 너무 과대하게 받아들일 경우, 우리는 있다는 것을 하나의 실체이자 고정된 것, 불변하는 무엇인가로 과장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유령은 존재한다고 믿어지지만, 실증할 수는 없는, 실체화되지 않는 어떤 기능으로만 존재하는 것이죠. 유령의 이런 속성이야말로 데리다 유령론-해체론의 핵심인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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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다는 유령론을 통해 존재론을 넘어서고자 했어요. 그래서 들뢰즈와 데리다는 굉장히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예컨대 두 사람의 차이와 차연이라는 개념도 그렇죠. 자세한 내용은 강의 때 밝히겠지만, 두 사람 모두 근대적 사유를 넘어서기 위한 다양한 전략의 하나로 그런 개념들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비슷하기도 하네요. 들뢰즈 공부는 우리가 많이 하는 편인데, 단 하나만을 알고 있을 때 그것은 쉽게 실체적이고 유일한 것이 되어 다른 것을 못보게 할 수도 있죠. 그런 점에서 데리다를 공부해보는 것도 굉장히 유의미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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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강의 소개에 보면 해체는 구성과 관련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떤 뜻일까요? 해체가 구성이라면 그건 좀 모순적인 말 같은데 말이죠.

 

 

 

 

 A. 해체가 남기는 게 단지 무()일 뿐이란 생각은 사태의 한 면만을 보는 걸 수 있어요. 왜냐하면 모든 것이 해체의 과정에 있을 때조차, 그 과정 속에서 어떤 것은 늘 새로이 구성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왜 우리는 구성되고 있는 것을 못 볼까요? 왜냐하면 우리는 보이는 것만 보기 때문에, 즉 우리는 부서지고 허물어지는 것만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체와 동시에 벌어지는 구축의 장면들을 보면서도 보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해체와 동시에 벌어지는 구축의 과정은 기존의 것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전과 다른 감각으로, 다른 지각 방식으로 이루어지니까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죠. 해체의 핵심은 대상을 부수고 허물어 뜨리는 게 아니에요. 대상이 지닌 균열과 허점을 찾아내 분해하는 한편으로, 그렇게 분해된 잔여들 속에서 구성되고 있는 새로운 과정을 지켜보는 것, 그것이 해체의 본질적인 의미라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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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내용에 관련된 보다 자세한 인사원 인터뷰는 Part2를 기대하세요!!

 

 

 

강사 최진석(노마디스트 수유너머N 회원)

  <불온한 인문학>(공저), <문화정치학의 영토들>(공저),

<코뮨주의 선언>(공저), <러시아 문화사 강의>(공역),

<해체와 파괴>(번역) 등을 쓰고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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