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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학기 「조르주 바타유 : 위반의 시학」 강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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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송승환

시인. 문학평론가.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시가 당선, 2005년 『현대문학』에 비평이 신인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시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전위와 언어 실험을 고민하면서 강의와 글쓰기를 수행하고 있다. 시집 『드라이아이스』 『클로로포름』 『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 비평집 『측위의 감각』 『전체의 바깥』, 공저 『감응의 유물론과 예술』 『바깥의 문학』 등이 있다.

 

안녕하세요, 송승환 선생님. 이렇게 선생님을 모시고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되어서 매우 기쁩니다!
2022년 2학기 수유너머104 인문사회과학연구원(이하 인사원) 강의를 좀 더 잘 듣기 위하여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강의에 낯선 분들을 위한 좋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2020년 2학기 인사원에서 「모리스 블랑쇼:바깥의 사유와 비인칭 글쓰기」 수업을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블랑쇼는 조르주 바타유가 창간한 문학 비평지 ‘크리티크(Critique)’의 편집위원으로 알고 있는데요. 주체를 넘어 중성적인 것에 도달하는 비인칭으로서의 글쓰기, 문학이라는 공간에서 문학 그 자신이 글쓰기를 수행하는 모리스 블랑쇼의 바깥의 사유와 바타유의 사유가 이어지는 측면이 있을까요?

 

A: 네. 동현 님도 2020년 2학기 블랑쇼 강의를 수강하셨죠? 블랑쇼를 통해 우리는 말라르메와 릴케의 ‘비인칭’과 ‘바깥’의 문학에 대한 사유를 탐색한 바 있습니다. 1941년 블랑쇼는 10살 위 연상인 바타유가 주도하는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은 시작됩니다. 바타유는 이 독서모임을 통해 어떤 공동체를 꿈꾸고 있었는데, 자신이 꿈꾸는 공동체가 실현 불가능한 것임을, “공동체를 갖지 못하는 이들의 공동체”에 불과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블랑쇼는 바타유의 불가능한 공동체, 바깥의 꿈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바타유가 “진정한 시는 법의 바깥에 있다”(『불가능』)고 말한 바 있는데, 그 바깥은, 바타유가 경험한 어떤 내적 체험에서 기원합니다. 내적 체험이란, 주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어떤 것에 매혹되고 이끌리는 체험인데, 어떤 글쓰기, 그 중에서도 시쓰는 경험과 다르지 않습니다. 시는 바깥에서 주어진 요구, 의지가 요구하는 바로부터 등을 돌리고 매혹하는 것에 자신을 내어주며 의지의 반대를 만들어내는 단 하나뿐인 내적 체험에 답하는 것입니다. 블랑쇼의 ‘바깥’도 바타유의 ‘바깥’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바타유라고 하면 ‘소진’, ‘소모’, ‘과잉’이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합니다. 우리 사회에 이런 개념들이 왜 중요한가요? 그것이 문학과 예술과 연결되는 측면이 있을까요? 강좌제목이 ‘위반의 시학’ 인데요. 바타유의 철학과 시(詩)와는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A: 경제학은 ‘효율’과 ‘이익’과 ‘거래’에 근거한 고립된 상황을 일반화하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경제적 인간의 목적을 위해 수행하는 작용들을 경제학이라고 흔히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바타유는 그 협의의 경제학을 넘어서서 어떤 목적으로도 제한되지 않는 에너지의 움직임, 빛의 운동 가운데 포착된 생명체 일반의 움직임을, 지구상의 온갖 생명체의 상호작용과 에너지를 경제라고 재정의합니다. 생명의 온갖 에너지는 ‘과잉’입니다. 모든 생물체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성장을 멈춥니다. 그 순간부터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제외한 에너지는 잉여 에너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회는 과잉을 처분합니다. 그 과잉이 바로 시와 문학과 예술입니다.

 우리는 왜 당장 돈이 안되는 시를 쓰고 음악을 듣고 문화 예술을 표현하고 즐길까요? 바타유는 과잉의 부분은 사치의 대상으로서 마땅히 소모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소모는 인간이 내일을 위한 걱정과 계산으로부터 벗어나 개인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시와 문학과 예술입니다. 유희 자체로서의 놀이, 놀이 자체가 소모입니다. 인간이 일만 하나요? 인간은 놀아야 합니다! 우리가 놀지 않으면서 일만 계속하면 어떻게 되나요? 놀면서 우리의 내밀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죠. 그 내밀한 감정을 표현해주는 것이 소모입니다. 그 소모를 금지하는 사회의 억압이 “모든 법”입니다. 그러니까 “진정한 시는 법의 바깥에 있다”는 바타유의 말은, 사회의 법, 노동과 생식과 생산과 규율을 위반하면서 소진하는 에너지, 시를 쓰고 문학과 예술을 향유하는 행위는, 모두 비생산적인 소모의 표현입니다. 예술은 낭비인 것입니다. 반어적인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지구에 돈 벌러 오신 분 계신가요?” 이것은 이영광 시인의 표현입니다.

 

Q. 거칠게 말씀드려서 바타유의 철학을 공부하면 시를 잘 쓸 수 있나요? 시를 쓰려고 하는 사람 또는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이 모리스 블랑쇼나 조르주 바타유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블랑쇼와 바타유를 읽는다고 즉각적인 시쓰기, 시를 잘 쓸 수는 없습니다. 시와 문학은 철학 개념이 아니라 삶의 구체적인 사건과 사태를 감각적으로 포착하고 표현하는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잘 쓰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고정관념과 경제적 효율을 강제하는 사회, 그 모든 법을 위반하고 그 법의 바깥에서 다른 삶의 가능성을 탐구하려는 시적 태도가 중요합니다. 시는 씌어지기 전에 이미 그 바깥에서 시와 삶을 사유하려는 시적 태도가 결정합니다. 바깥에서 자신의 삶과 사회와 언어를 바라보는 태도로부터 다른 시와 다른 삶의 가능성이 열립니다.


Q. 강좌에 참여하기 전 읽어야 할 책이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이 강의에 관심있는 분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강좌에 참여하기 전 읽어야 할 책은 특별히 없습니다. 조르주 바타유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 분도 함께 강의를 들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성찰하면서 그 삶의 바깥을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그 모색을 함께 나누는 ‘수유너머104 공동체’에서 읽기와 쓰기라는 ‘내적 체험’, 나의 ‘바깥’을 경험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 나의 삶과 다른 바깥은,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것을 향해 한 걸음의 용기를 내어보는 것입니다. 우리 각자의 바깥에서  “공동체를 갖지 못하는 이들의 공동체”를 꿈꾸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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