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원모집 :: 강좌소개, 강사인터뷰를 위한 게시판입니다.



banner_deleuze.jpg


 

<들뢰즈, 이전과 이후>

'수유너머104- 인문사회과학연구원'

강사 인터뷰

 

 

송하얀(수유너머 104 회원)이 묻고,

박준영(강사)이 답하다.

 

 

Q. 들뢰즈를 오래 공부해 오신 걸로 압니다. 들뢰즈의 어떤 부분에 매혹되셨나요?

 

A. 들뢰즈를 처음 알게 된 것인 1993년이고 그때부터 해왔으니까, 뭐, 거의 들뢰즈 덕후라고 해야 하나요? ㅎㅎ 그와 만나게 된 계기는 우선은 매우 정치적이었습니다. 당시는 학문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한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제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구권과 소비에트 몰락이라는 대폭발의 잔해로부터 뭔가를 끄집어 내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쓰던 시기였지요. 하지만 아마도 전 당시의 좌절한 선배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어떤 ‘진보주의 역사관’을 공유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역사라는 것이 처음부터(맑스를 알기 전부터) 마냥 전진하기만 한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사회주의의 몰락이라는 것도 필연적인 과정, 어떤 필연적인 퇴행 과정으로 보였던 것이었지요. 그러니 ‘우리는 다른 대안을 찾으면 된다’는 다소 낙관적인 생각이 제 신념이었던 것 같습니다.

sk_774620193309670.jpg

들뢰즈가 사랑한 화가 Francis Bacon

 

들뢰즈는 이런 때 제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그 전에 네그리(Antonio Negri)를 먼저 접했습니다만, 철학적인 깊이랄까, 존재론의 심대함이랄까 그런 것이 제게는 들뢰즈가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검열은 지하의 격정을 불러일으킨다”(『대담』 중)라고 말할 때 그 ‘지하의 격정’이라는 언표가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뭔가 아직 폭발하지 않은 어떤 이론, 어떤 역사, 어떤 계급이 있다는 것으로 들렸기 때문이지요. 그 이후 들뢰즈를 연구해 가면서 저는 그 첫 만남에서의 첫 인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증하게 되었습니다.

 

Q. 강의 소제목을 살펴보면 ‘정치적 막간극’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이 들뢰즈 철학 공부에서 왜 필요한가요?

 

A. 들뢰즈 철학의 본령은 ‘존재론’이고 ‘형이상학’입니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들뢰즈는 ‘형이상학의 종언’을 말하는 하이데거에 반대해서 자신은 “순수한 형이상학자(métaphysicien pur)다”라고 한 적이 있어요(Villani, Arnaud, La guêpe et l’orchidée: Essai sur Gilles Deleuze, Paris: Belin. 1999, p. 133). 이 형이상학이 탁월하게 전개된 저작이 바로 『차이와 반복』이지요. 이 책은 베르그송 이후 철학이 침몰했던 그 자리, 즉 존재론의 자리에 엄청난 사유의 힘을 드러내며 솟아올랐습니다. 마치 모비딕처럼요. 이 책은 말 그대로 독자들을 ‘존재론의(으로의) 전환’으로 이끌었습니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보고, 느끼고, 기획하도록 한 것이지요. 이른바 제가 강조하는 ‘철학적 풍경의 전환’이 있었다는 겁니다(이 풍경의 전환을 느껴 보는 것이 이 강의의 목표이기도 해요).

 

하지만 이것 뿐이라면 들뢰즈를 푸코가 그토록 치켜 세우지는 않았을 겁니다(“아마 언젠가는 들뢰즈의 세기가 올 것이다.”-푸코). 들뢰즈에게는 이러한 존재론을 그 막대한 ‘효과’의 측면에서 ‘정치화’할 동기가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동기는 아마도 두 계기를 거쳐 들뢰즈의 철학 안에 새겨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는 바로 ‘68혁명’이구요, 다른 하나는 ‘가타리와의 만남’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우리가 강의에서 함께 이야기해 볼 겁니다. 어쨌든 그만큼 그의 철학은 정치의 계기를 통해 더 풍부해질 뿐 아니라, 기존의 플라톤주의나, 헤겔주의가 아니라 참으로 형이상학다운 ‘실험과 실천’의 학문이 됩니다. 그에게 ‘순수 형이상학’은 바로 ‘실험과 실천’인 것입니다. 우리가 ‘정치적 막간극’을 통해 그의 존재론이 가진 정치적 함의를 들여다 보는 것은 그래서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라, 필수적인 코스입니다.

 

 20190227_151209.jpg

"들뢰즈가 말하는 순수형이상학은 바로 '실험과 실천'이지요"

 

Q. 강의 후반부에 현대철학자들을 공부하게 되는데요, 이 사람들이 들뢰즈 철학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요? 흔히 말하는 ‘학회’와 같은 형태는 아닌 것 같아서요.

 

A. 단언컨대 아마 ‘들뢰즈 학회’가 만들어진다면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연구자들이 모인다면 ‘학회’라는 이름보다는 우리 <수유너머 104>와 같이 ‘코뮌’이나 ‘공동체’가 맞겠지요. 그 이유는 들뢰즈 자신이 철학자들의 ‘우정’을 그리 좋게 보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이런 모임은 다만 고리타분한 논쟁과 성가신 권력투쟁의 장이 될 뿐이라는 것이지요. 들뢰즈는 그리고 ‘제자’를 원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의 곁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사람이 한 사람 있는데, 클레르 빠르네(Claire Parnet)입니다. 주로 들뢰즈와 대담하거나 인터뷰를 했는데, 이 분은 지금 철학을 하는 것 같지 않구요, 방송국(프랑스 국영방송국)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 외에 직접 배운 제자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이 없습니다. 오히려 영미 쪽에 간접적으로 들뢰즈를 접하고 들뢰지안(Deleusian)이 된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아, 딱 한 사람 생각나네요. 미셸 투르니에(Michel Tournier). 아마 이 분이 들뢰즈와는 거의 유일하게 평생 우정을 나눈 것으로 보입니다. 투르니에와 들뢰즈 사이에는 재미있는 일화들이 꽤 있는데 강의때 이걸 좀 재미삼아 말해볼까 합니다.

 

어쨌든 그러다 보니 들뢰즈 사후에 들뢰즈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학회 따위를 만들어서 매번 모이고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다만 매년 국제학술대회(‘International Deleuze and Guattari Conference’)를 열기는 합니다. 그보다 이들은 각자의 분야, 즉 과학철학, 페미니즘, 정치철학, 형이상학 등에서 들뢰즈를 연구하고 발표하면서 교류하고, 논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학술지는 에딘버러 대학에서 나오는 계간지 Deleuze and Guattari Studies에요.

 

Q. 강의에서는 들뢰즈 이후의 현대철학자들이 나옵니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이들을 읽어야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우리가 보게 될 철학자들은 5명 정도인데요. 다들 들뢰즈 철학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 중 퀭텡 메이아수(Quentin Meillassoux)는 알랭 바디우(Alain Badiou)의 제자이기도 합니다. 또 육 후이(Yuk Hui)는 베르나르 스티글레르(Bernard Stiegler)의 제자이지요. 전자는 존재론과 형이상학에서 후자는 기술철학과 정치철학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quentin_meillassoux.jpgyukn.jpg

퀭텡 메이아수(Quentin Meillassoux), 육 후이(Yuk Hui)

 

다른 분들도 각자 분야들이 뚜렷하지만 들뢰즈로부터 이론적 양분을 취한다는 점은 공통적이지요. 요컨대 이 철학자들은 모두 들뢰즈 이후 ‘철학의 풍경’을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는 가장 첨단의 투사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의 주제가 ‘들뢰즈 이전과 이후’이니 만큼 이 정도는 보고 넘어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이 철학자들 외에도 들뢰즈라는 거인의 정원에서 철학이라는 난해한 놀이를 즐기는 다른 분들도 있지요. 아마 우리 강의가 진행되는 중에 또는 끝나면 이 분들에 대한 세미나가 생겨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 강의를 수강하는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은 무엇인지요?

 

A. 강의는 인사원 스타일에 맞게 ‘발제’와 ‘토론’, 그리고 ‘강의와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집니다(전반부: 발제와 토론/ 후반부: 강의와 질의응답). 저도 최선을 다해서 강의 준비를 하겠지만, 수강하시는 분들도 텍스트를 기본적으로 읽어 오셔야 하는 것이지요. 반드시 읽어야 할 텍스트는 ‘주교재’입니다. 매주 나갈 분량이 정해져 있으니 읽으시면 되구요, 부교재는 굳이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텍스트가 이해가 안 되더라도 상관 없습니다. 그래도 예습을 하고 강의를 듣는 것과 안 하고 듣는 건 하늘과 땅 차이에요! 뭐 어느 강의든 이건 기본이니까 잘 하시리라 봅니다.

 

아, 그리고 세미나에 참여하시는 모든 분들은 읽으신 텍스트에 대해 매주 강의 전에 ‘쪽글’을 좀 써서 <수유너머 104> 홈페이지 인사원 게시판(과목2: 들뢰즈, 이전과 이후)에 제출해 주셔야 합니다. 분량은 상관없습니다. 가장 좋은 쪽글의 형식은 ‘자기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잘 안 되면 ‘발췌’도 됩니다. 읽었다는 표시 정도를 해 주시라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주에 ‘에세이 발표’라고 되어 있는데요. 이것도 다들 참여하시면 좋겠습니다. 일반 과정이 아닌 연구원 과정을 선택하신 분은 필수적으로 참석하여야 합ㄴ다. 미리 조금 말씀 드리면 각자가 ‘선언문’을 작성해 볼 겁니다. 재미있지 않을까요?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21세기 철학과 그 실천이 어떻게 되어야 할지에 대해 써 보는 것이지요. ^^

 

강의에 오실때는 가볍게, 강의 중에는 초집중 모드로, 강의 후에는 상쾌하게 걸어 나가시길.

 

  그럼 강의에서 뵙도록 해요~~~ ^^

 

20190227_151535.jpg20190227_151532.jpg

 


<강사 소개>

20190227_151703.jpg박준영. 'nomadia'라는 아이디를 씁니다. 학부에서는 불교철학, 석사와 박사 과정에서는 프랑스철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수유너머104' 회원이며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요. <리꾀르와 하이데거의 주체해석과 윤리적 함의>, <탈주체의 소환장-근대적 주체의 탈구성과 재구성에 대한 예비적 고찰>, <한비자 혁(革)의 아포리아-한비자 사상에 있어서 '정치적 주체'의 문제와 민주주의> 등의 논문을 썼으며, 《해석에 대하여-프로이트에 관한 시론》(폴 리쾨르)을 공역했습니다. 그리고 《현실을 지배하는 아홉 가지 단어》,  《욕망, 고전으로 생각하다》,  《사랑, 고전으로 생각하다》를 함께 썼습니다. 현재 들뢰즈 철학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면서, 들뢰즈 이후의 사상들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중입니다. 그리고 불교철학이 서양철학과 어떻게 갈마들고 교전할 수 있을지 늘 고민 중이기도 합니다.


 

강의 일정과 커리큘럼을 보시려면 이리로 ->클릭<- 

강의 신청을 하시려면 이리로 ->클릭<-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인사원] 일반과정 vs 연구과정 효영 2022.08.16 726
공지 [인사원] 기말 에세이란? 효영 2022.08.16 221
공지 [인사원] 쪽글이란? 효영 2022.08.16 232
공지 [인문사회과학연구원 안내] [1] 효영 2019.08.09 1372
공지 연구과정을 선택하신 경우 지원서를 제출해주셔야 합니다. [1] 효영 2018.02.23 977
101 [2011-1학기 불온한 인문학] 강좌소개 :: [불온통신4호] "불온한" 인문학을 위하여 lectureteam 2011.02.21 7
100 [2011-1학기 불온한 인문학] 수강생인터뷰 :: [불온통신7호] 불온한 친구들과 함께한 난상인터뷰 lectureteam 2011.05.12 7
99 [2011-1학기 불온한 인문학] 강사인터뷰 :: 불온통신9호 / 『안티 오이디푸스』를 욕망해도 좋아?! / 최진석선생님 lectureteam 2011.05.16 8
98 [2011-2학기 불온한 인문학] 강좌소개 :: 스피노자(손기태) / 푸코(정정훈) :: 9.22(목) 개강 lectureteam 2011.08.09 8
97 [2011-1학기 불온한 인문학] 강좌소개 :: [불온통신5호] 반갑다, 불온한 인문학 lectureteam 2011.03.01 10
96 [2011-1학기 불온한 인문학] 강사인터뷰 :: 자본 / 안티오이디푸스 :: 2011.3.3 개강 lectureteam 2011.02.09 11
95 [2011-2학기 불온한 인문학] 세미나소개 :: 스피노자(손기태) / 푸코(정정훈) / 9.22(목) lectureteam 2011.08.09 11
94 [2011-1학기 불온한 인문학] 강좌소개 :: 자본 / 안티오이디푸스 :: 2011.3.3 개강 lectureteam 2011.02.28 12
93 [2011-1학기 불온한 인문학] 강좌소개 :: 가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넘어서, 안티오이디푸스 :: 5.21(목) lectureteam 2011.05.09 12
92 [2011-1학기 불온한 인문학] 교재소개 :: 자본 / 안티오이디푸스 :: 2011.3.3 개강 lectureteam 2011.02.07 14
91 [2011-1학기 불온한 인문학] 강좌후기 :: [불온통신8호] 그녀에겐 뭔가 불온한 것이 있다?! lectureteam 2011.05.13 16
90 [2011-1학기 불온한 인문학] 강좌후기 :: 종강풍경 lectureteam 2011.05.13 17
89 [2011-1학기 불온한 인문학] 강사인터뷰 :: 자본 / 안티오이디푸스 :: 2011.3.3 개강 lectureteam 2011.01.28 198
88 [2023-2] 강사인터뷰 :: 근대 국가론과 그 외부 / 손기태 file Siri 2023.08.20 244
87 [2023-1학기] 강사인터뷰 :: 푸코의 [말과 사물] 강독 / 변성찬 선생님 file 동현 2023.02.28 290
86 [2023-1학기] 강사인터뷰 :: 칸트의 인간학과 타자로서의 장애인/ 고병권 file Jae 2023.03.06 344
85 [2021-2학기] 강사인터뷰 :: 예술과 철학, 접목의 상상력 / 권용선선생님 hongmin 2021.08.25 359
84 ​[2021-2학기] 강사인터뷰 :: 안아르케이즘의 정치학 / 최진석선생님 file Jae 2021.08.26 363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