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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미학} 제 4강 후기

muse 2019.08.07 20:26 조회 수 : 92

{영화 촬영 미학} 제 4강 후기

일시: 2019년 8월 2일                 

-muse-

 

 

더위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던 날, 연일 35도가 넘는 폭염이라고 외출 자제를 당부하는 문자를 받고도, 오히려 강의를 들으며 피서 하기를 택했던 나의 그날의 감정 상태는 어떤 이끌리는 힘, 충동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단지 전에 보았던 <덩케르크>라는 영화를 어떻게 달리 해석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은 마음. 그때 내가 바닷 속에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덩케르크>는 주지하다시피 2017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맡은 영국의 전쟁영화이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투신의 현란함이나 굉음을 울리는 전쟁터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먼저 강의자인 박홍열 감독은 필름과 카메라의 종류를 알려주셨다.imax와 digital 영화의 차이 중에서 흥미 로웠던 것은 Imax 카메라는 관객이 능동적으로 영화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면서 체험하게 하지만, 놀란 감독은 그러면서도 영화에 몰두하는 것에서 멀어지게 한다. 말하자면 더하기의 영화라기 보다는 빼기의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이미지 과잉을 피하고 대사도 거의 없이 중요한 장면들을 배우의 행위나 카메라 필름의질감으로 표현해 내고, 심지어 어떤 인물은 이름도 관객이 알 수 없지만, 카메라를 비행기에 직접 달고 촬영을 하거나 카메라 스텝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뛰면서 찍게 하는 등 관객들에게 영화를 느끼기 위해서 감독이 “정성을 다한” 영화임을 알 수 있다. 중요 등장 인물에는 싼 필름을 사용하고 쓸모가 적어보이는 화면에선 비싼 필름을 사용하여 무엇을 더 중요시 여기는지 볼 수 있다. 관객이 영화를 느끼고 경험하게 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뜻이리라.

 

또한 덩케르크는 시간에 대한 영화이다.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 속에서 겪는 일들이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전개 되는 것 같지만 나중에 보면 그것이 나름대로 퍼즐이 맞추어 지는 영화이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의식의 흐름 소설들이 생각났다. 한 시간 이야기를 백페이지로 쓸 수도 있고 백년의 일을 한 줄로 쓸 수 있듯이 이 영화에서는 1시간 일주일등의 시간을 하늘과 바다에서의 공간과 맞물려 긴박감, 고립감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어찌보면 덩케르크에서 후퇴하는 패잔병들의 영화인데 그것을 드러내기 보다는 그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을 그냥 느끼고 감각하게끔 보여주는 영화라고나 할까? 다시 말하면 흔히 영화에서의 기승전결이 없고 영웅도 없고 웅장한 서사나 어떤 교훈적인 메시지도 없다. 그러나 관객을 충분히 느낀다. 뭔지 모르지만 긴박하고 스릴 넘치고... 위급한 상황에서 인간 군상들의 대응법도 보이고...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한스 짐머의 음악이다. 어쩌면 음악으로 시간의 통일성을 이루고 음악으로 긴박감을 잘 표현한 영화이다.

 

두 번째로 본 영화는 <위대한 침묵> 이라는 영화인데 정말대사가 별로 없는 영화이다( 감독님은 말 많은 영화를 싫어하시는 걸까요?^^)

영화의 말없음은 감독님의 재치 있고 때로는 감동적인 강의로 채워진다. <위대한 침묵>은 볼 기회를 갖지 못한 영화인데도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영화는 8m카메라로 찍었는데 고감도 이고 입자가 크다. 이것은 거친 질감을 표현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지 경계가 흐려지며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프랑스의 알프스 산자락에 자리잡은 카르투지오회 대수도원에서 촬영한 것으로 이 수도원은 금욕 청빈등이 계율이고 일주일에 네시간 정도?를 제외하고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카메라는 처음에는 마치 남의 생활을 엿보듯이 멀리서 빈틈을 통해서 촬영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수도사들과 가까워지는 카메라를 볼 수있는데 박홍열 감독님의 말씀을 빌면 “카메라의 수도사 되기”라 하셨는데 사소한 것에도 신경쓰며 수도사들을 배려하는 카메라가 이미 수도사가 된 것은 아닌지 동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봄은 겨울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침묵으로부터 온다”는 뭔가 격언 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수도사들이 기도하고 노동하고 기도하고 노동하고 가끔 만나서 수다 떨고 하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이다. 아름다운 알프스의 사계절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아마도 실망할지도 모를 만큼 근사한 배경화면도 없다. 수도사의 의복이 무채색이다 보니 화면이 거의 무채색 흑백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이먼 가펑클의 “침묵의 소리”라는 노래도 있지만 침묵 속에서 조용한 소리들이 힘 있게 다가온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는 마치 수도사들이 하나님께 다가가는 발자국 소리처럼 들리고(나만 그렇게 느꼇을 수도) 햇빛에 비치는 먼지들이 무언가 노래를 부르며 하강하는 느낌도 든다.

박홍열 감독님은 “종교인이라면 쌓여가는 이미지 속에 신의 존재를 느끼지 않을까요?”라고하시며 “무수한 양태 속에 신의 속성이 있는 느낌,"이라 표현하셨는데 스피노자를 읽은 분이라면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양태에 신의 속성이 있고 나도 신이고 당신도 신이고...신을 느끼고 신에 다가가기 위해 반드시 수도사가 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루한 일상의 순간을 성실히 살면서 말은 될수록 적게 하고 많이 드러내기 보다는 절제하고... 랑시에르는 이런 말을 하였다고 한다. ”만든 사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관객이 보고 각자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요새는 문학도 독자 반응비평이 있을 정도로 독자가 중요한 시대이다. 그만큼 어떤 위대한 창작자도 중요하지만 관객이나 독자가 그 창작자의 의도를 파악하려 애쓰기 보다는 그 작품들을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개개인의 능력만큼 더 많이 느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마지막에 시각 장애인 수도사의 말이 인상적이다. ”보지 못해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는 생에 대한 끝없는 긍정이면서 두 눈을 가지고도 보지 못하거나 잘못된 것들을 보는 많은 사람들을-거기에 나도 포함_ 반성하게 해주는 말이었다.

침묵 속에서 많은 것을 들을 수 있고 두 눈을 볼 수 없었기에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그 경지에 오르고 싶다.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아” 어린왕자가 웃으며 말을 걸어온다.

우리는 침묵한다. 서로 충분히 사랑하며 서로 충분히 기쁘게 하길 원하며, 서로를 충분히 알고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며 각자 나름대로 충분히 함께 하며, 충분히 같고, 서로 나란히 오랫동안 고요한 거리를 따라 걷는 두 친구, 그들은 행복하여라. 함께 침묵할 줄 알 만큼 서로를 사랑하는 두 친구는 행복하여라. 침묵할 줄 아는 나라에서, 우리는 올라가고 있다. 우리는 침묵했다. 오래 전부터 우리는 침묵하고 있었다.”(샤를 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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